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과제에서 연구대상으로 삼은 <소현성록> 등은 이본을 많이 갖추고 있는데, 그것은 당대에 그만큼 인기가 높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들 작품에서 파생된 발췌본들을 모두 검토한다는 것은 일차적으로 해당 작품들의 위상을 재검토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
본 연구과제에서 연구대상으로 삼은 <소현성록> 등은 이본을 많이 갖추고 있는데, 그것은 당대에 그만큼 인기가 높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들 작품에서 파생된 발췌본들을 모두 검토한다는 것은 일차적으로 해당 작품들의 위상을 재검토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의가 있다. 예를 들어, <소현성록>에 대한 연구사를 보면, 이본의 수, 소장처 등 해당 이본에 대한 기초 정보는 정리되었다 해도, 각 이본의 자료적 특징이나 내용, 그러한 이본이 파생된 이유, 그리고 이본 파생자의 작품 수용의식 등 <소현성록> 자체의 문화적 위상에 대해서는 자세히 연구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소현성록> 자체의 작품적 성격과 소설사적 위상에 대해서는 충분히 검토되었으나, <소현성록>을 둘러싼 컨텍스트적 상황에 대한 이해는 만족할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고 본다. 이 점은 <유씨삼대록>, <유효공선행록>, <현씨양웅쌍린기> 등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본 연구과제가 계획대로 수행된다면, <소현성록> 등의 개별 작품에 대한 총체적 이해에도 큰 기여가 있을 것으로 본다. 뿐만 아니라, 장편소설을 연구할 경우 대개 완본만 다루고 발췌본은 중시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본 연구계획을 통해 볼 때, 특정 작품의 작품 내외적 가치와 위상을 총체적으로 파악하고자 할 경우, 발췌본은 더없이 소중하다는 점을 학계에 알릴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계획이 충실히 수행된다면, 무엇보다도 조선시대 소설의 독서∙유통 문화를 이해하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의의가 있다. 소설의 독서∙유통 문화는 여러 경로를 통해 이해할 수 있다. 그 중에서 소설 관계 문헌 자료나 작품의 필사기들은 가장 1차적 통로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이들을 통해, 당대에 어떤 작품들이 어떤 계기로 필사되어 유통되었는지, 필사된 자료가 어떤 가치가 있었는지, 또 소설의 필사와 유통에 관여한 사람들은 어떤 부류였는지 등에 대하여 폭넓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특정 작품이 독자들에게 어떻게 이해되고 받아들여졌는가 하는 점, 즉 작품의 독서와 수용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루어졌는가 하는 점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려져 있지 않다. 예를 들어, 용인 이씨와 은진 송씨가 <소현성록>, <한씨삼대록> 등을 필사하여 후손들에게 유전했다는 관계 문헌기록은, <소현성록>과 <한씨삼대록>의 필사 시기와 유통과정, 그리고 필사계층과 후손에의 유전 이유 등만을 알려줄 뿐이다. 반대로 그러한 기록은 용인 이씨와 은진 송씨가 <소현성록>과 <한씨삼대록>을 필사할 때, 이들 작품을 어떻게 인식했는지, 작품의 어떤 점에 공감했는지, 작품의 내용 중 특히 어느 부분에, 어떤 인물에 공감했는지 등, 독자가 작품을 수용할 때의 수용의식에 대해서는 알려주는 정보가 없다. 그러나 <소현성록>, <유씨삼대록>, <유효공선행록>, <현씨양웅쌍린기>의 각 발췌본들은 이들 작품이 각각 어떻게 이해되고 독서되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 자료적 가치가 매우 높고, 또 이들에 대한 연구는 조선후기 소설사의 이해 중, 독서와 유통문화를 심층적으로 이해하는 데 큰 기여가 있을 것으로 본다.
독자들이 작품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떤 점을 주로 수용했는지에 대한 사항이 구체적으로 파악되면, 장편소설 수용자의 성별과 계층을 파악할 수 있고 또 이들 수용자들의 문화의식까지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조선후기 장편소설은 주로 상층 사대부 남녀와 궁중 여인들에 의해 향유되었다고 알려져 왔다. 그러나 이들의 문화 수용품 중에는 소설만 들어가 있는 것이 아니고, 각종 서화나 예능물도 존재했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소설 수용자들의 장편소설 수용의식을 통해 조선후기 당대 사람들의 문화의식까지도 미루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