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순위가 가장 앞서는 연구대상은 지금 당장 시작하지 않으면 영구히 기록되거나 해석될 수 없는 인간과 물질, 그리고 물리적 사회적 문화적 공간이다. 통시적인 것들이 공시적으로 겹쳐있던 지난 백년의 민중 생활사를 밝히는 데 필수적인 이런 대상은 선행작업을 바탕 ...
우선순위가 가장 앞서는 연구대상은 지금 당장 시작하지 않으면 영구히 기록되거나 해석될 수 없는 인간과 물질, 그리고 물리적 사회적 문화적 공간이다. 통시적인 것들이 공시적으로 겹쳐있던 지난 백년의 민중 생활사를 밝히는 데 필수적인 이런 대상은 선행작업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분류된다. 1.구술자서전: 역사없는 사람들의 역사를 구성하자면 구전자료를 문자자료와 동등한 가치를 가진 것으로 인정해야 하며, 생애사를 전기와 동등하게 대우해야 한다. 이를 위해 시급한 작업은 구전 전기의 수집일 것이다. 전기를 구술 받는 일은 우리가 자료를 제공받는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제공자들에게 표현의 기회를 주는 일이며 그들의 개인사에 시민권을 부여하는 일이다. '역사 없는 사람들'의 역사는 구술자료를 일차적 토대로 한다. 우리 주변에 신세타령을 들어줄 사람이 없어 답답해하는 노인들이 많다는 사실은 적어도 우리의 작업을 위해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신세타령을 털어놓을 사람이나 이를 알아들을 사람이 급격히 사라지고 있어 이런 작업은 시급하다. 2.물증(物證): 현재 한국사회에서는 현대사의 유물, 유적은 방치되거나 급격히 파괴되고 있다. 우리 주변에서 급격히 사라지는 6.25 이후에 형성된 판자촌이나 청계천의 영세 봉제 공장, 초기 산업혁명을 상징하며 농촌의 공업을 대표하는 양조장과 정미소, 식민지 지배자로 군림하던 일본인들의 주택 등 한국의 현대문화를 증언하는 '하찮은' 자취들에 주목해야 한다. 3.문서‧사진: 개인이나 집단이 보유하고 있는 문서 또한 민중생활사 이해에 긴요한 사료가 된다. 연구자들이 중점적으로 수집해야 할 문서들은 개인이 기록한 일기, 간찰, 치부록, 영수증, 낙서, 여행기 등과 가족이나 친족집단이 보유하고 있는 분재기(分財記)나 부의록, 축의록, 행장, 농사일지, 호구단자, 결혼문서, 제문(祭文), 추수기 등이 있다. 이 외에도 마을 공동체와 관련되는 계안(契案), 회의록, 동제(洞祭)문서, 마을사업의 현황, 읍지(邑誌) 및 시사(市史), 향토문물지 등의 관찬자료들도 이에 포함된다. 개인의 삶을 이미지로 기록한 이른바 ‘생애사진’은 민중생활사 연구의 중요한 단서를 제공해 주기 때문에 연구자들이 반드시 수집해야만 될 것이다. 이것은 한 개인이 살아왔던 전 과정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일어났던 출산과 사망, 결혼과 가족, 생업과 놀이, 종교와 의례 등과 같은 다양한 생활모습들을 실증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4.소설‧영화: 본 연구단은 앞으로 두 가지 사항에 집중하여 연구를 진행하고자 한다. 첫째, 지역민들의 생활사를 풍부하게 담고 있는 소설과 영화들을 계속해서 발굴하고자 한다. 본 연구단은 그동안 연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본 연구단의 연구 대상 지역을 직접적으로 다루거나 그와 유사한 사회지리, 문화적 여건을 갖추고 있는 공간을 주요 배경으로 하고 있는 작품들을 정리하였다. 그 과정에서 이미 잘 알려진 작품들을 정리하기도 하였지만, 그동안 문학사에서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지역중심 활동 작가들의 작품들을 발굴해내기도 하였다. 아래에 그 일부를 소개한다. 그 작품들의 작가는 대부분 출생지역과 생장지역 및 활동지역이 일치하고 있어, 지역민들의 생활상을 거의 사실에 가깝게 재현하고 있다. 따라서 그 작품들을 바탕으로 지역민들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인 차원에서의 경험을 복원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는 영화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그동안 본 연구단에서는 여러 경로를 통하여 민중생활사 사료로서의 가치를 지닌 영화들을 수집‧정리하였다. 그러나 그동안의 작업은 우선은 소재 파악이 쉽고 대중적 인지도가 큰 극영화를 중심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비전문 영화인들에 의해 제작된 영화에 대한 발굴과 정리에 좀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새로운 자료를 학문적 연구의 수단으로 동원하는 연구 방법을 정립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