고대 한국어의 모습이 자료 부족으로 말미암아 제대로 드러나 있지 않은 현실에서, 90년대 이후 계속 발견되고 있는 석독·음독 입겿 문헌들은 훈민정음 이전 시대의 우리말을 엿보게 하는 소중한 자료가 된다. 이미 상당히 많은 분량의 고려 불경 입겿 자료들 ...
고대 한국어의 모습이 자료 부족으로 말미암아 제대로 드러나 있지 않은 현실에서, 90년대 이후 계속 발견되고 있는 석독·음독 입겿 문헌들은 훈민정음 이전 시대의 우리말을 엿보게 하는 소중한 자료가 된다. 이미 상당히 많은 분량의 고려 불경 입겿 자료들이 발견되었고 그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고려시대 음독 입겿 전반에 걸친 연구는 초기 단계에 머무르고 있으며, 학계에 소개된 자료가 수십 종인 음독 입겿에 비해 오히려 자료가 다섯 종뿐인 석독 입겿에 대한 연구가 더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실정을 감안하여 본 연구에서는 고려 말엽에서 조선 초기까지의 시기에 기입되었다고 믿어지는 음독 입겿(口訣) 자료를 주된 대상으로 하여 국어학적인 관점에서 고찰하고자 한다. 고려 말엽에서 조선 초기까지 간행된 것으로 추정되는 음독 입겿 자료에는 ≪大佛頂如來密因修證了義諸菩薩萬行首楞嚴經≫, ≪南明泉和尙頌證道歌≫, ≪永嘉眞覺禪師證道歌≫, ≪天台四敎儀≫, ≪梵網經菩薩戒≫, ≪金剛般若經 論纂要助顯錄≫, ≪禪宗永嘉集≫, ≪詳校正本慈悲道場懺法≫, ≪金剛般若波羅密經≫, ≪佛說四十二章經≫, ≪法華經≫ 등의 불경이 있다.
이들 자료 가운데서 본 연구의 주된 대상은 ≪大佛頂如來密因修證了義諸菩薩萬行首楞嚴經≫, ≪梵網經菩薩戒≫, ≪佛說四十二章經≫, ≪法華經≫이다. 본 연구의 주된 대상을 이들 네 자료로 한정하는 것은 이들 자료가 다른 자료들보다 자료의 이본이 많으며[≪大佛頂如來密因修證了義諸菩薩萬行首楞嚴經≫은 현재 11종의 이본이, ≪梵網經菩薩戒≫은 5종의 이본이, ≪佛說四十二章經≫은 5종의 이본이, ≪法華經≫은 3종의 이본이 학계에 소개되었거나 혹은 본 연구자가 연구 중에 있는 자료들이다.], 그 이본들의 시기적 분포가 고려 말엽에서 조선 초기까지 걸쳐 있어 음독 입겿의 자형과 기능이 어떻게 변화되었는가를 보다 쉽게 비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大佛頂如來密因修證了義諸菩薩萬行首楞嚴經≫과 ≪法華經≫은 훈민정음 창제 이후 언해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이들 자료에 기입된 음독 입겿들이 중세 한국어에서는 어떻게 표기되고 있는지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장점도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大佛頂如來密因修證了義諸菩薩萬行首楞嚴經≫, ≪梵網經菩薩戒≫, ≪佛說四十二章經≫, ≪法華經≫에는 ≪南明泉和尙頌證道歌≫, ≪永嘉眞覺禪師證道歌≫, ≪天台四敎儀≫, ≪金剛般若經 論纂要助顯錄≫, ≪禪宗永嘉集≫, ≪詳校正本慈悲道場懺法≫, ≪金剛般若波羅密經≫ 등에 사용된 자형이나 결합유형들의 대부분이 나타나고 있어 이들 자료의 입겿만이라도 세밀히 검토한다면 여말선초의 음독 입겿이 지니고 있는 국어학적 특징을 명확히 밝힐 수 있으리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여말선초에 간행된 자료 ≪大佛頂如來密因修證了義諸菩薩萬行首楞嚴經≫, ≪梵網經菩薩戒≫, ≪佛說四十二章經≫, ≪法華經≫을 대상으로 하여 자료의 형태 서지적 특징뿐만 아니라 자료에 기입된 입겿의 자형과 결합유형의 변화 및 자형과 결합유형의 분포를 조사하여 국어학적으로 검토하는 데 목적이 있다. 또한 조사된 자형과 결합유형을 기초로 자형의 독음과 본자를 추정하며 나아가 이들의 의미 기능 등을 밝혀, 음독 입겿이 지니고 있는 고대 한국어와 중세 한국어의 특성을 밝히는 기초를 마련하는 데도 그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그 이외의 자료, 즉 ≪大佛頂如來密因修證了義諸菩薩萬行首楞嚴經≫, ≪梵網經菩薩戒≫, ≪佛說四十二章經≫, ≪法華經≫에는 ≪南明泉和尙頌證道歌≫, ≪永嘉眞覺禪師證道歌≫, ≪天台四敎儀≫, ≪金剛般若經 論纂要助顯錄≫, ≪禪宗永嘉集≫, ≪詳校正本慈悲道場懺法≫, ≪金剛般若波羅密經≫ 등과 나아가 고려시대 석독 입겿 자료[≪舊譯仁王經≫, ≪瑜伽師地論≫, ≪大方廣佛華嚴經 ≫, ≪金光明經≫, ≪大方廣佛華嚴經≫]까지도 함께 살펴보고 다양한 각도에서 심도 있게 분석하여 음독 입겿 자료가 지니고 있는 고대·중세 한국어의 일면을 밝혀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