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년차 과제
제목 : 「구비설화 속 속신(俗信)의 형태와 구술담화적 기능 - ‘도깨비이야기’를 중심으로」
이 논문은 한국인의 삶과 상상력이 만들어낸 도깨비이야기 속 속신들을 통해 그 속에 내포된 민간의 의식과 도깨비속신의 구술담화적 기능에 대해 살핀 것이다 ...
1. 1년차 과제
제목 : 「구비설화 속 속신(俗信)의 형태와 구술담화적 기능 - ‘도깨비이야기’를 중심으로」
이 논문은 한국인의 삶과 상상력이 만들어낸 도깨비이야기 속 속신들을 통해 그 속에 내포된 민간의 의식과 도깨비속신의 구술담화적 기능에 대해 살핀 것이다.
도깨비는 “사람의 손 사이에 끼어서 다닌다.”라고 할 정도로 우리 민간의 삶에서 익숙한 존재이다. 실제로 도깨비를 만났다는 사람도 많고, 도깨비터에서 살았다는 경험담도 많으나 실상 도깨비는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인간의 무의식과 상상력이 만들어내 기괴한 존재인 ‘귀물(鬼物)’이다. 이러한 도깨비이야기 속에는 수많은 속신들이 존재하는데, 이것들은 민간의 의식을 반영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먼저 속신에 내포된 민간의 의식을 살펴보기로 하겠다.
첫째, 도깨비는 사람의 형상으로 묘사되어 인간과 공존하고 있다. 그 형상을 보면 “사람의 형상인데, 키가 팔대장승처럼 크다.”, “상반신 또는 하반신만 보인다.”, “올려다보면 무진장 커지고, 내려다보면 한없이 작아진다.” 하여 사람과 비슷하지만, 그렇다고 온전한 사람은 아니다.
그런데 귀물인 이 도깨비와 사귀게 되면 재물을 얻어 부자가 되기도 하는데, “오래 사귀면(교접하면) 몸이 상한다.” 하여, 인간이 지나치게 도깨비와 친밀하면 화를 당하고 목숨까지도 위태롭다고 경고한다. 이러한 도깨비는 그 정체가 피, 특히 여성의 월경혈(月經血)과 결부되어 있는데, 이에 대한 속신으로는 “사람의 피, 특히 여자의 월경혈이 묻은 물건을 버리면 도깨비가 된다.”라는 속신이 있다. 이러한 속신의 기저에는 피에 대한 원초적인 생명력과 함께 월경혈에 대한 부정과 공포의 정서가 내포되어 있다.
둘째, 도깨비속신에는 민간의 욕망이 투사되어 있다. 도깨비이야기를 보면 “도깨비와 사귀면 부자 된다.”라는 속신을 모태로 갖가지 속신을 생성시키면서,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부(富)와 명예에 대한 민간의 소망을 펼쳐나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여기에는 “도깨비는 금이 묻힌 장소를 알고, 물의 근원을 안다.”, “도깨비는 무엇이든지 나오는 도깨비방망이를 가지고 있다.”, “도깨비는 돈을 꾸어주면 갚은 것을 잊어버리고 자꾸 갚으러 온다.”, “도깨비가 노는 장소는 명당이다.”, “도깨비는 위인을 알아본다.” 등의 속신이 등장하여 민간의 소망을 대변하면서 이야기를 엮어나가고 있다. 또한 이러한 이야기들에는 도깨비와 사귀는 방법, 도깨비의 능력, 도깨비와 맞서는 인간의 대응 등이 속신을 통해 구체화되고 있다.
셋째, 도깨비속신에는 민간의 음양오행관(陰陽五行觀)이 반영되어 있는데, 여기에는 음양의 조화를 통해 질서와 균형을 유지하고자 하는 민간의 사고가 내재해 있다. “도깨비는 돌의 음양을 맞추어 쌓기 때문에 도깨비가 쌓은 둑이나 다리는 홍수에도 무너지지 않는다.”라는 속신이 대표적인 음양오행관의 반영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음양오행관의 반영에는 ‘말[馬]ㆍ흰색ㆍ왼쪽’이라는 양(陽)의 기운과 신성함으로 음(陰)의 기운을 지닌 귀물(鬼物) 도깨비를 퇴치하려는 민간의 대응방식이 잘 드러나 있다. 여기에 따르는 속신들로는 “도깨비는 백마(白馬) 피를 무서워한다.”, “도깨비는 흰개, 흰장닭, 흰사발도 무서워하고, 말대가리, 말뼉다귀, 말자지, 말껍데기도 무서워한다.”, “도깨비와 씨름할 때는 왼쪽다리를 걸어야 넘어뜨릴 수 있다.”, “도깨비에게 홀린 사람은 왼쪽신발을 벗어서 뺨을 때리면 깨어난다.” 등이 있다. 이러한 속신들은 전래의 동양철학인 음양오행설(陰陽五行說)에 기반을 두고 형성된 것들이라고 할 수 있다.
