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는 <춘향연가>를 두 가지 차원에서 평가하고자 했다. 하나는 문학적 차원이며, 이는 한국시에서의 장시의 가능성이라는 한국 현대시의 과제와 연결되어 있다. 또 하나는 정신사적 차원으로, 한국 현대시에서 가장 중요한 테마이자 문학의 테마인 '사랑'의 담론을 ...
이 연구는 <춘향연가>를 두 가지 차원에서 평가하고자 했다. 하나는 문학적 차원이며, 이는 한국시에서의 장시의 가능성이라는 한국 현대시의 과제와 연결되어 있다. 또 하나는 정신사적 차원으로, 한국 현대시에서 가장 중요한 테마이자 문학의 테마인 '사랑'의 담론을 1960년대적 의미에서 한 것이다. 이는 현대시의 주된 테마였으나, 현대시 연구에서는 거의 배제되어 왔던 '사랑'의 테마를 본격적 연구의 장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이를 형식적 차원에서 세밀하게 다룸으로써, 문학의 텍스트에 집중하고 있는 연구가 다만 텍스트 해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그 문학에 본래적이고도 엄밀한 의미에서 '사회성'을 부여하는 연구의 가능성을 보여주고자 한다.
이를 통해 그 문학적 성취도와 문학사적 중요성에 비해 과소 평가되어 왔던 전봉건의 문학을 재평가하고, 그 문학에 대한 활발한 연구가 일어나기를 기대하며, 이로서 소수의 시인들에게 집중되어 왔던 한국 현대시연구가 다양화되기를 기대한다.
장시의 가능성은 현대 서정시의 '운율'의 문제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왜냐하면, 1053행의 장시를 '시'로서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산문과는 변별되는 형식적 장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국 시에서 '운율'의 문제는 지금까지 명확하게 해명된 바가 없다. 또한 이 '한국적 운율'을 지속적으로 시의 형식으로 견지하면서, 방대한 분량의 시를 쓴 예도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춘향연가>의 의의는 서사성을 완전히 탈피하면서 장시를 창작할 수 있느냐에 대한 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데 있다.
한국에서의 장시의 개념은 서사시의 개념과 혼종되어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서사시'의 계보로 분류되는 시들, 김동환의 <국경의 밤>, 김지하의 <오적>, 신동엽의 <금강>과 같은 작품들은 그것이 '서사성'을 핵심 구조로 한다는 점에서 전봉건의 <춘향연가>와는 다르다. 굳이 찾자면, <춘향연가>는 박두진의 <해>와 같이 율조를 기반으로 한 장시의 계보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박두진의 <해>의 경우도, 그 율조를 매우 긴 호흡으로 끌고 가지는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춘향연가>는 이 점에서 매우 독보적이다.
그리하여, 앞으로 이 <춘향연가>에 대한 연구는 이 율조에 기반한 장시라는 한국시의 형태적 연구를 촉발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이는 한국 현대시의 불문명한 장르 개념을 정리하고, 시의 장르를 다양화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리하여, 잘 완성된 짧은 서정시에 집중되어 있는 현대시 연구의 분야 역시 다양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 춘향연가의 독특한 사랑 담론은 낭만적 사랑에 관한 것이 아니라, 실은 근대 사회의 질서에 대한 근원적인 의문에 관한 것이라는 점에서, 근대적 담론을 비판했던 한국 모더니즘 정신을 계승하고 있다. 모더니즘이라는 '주의'가 선언되는 순간 선언으로 그치고 피상적인 경우에 머무를 수 밖에 없었던 것은 현대 사회의 구조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었기 때문이다. <춘향연가>는 선언하지 않으면서, 그 본질을 파고 들어가고 있다. 춘향연가가 고전을 차용하고, 그 고전의 전통성을 완전히 해체하는 부정적인 방식으로 담론을 전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연구는 한국 현대 문학 연구에 배제되었던 '사랑'이라는 테마를 본격적 연구의 장으로 끌어들인 연구들을 계승하며, 이 '사랑'의 테마를 통해 문학과 사회의 관계를 좀더 본질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미지와 형상을 피상적으로 연구할 때, 그것은 텍스트를 다만 문학적 '현상'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러나 이미지와 형상이 나올 수 있는 구조를 연구하면, 그것은 텍스트를 사회적 맥락에 위치시키고 그 문학에 당대적, 그리고 현재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