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과제의 주제는 좌익에 의한 대량학살인데 그 중에서도 가해자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학살 시기, 장소, 학살 규모 등은 이미 과거사 관련 위원회에서 조사하고 있으며 보고서로 그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가해자 관련 부분은, 위원회의 조사활동이 피해 ...
본 과제의 주제는 좌익에 의한 대량학살인데 그 중에서도 가해자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학살 시기, 장소, 학살 규모 등은 이미 과거사 관련 위원회에서 조사하고 있으며 보고서로 그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가해자 관련 부분은, 위원회의 조사활동이 피해사실 확인 위주로 이루어짐으로 인해 깊이 다루어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본 과제를 통해, 학살주체는 누구이며 어떤 조직이 담당하는지(1년차: 학살주체에 관한 연구), 좌익에 의한 학살은 어떠한 과정을 거쳐 집행되었는지, 다른 주체에 의한 학살과는 어떻게 다른지(2년차: 학살과정에 관한 연구), 마지막으로 피해자 가족이나 목격자들은 이들을 어떻게 기억 또는 인식하고 있는지(3년차: 학살결과에 관한 연구) 알아보고자 한다.
1년차 연구에는 학살주체인 인민군, 정치보위부, 내무서, 지방좌익 등의 조직, 주요활동 등을 살펴보는데 그 중 특히 정치보위부에 대해 초점을 맞추어 연구하고자 한다. 왜냐하면 기존 연구 및 보고서에 의하면 우익 인사의 체포, 수감, 학살에 가장 결정적으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조직이 정치보위부였기 때문이다. 포괄적 결정 및 지시는 노동당에서 내려오지만, 누구를 언제 어디서 어떻게 학살할 것인지 결정하는 주체는 정치보위부였다. 그러나 이러한 정치보위부의 중요한 역할 및 위상에 비해 이에 대한 연구는 거의 전무한 상황이다. 그러나 현재 정치보위부에 대한 북한노획문서가 몇가지 발견되었으며 당시 경험자들의 목격담도 존재하므로 이러한 자료와 증언을 바탕으로 정치보위부의 구성과 역할에 대해 연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겠다.
2년차 연구에서는 좌익에 의한 학살의 과정을 살펴봄으로써 그것이 갖는 특징에 대해 연구하고자 한다. 한국전쟁 중 민간인 학살은, ‘작전으로서의 학살,’ ‘처형으로서의 학살,’ ‘보복으로서의 학살’ 등 세 가지로 분류되기도 한다. 미군에 의한 학살은 대체로 무차별적이며 작전에 의한 학살이 많았던 반면, 좌익에 의한 학살은 체계적이며 처형으로서의 학살의 성격을 띤다. 희생자는 여러 번의 심문을 거치고 본인의 자술서를 쓴 다음에 학살되었다. 그러나 자술서를 쓰는 과정에서 구타 등 강제적으로 쓰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그 과정이 정당하다고 볼 수 없다. 그런데 이러한 좌익에 의한 학살에 대해서, 다른 학살과의 비교적 관점에서 연구된 논문이 매우 부족하다. 따라서 2차년도에서는 좌익에 의한 학살과정의 이러한 특성을 밝히고 그 과정에서 드러난 다른 학살과의 차이에 초점을 맞추어 연구하고자 한다. 또한 체계적 처형이 갖는 문제가 무엇인지 기존 이론가의 연구를 통해 살펴보고 그것과 좌익에 의한 학살의 특징을 비교해본다.
3년차 연구에서는 좌익에 의한 학살 결과 주민들에게 좌익이 어떻게 인식되게 되었는지 알아본다. 한국전쟁 이후 반공주의가 널리 퍼졌는데 이로서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좌익에 대한 남한주민의 반감이 강화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좌익에 의한 학살을 포함한 인민군의 점령정책이 가져온 결과와 무관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실제로 기존 조사 및 연구 결과는 한국전쟁 시기 좌익에 의한 폭행, 수감, 학살과 곡물 징수(특히 낟알 세기)와 재산 몰수가 좌익에 대한 인식을 매우 악화시켰다는 것을 보여준다. 좌익에 대한 인식 악화는 북한에 대한 반감을 증가시키고 남한 사회 내 좌우 갈등을 심화시켰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3년차 연구에서는 남한 사회 내 좌우갈등의 원인 규명과 통일 후 남북 간 사회통합의 방법 구상을 위해 한국전쟁 시기 좌익에 의한 학살이 가져온 남한주민의 좌익에 대한 인식을 살펴보고자 한다.
한국전쟁 기간 중 남한 주민의 좌익에 대한 인식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좌익 조직 및 종류에 따라 그 인식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한국 전쟁 시기 좌익을 직접 접해 본 주민을 면담해 보면 기존 문서에 드러나지 않은 새로운 사실들을 알 수가 있다. 이는 가해 주체 및 좌익에 의한 학살의 특징에 대해 새로운 해석을 내릴 수 있게 할 것이며 더 나아가 한국전쟁시기에 대한 새로운 조명이 될 것이다. 또한 좌우갈등의 해결, 화해가 우리 사회의 중요한 과제라고 한다면, 좌익에 대한 남한주민의 인식을 연구함으로써 남한 내 좌우 갈등의 해소, 통일 후 남북 사회통합을 위해 어떠한 문제가 해결되어야 하는지 알 수 있게 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