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수서 말갈전의 내용을 토대로 하여 6세기말 7세기 초 고구려와 말갈의 관계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하는 것이다. 고구려 후기 말갈은 고구려와 함께 백제와 신라를 공격하였으며, 수나 당을 공격할 때에도 같이 참여하였다. 말갈 중 일부는 오히려 수나 당에 귀부 ...
본 연구는 수서 말갈전의 내용을 토대로 하여 6세기말 7세기 초 고구려와 말갈의 관계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하는 것이다. 고구려 후기 말갈은 고구려와 함께 백제와 신라를 공격하였으며, 수나 당을 공격할 때에도 같이 참여하였다. 말갈 중 일부는 오히려 수나 당에 귀부하여 오히려 고구려나 주변민족을 공격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말갈은 고구려 혹은 중국내 국가에 복속되어 전쟁에 참여하였다.
말갈이라는 명칭으로 처음 중국정사에 기록된 것은 수서 말갈전이다. 수서의 열전에서 가장 먼저인 열전 46권에는 동이를 다루고 있는데, 고구려(高麗라고 표기)를 가장 먼저 기록하였다. 이것은 당시 당에서 가장 껄끄럽게 여기고 있던 대상이 고구려였음을 의미한다. 실제 수서가 완성된 뒤 8년 후인 644년에 당 태종은 고구려를 침입하였다.
그러므로 당 태종은 수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주변국들에 대한 정보를 취합하였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취합된 정보는 당의 입장에 맞게, 당에 유리하게 윤색되어져 수서에 반영되었을 것이다. 사실 당태종은 자기에게 불리한 기록은 일체 남기지 않은 것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수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말갈에 대한 정보는 북제서를 편찬하는 과정에서 이백약이 수나라 사관이었던 아버지 이덕림의 기록을 참조하였듯이, 수의 기록을 이용하였을 것이지만, 여기에 돌지계(?~정관초)를 통해서 획득한 정보를 이용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수서 말갈전의 내용은 말갈이 속말부, 백돌부, 백산부, 불열부, 흑수부, 안거골부, 호실부의 7개의 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의 상대적인 위치와 병력수, 민족적 특징 등에 대해서도 기록하고 있다.
말갈은 고구려에 인접하고 있었는데, 거주지로 추정되는 지역이 고구려의 영역과 많은 부분에서 중첩된다.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해야만 고구려의 영역을 명확히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삼국사기에 고구려가 말갈(숙신)을 점령한 기사는 서천왕 1년의 기록밖에는 없다. 하지만 광개토대왕릉비문에는 광개토왕 군사를 파견하여 직신(숙신, 말갈)의 영역을 돌아보았다는 기록이 있다.
이는 고구려에서 말갈의 영역을 점령하였고 계속 지배하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지배는 언제까지 지속되었을까 하는 점과, 어떤 방식으로 지배하고 있었는가 하는 점을 밝히고자 한다.
고구려 후기 고구려와 수․당이 전쟁을 치루는 과정에서 등장하는 말갈에 대해서 명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 다음의 사항을 밝히고자 한다.
첫째, 말갈의 영역과 고구려의 영역이 많은 부분에서 중복된다. 이것이 말갈이 고구려를 정복하고 거주하다가 말기에 고구려에서 되찾은 것인지, 아니면 고구려의 영역 내에 말갈이 거주하고 있었던 것인가 하는 점이다.
둘째, 고구려의 영역 내에 거주하던 말갈이 한반도에 있던 말갈과 같이 예맥계말갈인지, 아니면 숙신계 말갈인지 하는 점이 밝혀져야 한다. 또 왜 예맥을 말갈이라 기록하였는지 하는 것이다.
셋째, 예맥계 말갈이라면 말갈 7부가 모두 예맥계인지 아니면 일부는 숙신계인지 하는 점이 밝혀져야 한다. 일부만이 예맥계라면 말갈 7부 중 어느 것이 예맥계이고, 어느 것이 숙신계인지 하는 점을 파악하고자 한다.
넷째, 전체가 숙신계라면 이들 숙신계 말갈이 어떻게 고구려 영역에 거주하게 된 것인지 하는 점이 밝히고자 한다.
다섯째, 숙신계 말갈이 고구려의 영역 내에 거주하게 되었는가 하는 점이 밝혀져야 한다.
여섯째, 고구려에서는 고구려의 영역 내에 거주하고 있던 이민족인 말갈인들을 어떻게 지배하였는가 하는 점을 파악하려고 한다.
일곱째, 고구려의 영역 밖에 거주하고 있던 말갈인들과 고구려의 관계는 어떠하였으며, 고구려에서는 이들을 어떻게 관리하였는가 하는 점을 밝히고자 한다.
이러한 연구가 진행되었을 때 고구려 후기 이민족에 대한 지배 방식과 영역내의 이민족의 지배 방식이 밝혀질 것이다. 또한 발해의 건국자인 대조영의 출자에 대한 의문점도 밝혀지리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