넷째, 우리 민간에서는 동일한 대상인 도깨비에 대해 상호 대립하거나 상호 모순되는 두 감정인 ‘양가감정(兩價感情)’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도깨비를 교제와 활용의 대상으로 여김과 동시에 퇴치의 대상으로 여긴다. 그래서 도깨비를 적절히 활용하고 적당한 때에 퇴치하기 위한 묘안으로 ‘금기ㆍ대처ㆍ예방’의 형태로 속신을 구성해 내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금기의 속신으로는 “고기를 들고 밤길 가지 말라.”, “여자들은 빗자루 등을 깔고 앉지 말라.”, “도깨비불을 보고 손뼉을 치지 말라.”, “도깨비를 본 곳에서 돌아서 가지 말라.” 등이 있다. 그리고 대처의 속신으로는 “도깨비에게 얻은 재물로는 땅을 사라.”, “도깨비배를 따라가거나 쫓겨가면 파선하니 들이받아라.”, “도깨비는 위에서 때려야 죽는다.” 등이 있다. 예방의 속신으로는 “벼락 맞은 나뭇가지를 가지고 다니면 도깨비를 물리칠 수 있다.”, “배를 탈 때는 며느리발톱으로 동곳을 하면 도깨비를 피할 수 있다.”, “질경이풀로 짠 기름으로 초롱불을 켜면 도깨비가 보인다.” 등이 있다.
이러한 속신들 중 특히 ‘벼락 맞은 나뭇가지’와 연관된 속신은 오늘날까지도 유의미함을 볼 수 있는데, ‘벼락 맞은 나무로 도장을 새겨 몸에 지니면 액운을 피하고 잡귀가 범접하지 못한다.’고 믿는 것에서 민간 속신 전승의 지속성을 알 수 있다. 때문에 도깨비라는 존재가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생활속신의 일정부분은 오늘날까지도 그 맥을 이어가며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도깨비속신의 구술담화적 기능을 살펴보면, 속신은 이야기의 소재 구실을 하면서 또한 서사구조를 결정짓는데, 특히 도깨비이야기는 핵심적인 속신을 기반으로 담화를 구성해 나가면서 거기에 부가적인 속신들을 투입시킴으로써 하위유형과 각편(各篇, version)을 만들어내고 있어 주목된다. 즉 도깨비라는 가공의 존재를 만든 후, “도깨비와 사귀면 부자가 된다.”라는 속신을 부여하여 민간의 부(富)와 명예에 대한 욕망을 투사해 내고 있다. 그리고 거기에 도깨비와 사귀기 위한 부가적인 속신들이 투입되면서 도깨비이야기의 하위유형과 각편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일례를 들자면 “도깨비는 개고기를 좋아한다.”라는 속신을 기반으로 도깨비에게 개고기를 대접하는 방식으로 접근해 도깨비와 사귀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과 도깨비와의 사귐은 비정상적인 관계이다. 따라서 이 관계를 지속시키려는 인간의 끊임없는 욕망을 제어하기 위한 속신도 주어지는데, 그것은 바로 “도깨비는 언젠가 주었던 재물을 도로 빼앗아간다.”라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이것을 막을 방법을 강구하게 되고, 이로 인해 다시금 대처의 속신이 주어지게 된다. 그래서 등장하게 되는 것이 “도깨비에게 받은 재물로는 땅을 사야 한다.”, “도깨비는 백마(白馬)의 피를 무서워한다.” 등의 속신이다. 결국 도깨비가 땅은 떼어가지 못하기 때문에 땅을 사서 재물을 보전하고, 백마(白馬) 피를 이용해서 도깨비를 쫓는 것이다.
