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차 연구내용
고전논리학과 단순 진리론(T-inference)을 받아들이면, 거짓말쟁이 문장이 역설을 낳는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로부터 거짓말쟁이 역설을 낳는 거짓말쟁이 문장을 어떻게 보고 그 역설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는 논리학에서 매우 오랜 문제 ...
-1년차 연구내용
고전논리학과 단순 진리론(T-inference)을 받아들이면, 거짓말쟁이 문장이 역설을 낳는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로부터 거짓말쟁이 역설을 낳는 거짓말쟁이 문장을 어떻게 보고 그 역설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는 논리학에서 매우 오랜 문제이다. 이에 대한 가장 일반적인 해결책으로 제시되는 것은 거짓말쟁이 문장은 동시에 참이면서 거짓인 문장이라고 보는 견해(진리치 과잉 이론: Glut Theory)와 거짓말쟁이 문장은 참도 거짓도 아니라고 보는 견해(진리치 틈새 이론: Gap
Theory)이다. 전자의 견해에 따르면 거짓말쟁이 문장은, 그 문장과 그 문장의 부정 둘 다 참이라는 점에서 양진문장(dialetheia)이다. 거짓말쟁이 문장을 양진문장으로 보는 견해는 거짓말쟁이 문장을 무모순율(Law of Non-Contradiction: LNC)에 대한 반례로 여기는 셈이다. 과연 거짓말쟁이 문장은 LNC의 반례인가? 이것이 1차년도 연구과제이다.
거짓말쟁이 문장이 양진문장이어서 LNC의 반례라는 주장에 대하여 평가하기 위해서는 거짓말쟁이 역설에 대한 일반적인 논의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궁극적으로 진리치 과잉이론에 대한 비판이 본 연구의 주된 내용이지만, 이에 앞서 진리치 틈새 이론에 대하여 평가를 하고자 하였다. 왜냐하면 진리치 틈새 이론이 성공적이라면, 진리치 과잉 이론에 토대하여 거짓말쟁이 문장이 LNC의 반례라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을 것이기 때문이다. 진리치 틈새 이론은 크립케(S. Kripke)가 1975년 발표한 “Outline of a Theory of Truth”가 대표적이지만, 최근 2004년 모드린(T. Maudlin)이 출간한 Truth and Paradox와 필드(H. Field)가 2008년에 발표한 Saving Truth from Paradox가 크립케의 틈새 이론의 문제를 보완, 발전시켰다.
모드린은 토대론적(foundational) 의미론에 기초하여 근거 있는 문장과 근거 없는 문장의 개념을 설명한다. 이로부터 모드린은 거짓말쟁이 문장은 근거 없는 문장임을 논증한다. 그러나 모드린의 의미론에 따르면, 거짓말쟁이 문장이 참이 아니지만, “거짓말쟁이 문장은 참이 아니다”는 주장도 참이 아니게 된다. 이러한 문제에 부딪혀서 모드린은 진리와 주장가능성 개념을 구별한다. 한편 필드는 크립케 스타일의 진리치 틈새 이론이, 소박한 진리론(naive theory of truth)을 유지할 수 없거나 (심지어는 동일률도 거부해야 하는 상황에 부딪힌다는 점)과, 강화된 거짓말쟁이 역설(strengthened liar paradox)이라는 복수의 문제(revenge problem)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그는 실질적 함축과 구별되는 조건 연결사(→)를 도입하여 첫 번째 문제를 해결하고, ‘defectiveness’라는 개념 규정을 통해서 두 번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요컨대 모드린과 필드는 거짓말쟁이 문장이 LNC의 반례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셈이다. 본 연구는 모드린과 필드의 크립케 스타일 진리치 틈새 이론에 대한 평가를 토대로 거짓말쟁이 문장이 LNC의 반례라는 프리스트(G. Priest), 볼(JC. Beall) 등의 주장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평가한다. 또한 양진주의자들이 모든 명제는 참이라는 견해(trivialism)를 피하기 위해서 일반적으로 받아들이는 초일관주의 논리(para-consistent Logic)의 문제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평가한다.
-2년차 연구내용
메이어(E. Mares)는 양진주의를 의미론적 양진주의와 형이상학적 양진주의로 구별하였다. 의미론적 양진주의에 따르면, 양진문장이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실재 세계에 모순이 존재하지 않으며 실재 세계가 비일관적인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서 참인 모순은 일관적인 세계를 기술하는 언어의 문제일 뿐, 실재 세계에 모순이 존재하거나 관찰 가능한 모순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 반면에 형이상학적 양진주의는 실재 세계가 일관적이라고 가정해야 할 필요가 없으며, 실재 세계에 모순이 있다고 주장한다. 메이어는 프리스트(G. Priest)를 형이상학적 양진주의자라고 분류하지만, 프리스트는 이 점에 대해서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프리스트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에서 모순이 관찰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관찰 가능한 세계가 모순적인 것도 아니라고 주장하는 한편, 그는 진리 대응설을 비롯한 어떤 진리 이론도 양진주의와 양립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참인 모순문장이 있다는 양진주의를 받아들이면서 동시에 진리 대응설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참인 모순이 객관적 세계에 존재해야 하고 원칙적으로 관찰 가능하다고 주장해야 할 것이다. 2년차 연구가 다루고자 하는 첫 번째 문제는 바로 양진주의와 진리 대응설이 양립가능한가이다.
볼(JC. Beall)과 컬리반(M. Colyvan) 등은 경험세계가 일관된 것이라고 가정해야 할 이유가 없으며, 모순이 실재 세계에 존재하지 않고, 따라서 관찰 가능한 모순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프리스트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명백하게 형이상학적 양진주의를 옹호한다. 이 글이 다루고자 하는 두 번째 문제는 경험세계에 모순이 존재하는가, 즉 관찰 가능한 모순이 존재하는가이다. 크룬(F. Kroon)과 베르토(F. Berto) 등은 형이상학적 양진주의를 비판하면서 실재 세계의 무모순성을 지지한다. 과연 관찰가능한 모순이 존재하는가?
타코(T. Tahko)는 경험세계는 일관된 세계이며 모순적일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무모순율(이하, LNC)을 논리적 원리 이전에 세계의 구성 원리로서 일종의 형이상학적 원리라고 주장한다. 이 글이 마지막으로 답하고자 하는 문제는 LNC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이다. 즉 LNC를 단순히 인간의 사고와 언어의 원칙이라고 보아야 하는 것인지, 보다 근본적으로 세계를 구성하는 원리이며 세계의 존재에 대하여 모종의 제한을 가하는 형이상학적 원리인지의 문제이다. 이 문제는 두 번째 문제와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LNC가 세계의 존재에 대해서 제한을 부여하는 기본적인 원리라는 타코의 논증이 옳다면, 관찰 가능한 경험세계에 모순은 존재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상의 문제에 대해서 2년차의 연구의 결론은 진리 대응설과 양진주의는 양립하기 어렵고, 실재 세계에서 관찰할 수 있는 모순은 존재하지 않으며, 실재 세계는 일관적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그리고 LNC는 우리의 사고나 언어의 기본법칙일 뿐만 아니라 형이상학적 원리라고 주장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