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1930년대 한국, 중국, 일본의 영화에서 재현된 신여성 양상을 비교 분석하는 기획이다. 영화에서 재현된 신여성은 이 시기 각 나라의 모더니티, 국가, 젠더, 영화관객성의 접합으로서 의미를 가진다. 전시체제라는 위기적 상황에서 십여 년간 영화가 국가적으로 ...
본 연구는 1930년대 한국, 중국, 일본의 영화에서 재현된 신여성 양상을 비교 분석하는 기획이다. 영화에서 재현된 신여성은 이 시기 각 나라의 모더니티, 국가, 젠더, 영화관객성의 접합으로서 의미를 가진다. 전시체제라는 위기적 상황에서 십여 년간 영화가 국가적으로 어떻게 변화한 모습으로 생산되고 수용되었는지를 면밀한 안목으로 살펴봄으로써, 한국영화학 및 동북아 문화교류 연구에 새로운 분석틀과 연구 기반을 수립하고자 한다.
1930년대 동북아 국가의 중요 담론이었던 신여성 담론이 영화에 반영되는 방식을 살펴보는 것은 당대 사회의 의식이 담겨있는 역사적인 증거물에 마주대함에 다름없다. 1930년대는 한중일 모두 비슷한 영화적 발전단계를 거친다. 1930년대 초기 서양문물인 영화를 모방함으로써 자국 무성영화의 토착화를 꾀하고, 1930년대 중반기에는 발성영화로의 전환을 맞이하며 일대 변화를 보인다. 또한 사회주의 리얼리즘 영화, 일명 경향 영화가 활발하게 제작되고, 한중일 문화예술인들의 교류가 눈에 띈다. 그러다가 1937년 이후 중일전쟁 발발을 계기로 동북아 국가들은 전시체제에 돌입하고, 영화는 강력한 국가의 통제에 들어가는 변화를 공유한다. 또한 이 시기에 대중문화로서 핵심적인 역할을 영화가 수행하면서 영화 스타가 대중을 사로잡는 중요한 아이콘으로 기능한다.
1930년대는 동북아 국가에서 신여성 담론이 활발하게 형성되는 시기였다. 신여성은 20세기 초, 세계 전역에 걸쳐 나타난 사회적 현상이적 문화적 상징이었다. 특히 조선과 중국의 신여성 현상은 식민주의 담론과 이에 대한 지식인들의 반박과 전유가 이루어지는 젠더 정치학의 지형 속에서 전개되었다. 신여성은 전통과 근대, 낡은 것과 새로운 것, 민족적인 것과 외래적인 것이라는 대립을 동반하면서 새로운 규범을 만들어낸다. 신여성을 다루는 많은 매체들에서 남성의 욕망의 목소리를 더 자주 듣게 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신여성이라는 신인류의 출현에 당황하고 자신의 욕망을 투사하는 남성 지식인들의 담론 행간에 여성의 목소리 또한 삽입되어 있다는 점이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 영화 텍스트에는 배우, 관객, 유행, 담론 등 다양한 요소들이 구성되기에 남성의 욕망의 시선 외에 결을 거슬러 읽음으로써 여성의 목소리를 찾아내는 작업 또한 가능하다.
젠더는 근대국가의 중요한 조직 원리이며, 통치체제의 변화는 젠더 관계에 일대 변화를 가져온다. 이러한 젠더 재구성의 메커니즘과 관련하여 누가, 어떤 방식으로 젠더 정체성을 특정 방향으로 규정해나가는가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여기에는 정치, 정책, 미디어, 일상생활, 풍속 등이 다방면에서 작동한다. 특히 국가 위기 상황으로 이행하는 과도기의 새로운 사회 질서 속에서 영화 텍스트에 재현된 젠더 이미지는 더욱 강고해지고 명확해진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영화 텍스트는 통치 권력, 창작자의 의지, 관객 집단의 욕망, 당대의 집단 무의식 등이 복합적으로 결합되어 나타나므로 재현된 이미지가 주는 의미망은 긴장감을 보이고 모순적인 틈새를 보인다.
본 연구는 이러한 시대적 배경 속에 신여성이 출연하는 1930년대 한중일 영화 텍스트에 대한 내용적, 형식적 분석을 통해 국가, 모더니티, 젠더, 영화관객성이 절합하는 방식을 탐구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진행하고자 한다.
첫째, 1930년대 한중일 영화의 변화상을 신여성 재현의 분석을 통해 탐구한다. 영화가 대중문화의 중심에 자리 잡으면서 꽃피웠던 1930년대 초반에서 선전 계몽 미디어로 변용되기 시작하던 1930년대 중후반의 영화계 내부와 외부를 둘러싸고 벌어지던 일련의 변화와 담론들을 정리한다. 영화를 둘러싼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차원을 다층적으로 탐구하여 한중일 영화를 비교 연구함으로써 세 나라 영화의 차이점과 유사성을 논리적으로 규명한다.
둘째, 1930년대 정치담론 속에서 형성된 모더니티 및 국가 담론이 영화 텍스트의 신여성 재현에 어떻게 적용되었는지 탐구한다. 스타 기호를 중심으로 재현된 신여성 이미지의 다층적인 차원을 분석함으로서 영화가 국가 및 사회와 맺는 관계망을 중심으로 연구결과를 이론화한다.
셋째, 한국영화를 주변국과 맺는 관계 속에서 살펴봄으로써 동북아 내에서 한국영화의 정체성을 정립하고, 한국영화를 초국가적으로 탐구한다. 중국과 일본과의 영화적 영향과 교류의 흔적을 영화 텍스트 내재적으로 정의하여, 한국영화의 트랜스내셔널리티의 기원을 탐색할 것으로 기대한다.
넷째, 이상과 같은 학문적 성과를 바탕으로 동북아 영화 비교연구의 진척을 기하고, 후속 연구를 유도하며 교육 현장과의 연계를 시도함으로써 아시아영화학 및 한국영화학의 저변을 확대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