이렇듯 도깨비이야기는 속신을 매개체로 이야기가 생성되어 순환하며 확산되는 특징을 보이는 것이다. 이는 도깨비이야기 속의 속신들이 담화를 구성하는 긴요한 장치가 되어 이야기를 재생산해 내는 데에 기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2. 2년차 과제
제목 : 「구비설화 속 속신(俗信)의 형태와 구술담화적 기능 - ‘호랑이이야기’를 중심으로」
이 논문은 구비설화 속 호랑이 관련 속신(俗信)의 형태와 성격, 그리고 호랑이속신의 구술담화적 기능에 대해 살핀 것이다. 구비설화 속 호랑이속신의 형태는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본 논문에서는 이것들 중 특히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호식(虎食)’, ‘구술담화 속 호랑이의 생태(生態)’, ‘인륜(人倫)의 재조명’ 등과 관련된 속신을 중심으로 살피면서 그 성격을 짚어보았다.
호랑이가 흔하던 시절, 그것도 국토의 70%가 산인 우리나라에서 심심찮게 일어났던 호식은 민간 삶의 안녕을 해치는 가장 위협적인 요소였다. 조선왕조는 건국 초기부터 호환(虎患)으로 골머리를 앓았는데, 태종 2년(1402년) 경상도에서만 호랑이에게 피해를 당해 죽은 사람이 무려 수백 명에 달했다. 그래서 밭을 갈고 김을 맬 수조차 없어 생계에 위협이 될 정도였다고 한다. 특히 산악지대인 강원도에서는 “아들 4형제는 낳아야 하나를 차지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호식은 일상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러다보니 호식과 관련된 호랑이속신은 민간 삶에 내면화된 호식에 대한 공포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공포는 공포로 그치지 않고, 그 공포에 대응하는 심리적ㆍ행동적 양식들을 생성시키고 있다.
인간이 공포와 맞닥뜨리게 될 경우, 심리적 파국을 피하고 자아의 붕괴를 막기 위한 행동양식으로 흔히 방어, 도피, 공격 등의 태세를 취하게 되는데, 이것은 적응기제(適應機制: 두렵거나 불쾌한 상황, 욕구불만 등에 처했을 때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하여 자동적으로 취하는 적응행위)가 작동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속신들에는 호식을 피하는 도피, 호식을 원천봉쇄하는 적극적 사전(事前) 방어와 재발방지 방어, 그리고 호랑이에게 선제공격을 가하는 공격 등의 방식이 수용되고 있다.
도피의 방식을 보면, 속신에는 “호식 팔자는 따로 있으며, 공(功)도 필요 없다.”라고 한다. 그래서 운명적으로 호식 팔자를 타고 난 자식은 ‘절로 보내거나 집에서 내보내’ 호식을 면하게 한다.
방어의 방식에는 “호식당한 집안은 또 호식을 당한다.”라는 속신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호식당한 집안과는 혼인을 하지 않는다.”라는 사전(事前) 봉쇄와 “호식당한 사람의 제사 때는 흰죽을 쑤어 문밖에 둔다.”라는 재발방지 방어가 있다. 호식당한 집안이 또 호식을 당하는 이유는, 속신에 “호식당한 사람의 혼(魂)은 저승에도 가지 못한 채 호랑이의 앞잡이가 되어 호랑이밥을 지목해 줘야 한다.”라고 하는데, 호랑이의 앞잡이가 호랑이를 가족에게로 이끌기 때문이다. 그리고 호식당한 사람의 제사 때 흰죽을 쑤어 두는 이유는, 흰죽을 문밖에 두면 호랑이가 와서 먹고 가는데, 죽을 두지 않으면 다시 호식을 하는 등 해코지를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공격의 방식으로는, 호랑이 앞잡이가 호식당할 사람에게 꽂아둔 깃대를 제거하고 호랑이를 때려잡는 선제공격을 들 수 있다. 이 공격기제는 실재성을 가지고 집단적 행동양식으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호식이 빈번한 지역에서 ‘저녁때면 마당에 간짓대(대나무로 된 긴 장대)를 벌여놓는 것’이다. 이것은 호랑이의 접근을 막는 방어수단에 해당할 수도 있지만, 담화 상 호랑이에게 미치는 영향을 보면 강력한 공격수단이 됨을 알 수 있다. 민간에서는 밤에 울타리나 평상, 툇마루 등에 이 장대를 걸쳐놓고 자는데, 호랑이가 이 장대를 건드리게 되면 요란한 소리와 함께 장대가 떨어지게 되고, 이에 놀란 호랑이는 도망을 치게 된다. 이것을 두고 민간에서는 ‘빈총 맞았다’고 한다. 