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대중문화’의 성격을 규정하기 위해서는 대중문화’의 기반을 형성시킨 배경에 대한 역사적 인식이 필요하다. 독일의 현대 ‘대중문화’를 탄생시킨 ‘민주주의’ 정치의식을 탐색하는 것이 필요함은 물론이요, 대중의 정치의식을 성장시킨 독일사회의 변화과정을 추적해 ...
독일 ‘대중문화’의 성격을 규정하기 위해서는 대중문화’의 기반을 형성시킨 배경에 대한 역사적 인식이 필요하다. 독일의 현대 ‘대중문화’를 탄생시킨 ‘민주주의’ 정치의식을 탐색하는 것이 필요함은 물론이요, 대중의 정치의식을 성장시킨 독일사회의 변화과정을 추적해야만 한다. 첫째. 독일의 ‘대중문화’ 현상을 야기시킨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배경과 ‘대중’과의 역학관계를 탐색하고, 둘째. ‘대중’의 정치의식과 문화의식 간의 상관성을 규명하며, 셋째. 독일 ‘대중문화’의 성격이 역사의 발전과정 속에서 어떻게 변화해왔으며 각 시대마다 어떤 함의를 지니고 있었는가를 연구하는 작업이 선결되어야 한다. 이 3단계의 연구과정이 유기적으로 연관을 이루어야만 ‘대중민주주의’의 산물인 ‘대중문화'의 성격을 규명하는 작업이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제정독일시대에서부터 바이마르 공화국 시대에 이르기까지 과학기술의 발전과 모더니즘의 영향을 받으면서 문화의 다원화를 경험하게 된 독일사회의 변화과정을 시민계급과 노동자 간의 관계, 문화정책 및 제도, 다양한 대중매체의 출현, 문화산업의 시스템 등 다각적 측면에서 탐색하고자 한다. 이 연구작업이 독일 대중문화의 형성 배경을 인식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이같은 연구필요성에 의거하여 독일 대중문화의 발전단계를 다음과 같이 추적하게 될 것이다. 시민계급(부르주아)의 지배문화에 반기를 드는 ‘대항문화’로서의 ‘대중문화’를 태동시킨 제정시대와 바이마르 문화시대, 모더니즘의 기반 위에서 태어난 근대 문화의 다원주의를 철저히 억압하면서 문화를 대중지배의 수단으로 전락시켜 대중문화의 발전을 가로막았던 나치의 전체주의 문화시대, 패전 이후 분단체제하에서 서독에 미국식 자본주의 사회가 형성되고 개인주의적 사상과 자유를 통제하였던 전후(戰後)의 문화적 침체기, 1968년을 기점으로 전후의 모든 정치적 권위와 물질적 권위로부터 문화의 해방을 부르짖었던 ‘68’ 문화혁명의 시대, 이러한 정치적 사회적 변혁의 추진력을 등에 업은 서독의 시민대중이 이른바 ‘대중민주주의’를 바탕으로 개인주의와 다원주의적 문화를 향유하기 시작했던 ‘대중문화’의 시대 등을 추적해나갈 것이다. 제정독일시대에서부터 1968년 이후 현대에 이르기까지 독일의 역사 속에서 나타난 대중문화의 발전과정은 보수와 진보, 획일성과 다양성, 억압과 자율, 전체주의와 개인주의라는 대립요소들이 끊임없이 갈등을 일으키고 투쟁하는 변증법적 발전과정이었다. 본 연구과제에서는 독일 대중문화의 이같은 변증법적 발전과정을 탐색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다. 문화의식의 작용과 반작용이라는 길항작용 속에서 후자 -진보, 다양성, 자율, 개인주의 및 다원주의-가 전자 -보수, 획일성, 억압, 전체주의, 권위-를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획득한 역사적, 사회적 산물이 곧 독일의 ‘대중문화’임을 규명하고자 한다. 특히, ‘대중민주주의’ 사회의 형성과정을 탐색해나가면서 독일의 현대 ‘대중문화’가 대중정치와 불가분의 관련을 이루고 있음을 분석하게 될 것이다. 권위적 사회질서와의 역학관계 속에서 개인의 주체를 형성하려는 대중들의 저항적 욕구가 ‘대중매체’를 통한 현실참여와 문화생산의 역동성을 낳았음을 규명하는 데 의의를 둘 것이다.
현대의 대중문화는 부르주아에 의해 착취당하는 프로레타리아의 문화가 아니며, 권력에 의해 대중의 의식을 조작하는 지배의 수단도 아니다. 현대의 대중문화는 민주주의 사회의 주체인 대중이 스스로 자신들의 욕망을 구체적으로 충족시켜나가는 문화생산 및 문화참여의 행위이다. 대학교육의 현장에서 학생들이 독일의 대중문화에 대해 갖고 있는 관심은 문화적 실천에 대한 관심이며, 스스로 문화텍스트의 의미를 생산하는 능동적 참여행위에 대한 관심이다. 독일의 문화에 대한 대학생들의 관심은 동시대의 독일인들이 일상적으로 향유하고 있는 문화적 실천에 집중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독일학’을 접하는 대학생들이 가장 관심을 두는 분야에 교육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독일의 대중문화에 대한 연구는 이에 필요한 전제조건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