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시야는 좌우로 190도 상하로 130도의 타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그 안에서 글씨를 읽을 수 있을 정도의 세밀한 정보처리를 할 수 있는 곳은 반경 1도에 불과한 아주 자그마한 공간, 이른바 ‘유효시야’ 뿐이다. 그 외의 영역은 유효시야로부터 멀어질수록 정 ...
인간의 시야는 좌우로 190도 상하로 130도의 타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그 안에서 글씨를 읽을 수 있을 정도의 세밀한 정보처리를 할 수 있는 곳은 반경 1도에 불과한 아주 자그마한 공간, 이른바 ‘유효시야’ 뿐이다. 그 외의 영역은 유효시야로부터 멀어질수록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급감한다. 그러한 이유로, 인간은 책을 읽을 때, 그림이나 사진을 감상할 때, TV나 영화를 볼 때, 끊임없이 눈동자를 움직여야 한다.
앞서 설명한 유효시야의 개념에 의하면, 어떻게 시선운동을 하는가의 문제는 결국 어떠한 정보를 어떠한 순서대로 얻게 되는가, 즉 어떠한 의미를 전달받게 되는가를 의미한다. 이에 본 연구자는 자체개발한 시선추적 장비를 기반으로 하여, 인간의 시각적 정보처리에 관한 제반 연구문제들을 차례로 검증해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3년간의 실증연구 일정을 기획하였다. 제 1차 연도(2003-2004)에는 정지영상을 자극물로 하는 기초연구를 수행하였다. 구체적인 결과로는 (1) 지난 2년간 사용되어온 아이트래커를 보다 편리하고, 정확하고, 유연한 도구로 업그레이드 하였으며, (2) 단순한 기초형상에서 시작하여 회화, 사진, 신문만평, 인쇄광고, 웹사이트에 이르는 다양한 영상자극물들을 선별하여 아이트래킹 관찰을 실시한 후 그 결과를 동영상 및 인쇄본으로 정리하였으며, (3) 그 결과를 각종 학술대회에 보고하였거나 보고 준비 중에 있다.
연구결과는 기초형상, 회화, 사진, 신문만평, 인쇄광고, 웹사이트 등을 포함하는 자극물 종류에 따라 정리되었다. 이들 모두 인간이 일상적으로 접하고 해독하는 영상물임은 분명하만, 연구결과에 관심을 두는 독자(audience)가 구분되어 있고 또 결과물의 양이 방대하여 독자군에 따라 별개의 결과보고서를 작성하기로 하였다. 그 내용 중 기초형상, 신문만평, 인쇄광고의 결과물 사례를 아래에 제시한다.
(1) 기초형상
빈 공간에 점 2개가 나타나면 어느 것을 먼저 보는가, 상하로 나타나는 경우와 좌우로 나타나는 경우는 서로 결과가 다른가, 4개가 나타나면 어느 것을 먼저 보는가, 또 8개가 나타나면 어떠한가 등의 가장 기초적인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한 연구였다. 6월 4일 한국언론학회 세미나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2) 신문만평 (한국언론학회 봄철 정기 학술대회 발표)
일간신문에 게재되는 신문만평은 다양한 차원과 종류의 영상정보들이 다양한 형태와 관계로 조합되어 있는, 매우 복잡다단한 영상물이다. 따라서 그것을 해독하는 인간의 시선움직임을 관찰하는 것은 많은 시사점을 제공해줄 수 있다. 총 20점의 작품이 사용되었으며, 26명의 피조사자들이 참여하였다. 이들이 보인 시선운동을 통해 각 만평 내에서 주의를 유인한 요소와 그렇지 못한 요소가 가려졌으며, 그 공통적 특성의 논의되었다. 전형적 시선경로를 살펴본 결과, 경로에 따라 독자들이 받아들이는 의미순서가 다르고, 그에 따라 해독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의 명확성과 효율성이 크게 다르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3) 인쇄광고 (한국광고학회 봄철 정기 세미나 발표)
총 35점의 잡지광고가 자극물로 사용되었다. 연구결과는 광고의 구성요소 중 무엇이 독자에게 전달되고 무엇이 그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동시에 독자들이 구성요소들을 해독하는 전형적 경로를 나타내주었다. 구체적으로 일러스트, 헤드라인, 본문, 캡션, 로고 등의 주의유인력에 관한 결과가 도출되었으며, 이를 통해 주의를 유인해야 함에도 그렇지 못한 요소들, 주의유인의 필요성이 낮음에도 많은 독자들의 주의를 유인하는 요소들이 밝혀졌다. 한편, 독자들이 보이는 전형적 시선경로가 도출되어 그에 따른 함의가 논의되었다.
모든 학문은 인간 또는 그들이 조직한 사회의 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영상의 시대’라고 칭해지는 21세기에 진입함에 있어, 국내의 영상학계가 재정적, 기술적 이유로, 그동안 인간 본성의 중요한 일면에 접근조차 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분명 불행한 일이었다. 본 연구자는 그간 부단한 노력을 통해 국내의 영상학계가 그간 비워두었던 커다란 공백을 비교적 빠른 속도로 채워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