그래서 간짓대에 당한 호랑이는 ‘빈총이나 맞고 다닌다고’ 산신령에게 혼줄이 나고, 쫓겨나 다시는 사냥놀음도 못하게 된다. 그 이유는 “호랑이는 산신령이 밥을 지목해줘야 먹을 수 있으며, 산신령의 허락 없이는 어떤 짐승도 못 잡아먹는다.”라는 속신 때문이다. 때문에 이러한 집단적 공격 방식은 해당지역에서 풍속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집단적 속신의 배경에는 예로부터 민간에 전승되어 오던 산악신앙(山岳信仰)이 결부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호랑이의 생태나 습성과 연관된 호랑이속신은 호랑이의 자연적 생태보다는 민간의 상상력에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호랑이의 생태나 습성에 대한 상상력은 민간의 소망을 풀어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여기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속신이 바로 “호랑이가 제 굴에 들어갈 때는 꽁무니부터 들이밀고 들어간다.”이다. 이처럼 상상력에 기초한 속신을 담화에 투입시키게 되면, 총 든 포수도 못 잡는 호랑이를 노인이 맨손으로 때려잡게 만든다. 그런가하면 호랑이의 생태와 관련된 속신의 기저에는 민간의 경험이나 관찰을 통해 얻게 된 동식물의 자연 생태적 속성이 반영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여기에 해당하는 속신으로는 “호랑이와 매는 한번 잘 먹은 곳은 뼈다귀가 하얗게 남아도 다시 가본다.”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호식당한 터에 집을 지으면 호랑이가 다시 찾아온다.”라는 속신과도 연결된다.
인륜을 반영한 호랑이속신으로는 효(孝)와 열(烈)에 대한 보호와 보살핌, 은혜 갚음, 인간사의 인지상정(人之常情) 등을 담은 속신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따르는 속신으로는, “호랑이는 효자(효부, 효녀, 열녀)를 돕는다.”, “호랑이도 은혜를 갚는다.”, “호랑이도 제 새끼 예뻐하면 좋아한다.” 등이 있다. 이러한 속신을 내포한 이야기들은 호랑이라는 대상의 전이(轉移)를 통해 인륜을 재조명하고, 인간사의 패륜을 바로잡아 공동체의 안녕을 도모하려는 의도가 반영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가문의 번영에 집착하는 ‘호식명당(虎食明堂)’ 속신도 있는데, 여기에는 사회가 요구하고 민간이 수용했던 윤리와 사회규범이 민간의 정서 속에 내면화된 순응적 태도로 드러나고 있다. 이에 해당하는 속신으로는 “상주(喪主) 세 명이 호식당해야 발복(發福)하는 명당이 있다.”, “종부(宗婦)가 호식당해야 발복하는 명당이 있다.” 등이 있다.
그리고 호랑이속신의 구술담화적 기능을 살펴보면, 구비설화 속 호랑이속신은 담화 속에서 신빙성을 담보하고, 담화 내에서 기능하는 강한 구속력을 바탕으로 민간의 삶과 사유를 지배한다. 그런가하면 한편으로는 민간의 소망을 대변하면서 또한 담화를 풍성하게 하여 이야기판을 풍요롭게 해주기도 한다. 민간의 소망을 대변하는 속신으로는 “호랑이가 제 굴에 들어갈 때는 꽁무니부터 들이밀고 들어간다.”가 있으며, 담화를 풍성하게 하는 속신으로는 “호랑이의 속눈썹을 눈 위에 얹고 보면, 호식당할 사람이 개로 보인다.”, “호랑이는 호랑이눈썹으로 보아 짐승으로 보이는 사람만 잡아먹는다.” 등이 있다.
뿐만 아니라 호랑이속신은 개별 이야기로 존재하는 각편(各篇, version)들 사이의 인과관계를 성립시켜 동일한 유형으로의 인식을 가능케 하는 매개체 역할도 한다. 여기에 해당하는 속신으로는, 앞에서 예로 든 호식당한 집안이 또 호식을 당하는 것과 관련된 속신이 있으며, “밤나무 천 그루를 심으면 호식을 면한다.”, “호랑이는 고슴도치를 무서워한다.” 등의 속신도 여기에 해당된다. 이러한 속신들이 내포된 이야기의 각편들만으로는 그 인과관계를 파악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야기 속에 내포된 속신의 생성요인을 탐색하다보면 속신들 사이의 맥락이 드러나 이야기들의 유형 분류가 가능하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속신들은 긴밀한 유기성으로 담화 선상에서 개연성과 타당성을 보증해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