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에서 밝히고자 하는 내용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는 1930년 10월 시카고에서 ‘재미한인사회과학연구회’가 출현하게 된 배경이다. 이는 곧 미주한인사회에서 사회주의운동이 발생하게 된 배경과 그 요인을 밝히는 일이다. 검토될 문제는 (1) 세계대공황의 영향, ...
본 연구에서 밝히고자 하는 내용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는 1930년 10월 시카고에서 ‘재미한인사회과학연구회’가 출현하게 된 배경이다. 이는 곧 미주한인사회에서 사회주의운동이 발생하게 된 배경과 그 요인을 밝히는 일이다. 검토될 문제는 (1) 세계대공황의 영향, (2) 미주지역 민족운동의 변화와 시카고 한인사회의 상황, (3) 국내와 일본, 중국 등지의 사회과학연구회와의 연결 가능성, (4) 코민테른(Comintern) 및 미국공산당(CPUSA)과의 관계 등이다. (4)의 문제와 관련해서는 최근 미국에서 출간된 조세핀 플라워(Josephine Flower)의『일본과 중국인 이민 행동주의자들: 미국 내의 조직과 국제공산주의 운동, 1919-1933』(Japanese and Chinese Immigrant Activists: Organizing in American & International Communist Movements, 1919-1933)이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둘째는 재미한인사회과학연구회가 지녔던 특징과 관련된 문제들로서, (1) 연구회의 목적과 강령, (2) 조직과 구성원, (3) 활동 방향과 내용, (4) 성과 및 의의에 대하여 검토하게 될 것이다. 특히 연구회의 구성원에 대한 분석에서는 각별한 자료 발굴노력이 필요하다. 현재까지 확인된 회원은 21명―즉 姜孤舟(또는 강해주), 高炳南, 金高麗, 김봉성(또는 김용성), 金太線, 金浩哲, 남궁인출, 南宮卓, 卞民平, 卞埈鎬, 常漢生, 吳天錫, 이신명, 李承澈, 李應永, 李在白, 李太初(또는 이태호), 趙重哲, 조상연, 한기도, 韓墨鷗(본명 韓世光)―이다. 이들 중 사회과학연구회에서의 활동과 관련하여 검토대상이 되었던 인물은 김호철 뿐이다. 본 연구에서는 다양한 자료를 활용하여 사회과학연구회 구성원들의 출신배경과 학력, 경력, 연구회 해체 이후의 활동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본 연구가 제대로 진척이 된다면, 재미한인사회과학연구회가 미주지역의 독립운동사뿐만 아니라 한국의 민족해방운동사에서 매우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아울러 세계공산주의운동사의 시각에서 보면 동아시아-태평양지역은 하나의 활동권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갖고 있다. 그러니까 블라디보스톡―상하이-서울―도쿄-샌프란시스코에 근거를 둔 사회주의자들은 동일한 목적을 위하여 함께 활동하고 있었다. 20세기 전반기 다양한 성격의 인물들이 환경과 조건이 서로 다른 지역에서 하나의 목적을 위하여 활동하고 있었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시카고의 한인사회과학연구회에 대한 연구의 지평은 훨씬 넓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