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옥은 스스로 밝히기를 꽃과 물을 가장 사랑한다고 했다. 많은 호가 꽃과 관련되어 있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는 꽃을 깊이 사랑한 사람이었다. 물론 자연을 사랑한다고 해서 생태 글쓰기를 실현했다고 볼 수는 없다. 고전 시대 많은 작가들은 자연을 사랑하고 꽃 ...
이옥은 스스로 밝히기를 꽃과 물을 가장 사랑한다고 했다. 많은 호가 꽃과 관련되어 있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는 꽃을 깊이 사랑한 사람이었다. 물론 자연을 사랑한다고 해서 생태 글쓰기를 실현했다고 볼 수는 없다. 고전 시대 많은 작가들은 자연을 사랑하고 꽃을 가까이 했다. 그러나 이옥은 꽃을 격물치지의 관점에서 바라보지 않고 심미적으로 바라보아 개별적인 존재로 인식한다. 꽃을 개별적인 개성을 지닌 존재로 보고 꽃의 생태에서 새로운 깨달음을 들려주는 그의 글에서 생태 글쓰기의 가능성을 충분히 엿볼 수 있다.
이옥은 주로 생활 주변의 작고 연약한 사물들, 낮고 소외된 인간들에 대해 관심을 갖는다. 예컨대 그는 파리, 모기, 벼룩, 거미, 나비, 매미 등과 같은 곤충들이나 고양이 개구리 거북 같은 동물들, 거울, 돌 등과 같은 사물을 제재로 삼는다. 다양한 꽃과 나무, 물 등에도 깊은 애정을 보인다. 또 그가 기술 대상으로 삼은 인간들은 하인, 거지, 도둑, 사기꾼, 장인, 협잡꾼, 기사 등 사회적으로 배척받고 소외받는 시정의 인간들이며, 기녀, 궁녀, 열녀, 여염집 여인 등 여성들에도 관심을 갖는다. 그는 지금 여기의 경험 공간에서 제재를 취해 작고 보잘 것 없는 존재들에 대해 애정을 갖고 기술한다. 그는 관습을 거부하고 규범적인 언어를 해체하며 허위에서 벗어나 진정(眞情)을 담고자 한다. 이와 같은 그의 태도와 글쓰기 방식에서 충분히 생태 글쓰기를 이야기할 수 있다고 본다. 그가 자연 사물과 타자(他者)를 어떤 관점과 방식으로 나, 현실과 관련 맺게 하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연구자가 생각하는 생태 글쓰기의 제재는 사연 사물에 국한하지 않는다. 나를 둘러싼 모든 생명체, 이른바 주류에서 배척받고 소외된 타자(他者)를 꼼꼼히 관찰하고 교감하는 태도가 생태 글쓰기의 출발점이다. 나를 둘러싼 제반 환경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관찰해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고 그것과 교감해서 얻은 깨달음을 글로 옮김으로써, 인식의 전환을 유도하고 모든 존재가 소중하다는 자각에 이르게 하는 글쓰기가 연구자가 생각하는 생태 글쓰기이다. 이옥의 작품 분석을 통해 생태 글쓰기의 개념을 더욱 정밀하게 검토해보고 보편성을 얻도록 노력해볼 것이다.
연구자는 이옥의 작품 전편을 꼼꼼히 읽어가며 연구자의 입론에 필요한 내용을 선별해갈 것이다. 선별한 내용은 원문과 대조해 보아 번역의 상태를 체크한다. 연구자가 관심 갖는 내용은 자연과 사물을 제재로 하는 글, 다양한 인간 군상에 대한 내용이 드러난 글, 여성에 대한 인식이 드러난 글이다. 생태 글쓰기는 단순히 자연을 제재로 삼은 글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더 넓게는 타자(他者)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담은 글이 생태 글쓰기의 범주에 들어간다. 이옥의 작품을 통해 이와 같은 양상을 확인함으로써 생태 글쓰기가 단지 소재 차원에 머물지 않고 정신을 담은 글쓰기임을 말해보려 한다. 제재와 내용을 수집하고 나면 작품 속에 나타난 이옥의 생태 의식과 글쓰기 양상에 대해 살핀다. 그가 자연 사물과 타자(他者)를 어떤 태도로 바라보고 있으며, 이를 어떠한 방식으로 작품에 담아내고 있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이를 토대로 그의 생태 글쓰기가 갖는 의미를 규명한다. 박지원과 이덕무의 작품을 통해 정립한 생태 글쓰기의 개념을 적용해보고, 비교 검토해 봄으로써 생태 글쓰기의 개념을 재정립해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이옥의 문학에 나타난 그의 글쓰기 특성을 더 심층적으로 이해하는 한편, 생태 글쓰기의 확장 가능성까지 살펴볼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