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상과 자료
본 연구의 대상은, ① 각종 인쇄물을 포함한 ‘문자미디어’, ② 사진, 영화, 라디오 등의 ‘시청각미디어’, ③ 물질적 장치와 의례 등 몸을 통해 경험, 감각되는 여러 장치들을 포함하는 ‘신체적 미디어’로 나뉜다. 각 미디어별로 원자료의 형태와 보존상태에 ...
1) 대상과 자료
본 연구의 대상은, ① 각종 인쇄물을 포함한 ‘문자미디어’, ② 사진, 영화, 라디오 등의 ‘시청각미디어’, ③ 물질적 장치와 의례 등 몸을 통해 경험, 감각되는 여러 장치들을 포함하는 ‘신체적 미디어’로 나뉜다. 각 미디어별로 원자료의 형태와 보존상태에는 큰 편차가 있지만, 간접적으로 식민지시기의 관찬자료들과 당시 미디어 검열을 담당했던 경찰측의 조사자료 등을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총독부의 선전, 검열정책의 실상을 알려주는 내부문서는 아주 드물게 남아 있고 시기적 분포도 고르지 못하므로, 당시의 신문, 잡지 기사 등을 적극 활용하는 한편, 총독부 관리들을 비롯한 관련인사들의 개인적 회고록이나 개인자료들을 최대한 발굴하여 이용할 것이다.
2) 연구방법
본 연구는 기본적으로 문헌연구를 통한 역사적 접근방법을 취하며, 내용분석과 병행해서, 연구대상인 각 미디어의 형식과 각각의 매체나 장르, 재현방식에 따라 기호학적, 화용론적 접근을 시도할 것이다. 일본 본국정부는 물론, 여러모로 조선총독부와 비교가 되는 타이완총독부, 만주국까지를 폭넓게 아우른 비교연구와, 서로 연속적이지만 성격이 다른 1920년대와 1930년대의 두 시기에 대해서도 비교연구를 수행하려 한다.
3) 분석틀
본 연구에서는 ‘국가효과’와 관련해서 총독부의 전략을 크게 ① 지배의 공고화 즉 식민국가로서 총독부의 위상을 확립하는 ‘국가 프로젝트’와, ② 조선사회 전반에 걸쳐 헤게모니를 창출하는 ‘헤게모니 프로젝트’의 두 차원으로 나누어서 보려고 한다. 지배의 공고화는 조선사회 내부에 대해서는 총독부가 조선왕조를 계승/대체하여 주권을 장악한 합법적이고 유일한 정부라는 것을, 대외적으로는 제국정부와 재외조선인, 외국에 대해 ‘조선’이라는 단일한 정치단위를 기정사실화, 공고화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조선사회에 대한 헤게모니의 창출은 한편으로는 옛 조선의 부패와 낙후성에 대해 총독부의 ‘근대적 施政’의 성과를 부각시키고, 다른 한편으로는 동화정책과 천황제 이데올로기의 반복적 주입을 통해 조선을 제국질서 속으로 확고히 편입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런데 이 두 과제를 위한 근간을 이루는 것은 ③ 조선사회에 대한 조사와 조선의 객관화/대상화(objectification)이다. 우리는 특히 이 ‘사실’의 생산과 객관화에 주목한다. 그 ‘사실’들은 식민권력의 직접적인 정치선전과 다소 무관한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조선에 대한 ‘사실’들을 생산․확정하는 과정에서 식민권력은 다층적 수준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던 것이며, 그렇게 생산된 사실들에 의해 헤게모니경쟁의 대상이 되는 ‘조선사회’의 그림이 그려졌던 것이다.
4) 개별 미디어와 관련한 연구과제
본 연구의 대상으로 설정한 ① 문자미디어, ② 시청각미디어, ③ 신체적 미디어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위와 같은 분석틀에 입각하여 연구를 수행한다. 1920년대 ‘문화정치’로 열린 정치적 선전 또는 공론의 ‘장’ 안에서 총독부를 비롯한 서로 다른 행위주체들이 각각 어떤 전략을 가지고 미디어와 재현의 정치를 구사하며, 그것이 결국 조선사회와 총독부의 통치를 어떻게 재현했으며,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가 하는 것이 연구의 구체적 내용이 될 것이다.
특히 기존의 연구들이 문자미디어를 중심으로 한 언어적 선전, 설득과 저항에 초점을 맞추었던 데 반해, 본 연구에서는 시청각미디어와 신체적 미디어를 통한 직접적, 감정적, 구체적 설득의 양상을 아울러 파악함으로써, 총독부의 정치선전의 전모를 그려내고자 한다. 그런 선전을 통해 ‘조선’이 확고하게 통합된 정치적 단위로 파악되고, 기본적으로 총독부가 주도하는 재현방식과 총독부가 생산한 조선에 대한 ‘사실’들이 기정의 사실, 기존질서로 정착되는 것이, 총독부가 의도한 효과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 영역의 헤게모니경쟁은, 총독부가 제공한 바로 그 근대와 조선의 재현을 통해 조선인민이 총독부가 아닌 대안적 국가를 상상하게 된다는, 의도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그 의도되지 않은 결과의 도출과정을 설명하는 것 역시 이 연구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