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사회가 과학기술문명의 발달로 물질적인 면에서는 풍요로워졌지만, 그로 인한 생태계 파괴, 인간과 자연의 분리, 생명경시와 생명파괴, 심지어 인간성 상실의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자연의 파괴는 자연이라는 물질의 파괴뿐만이 아니라, 자연이 담고 있는 생 ...
오늘날 우리사회가 과학기술문명의 발달로 물질적인 면에서는 풍요로워졌지만, 그로 인한 생태계 파괴, 인간과 자연의 분리, 생명경시와 생명파괴, 심지어 인간성 상실의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자연의 파괴는 자연이라는 물질의 파괴뿐만이 아니라, 자연이 담고 있는 생명적 가치, 부분과 전체가 분리되지 않는 하나의 유기적인 생명성, 상호의존성, 공생적 관계성, 종(種)의 다양성 등의 가치들도 파괴한다. 그로 인해 지금의 아이들은 생명의 본질을 모르는 채, 자연을 단순한 지배대상으로 파악하는, 반(反)생태적인 사회 속에서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풍토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생명을 중시하는 자연친화적 방향과 공생과 어울림의 방향, 즉 생태지향적인 삶을 지향해야 한다.
생태지향적 삶을 위해서 우선, 식물은 동물과 마찬가지로 생태계의 중요한 구성원이며, 우리가 원예활동을 통해 친숙하게 만나는 생명체임에 틀림없다. 이런 맥락에서 인간과 식물의 관계를 생각해볼 수 있는 원예활동은 개인의 주관적 취향의 문제만이 아니라, 도덕적인 삶의 중요한 부분으로 수용될 수 있다. 따라서 식물의 도덕적·존재론적 지위를 규정하고, 인간과 식물 간의 올바른 관계를 형성하며, 식물에 대한 인간의 도덕적 태도와 행위원리를 개발하는 식물윤리(ethics of plants)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
둘째, 현대인들의 삶의 패턴과 성향을 고려해 볼 때 도시원예(Urban horticulture) 활동은 현대인이 자연과 교감하는 방식이며, 그 과정을 통해 생태, 자연, 식물에 관한 중요성과 이를 대하는 도덕적 태도와 행위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다. 원예활동은 ‘감각체험’과 ‘행동체험’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고, 현대인들에게 부족한 ‘기르기 행동욕구’를 충족시켜 기다림을 배울 수 있는 활동이며, 나와 다른 존재에 대한 인정과 생명을 소중히 여겨 배려하는 마음, 그리고 인내심,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 수 있는 마음을 기를 수 있는 활동이다. 원예활동과정에서 얻는 정신적, 육체적 치료효과 및 식물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길러주는 생명교육으로서의 가치가 강조되고 있다. 인간의 양육하는 특성과 획득하는 특성을 모두 만족시켜 줄 수 있는 원예활동이 갖는 의미와 효과를 규명해볼 필요가 있다.
셋째, 전통과 현대 문화 속에 퍼져있는 식물들의 상징성을 찾아내고, 이와 관련된 일화의 윤리적 내용을 정리하고, 이를 토대로 아동들의 생태의식과 도덕적 감수성을 길러낼 수 있도록 '식물윤리'에 토대를 둔 원예활동 프로그램을 개발하고자 한다. 서양에서도 자연교육을 주장한 루소는 ‘땅’과 ‘자연’의 본질을 강조한다. 땅에 씨를 뿌리고 물을 주어 새싹이 움트게 하고 식물이 성장하도록 돕는 원예활동을 통해 어린이는 육체적 수고의 의미와 자연의 질서를 체득하게 된다. 그렇다면 시골(농촌)생활을 직접적으로 체험할 수 없는 도시 어린이들은 어떻게 땅과 자연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는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우리는 다시 루소에게 구하고자 한다. 루소가 말한 ‘원예사를 흉내 내는 일’, 즉 ‘생태적 원예활동’을 통하여 어린이는 도시(또는 도시 근교)에서 자연과 식물을 체험(식물재배와 정원 가꾸기 등)할 수 있다. 생태적 원예활동은 인간과 식물의 관계에 대하여 철학적으로 숙고·반성하게 한다. 자연에 민감한 어린이가 경험하는 자연활동은 ‘식물의 가치’, 즉 식물이 자연의 위계질서 가운데 차지하는 위치에 대하여, 그리고 ‘식물의 바른 성장을 돕는 의미’ 등을 고민하게 된다. 이 융합연구에서 생태적 원예활동을 통한 탐구공동체를 모색하는 것이 바로 이러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