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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지역인식: 아시아태평양, 동북아시아, 그리고 동아시아
  • 연구자가 한국연구재단 연구지원시스템에 직접 입력한 정보입니다.
사업명 중견연구자지원사업
연구과제번호 2008-327-B00048
선정년도 2008 년
연구기간 1 년 (2008년 11월 01일 ~ 2009년 10월 31일)
연구책임자 김기석
연구수행기관 강원대학교
과제진행현황 종료
과제신청시 연구개요
  • 연구목표
  • 본 연구는 1990년대에 초점을 맞추어 한국에 어떠한 유형의 지역주의 혹은 지역의 정치경제적 질서에 대한 구상과 인식이 존재하는지를 체계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기본목적이다.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한국에서는 지역(region), 특히 아시아지역에 대한 정책적, 학문적 관심이 급속히 증대해왔다. 정부영역에서 한국은 1989년의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를 필두로 1993년 아세안포럼(ARF), 1996년 아시아-유럽회의(ASEM), 1997년 ASEAN+3, 2005년 동아시아정상회의(EAS) 등 아시아 지역을 중심 단위로 하는 지역협력체에 참여하여 왔다. 또 탈냉전 이후 한반도 정세변화 및 새로운 유형의 남북한 관계도 한국 정부가 4자회담, 6자회담 등 지역을 토대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동기를 갖게 하였다. 문화영역에서도 아시아 국가들 사이의 문화교류 활성화는 1980년대까지 일본의 대중문화에 대한 소비를 위주로 하던 유형에서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소위 한류로 지칭되는 한국 대중문화의 역내 진출에 의해 적지 않게 고무되었다. 이런 추세 속에서 2003년 출범한 노무현 정권은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시아 시대구상’(Northeast Asian Cooperation Initiative)을 내세움으로써 지역주의적 프로젝트를 정권의 핵심 과제 중 하나로 추진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대통령자문동북아시대위원회 2003; 박명림 2006 등 참조).
    학계에서도 1990년대 초반부터 동아시아 담론 연구들이 몇 갈래로 나뉘어져 활성화되었다. 1980년대 동아시아 경제발전론의 연장선상에서 1990년대 중반 한국학계에서 주목받았으나 아시아 경제위기를 계기로 퇴조해버린 ‘유교자본주의론’과 ‘아시아적 가치론’(김석근 2006, 참조), 소위 ‘창작과 비평그룹’으로 불리는 일단의 진보적 연구자들이 탈냉전에 따른 한반도 국제정세의 변화 속에서 새로운 담론으로서 제기한 ‘지적 실험으로서의 동아시아론’(백영서 2000; 백영서 2005; 정문길 1995; 정문길 2004; 최원식 1995) 등이 대표적이다.
    1990년대 아시아의 지역주의적 인식과 협력틀 활성화를 촉진한 요인은 다양하다. 국제적으로 경제의 지역화 경향과 함께 탈냉전 시대의 새로운 지역질서 요청, EU나 NAFTA의 출범으로 표상되는 유럽 및 북미의 지역화 경향에 대한 대응, 촉진요인으로서의 중국의 부상 및 아시아 경제위기 등의 요인들이 있다(Bowls 2002; Webber 2001; Pempel 2005). 국내적으로는 한국의 민주화와 함께 한반도의 긴장완화가 맞물리면서 남북한 통일논의가 활성화되고 그를 위한 새로운 지역질서 창출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고조되는가 하면 일본의 보수화로 주변국들과 역사마찰이 격화된 것 등도 바람직한 동아시아 지역질서에 대한 한국 내의 지적 관심을 자극하였다.
    사실 그동안 국내에서 사용된 지역개념은 다양하였다. 포괄적 개념으로서의 아시아는 물론, 동양, 동아시아(East Asia), 극동(Far East), 동북아시아(Northeast Asia), 태평양(Pacific), 아시아태평양/태평양아시아(Asia Pacific), 환태평양(Pacific Rim), 태평양연안(Pacific Basin) 등이다. 그렇지만 지역이 단순한 지리적 경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함의를 내포한 채 국제무대 행위자들 사이의 정치경제적 역학관계를 통해서 끊임없이 재창조되고 새롭게 정의되는 역사적 산물(딜릭 1993; Capie 1994; Higgot and Stubbs 1995; Katzenstein 2000)이라면 한국에서 어떤 지역 개념이 어떤 시대적 배경 하에서 어떤 정치경제적 함의를 가지고 사용되어 왔는지, 나아가 그 개념들은 어떠한 변천과정을 겪어 왔는지를 체계적으로 분석해보는 작업은 지역주의에 대한 이론적 분석의 토대를 만든다는 의미에 있어서나 한국의 지역전략을 만들어나감에 있어 보다 과학적이고 효과적인 정책적 대안들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현실적 목표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 기대효과
  • 본 연구는 이론적 차원 뿐 아니라 현실정책적 차원에서도 중요한 세 가지의 함의를 제공한다.

    1. 이론적 차원에서 본 연구가 가지는 함의는 한국의 사례도 지역은 “발견”(상상)되는 것이라는 점을 충실히 보여주며 따라서 한국에서 사용되어 온 지역 개념들이 가지는 정치경제적 맥락을 분석하고 그 구체적 의미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봄으로써 보다 적극적으로 한국의 지역개념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는 중요한 이론적 함의를 제공할 수 있다. 아울러 본 연구를 통해서 생성해내는 한국의 지역주의 연구현황에 대한 데이터베이스가 한국에서 지역개념이 생성되고 활용되고 소멸해가는 과정에 대한 이론적 함의를 제공해 줌으로써 기초데이터로서의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2. 현실적인 차원에서 본 연구를 통해서 결과는 2008년 2월 임기를 마치는 노무현 정권이 추진한 동북아 중심 지역주의 구상의 공과에 대한 평가를 위한 기초자료로서의 의미를 가질 것이다. 관련해서 이 연구는 새로운 정부에서 과연 어떠한 지역주의 개념을 채택할 것인가라는 실질적인 의문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는 데도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3. 그리고 이 논문은 한국어와 영어집필 작업을 병행하여 2009년 7월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리는 세계정치학회(International Political Science Asssociation Meeting)에서 초고 형태로 발표한 후 국제학술지에 게재를 신청할 예정이다. 한국의 지역인식 및 지역주의 전략에 대해 영어로 발표된 문헌은 거의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기 때문이기 때문에 게재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는 판단이 가능하다고 본다.


  • 연구요약
  • 본 연구는 기본적으로 연구논문들을 통한 내용분석과 논문 데이터베이스들을 활용한 계량적 분석을 병행한다.

    1. 통계분석

    이 논문에서는 한국학계에서 각각의 지역개념이 어느 시기부터 어떠한 형태로 사용되었는지를 알아보기 위하여 각 데이터베이스를 동아시아, 동북아시아, 아시아태평양(환태평양, 태평양연안) 등으로 구분하여 검색하고 이를 통계처리하여 한국학계 내의 지역인식의 변천과정을 규명하고자 한다. 본 논문의 통계분석에 사용되는 데이터베이스는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의 RISS4U, KISS, 그리고 DPPIA 등이다. 이 세 개의 데이터베이스는 <표 1>에도 나타나 있는 바와 같이 각각 4,639개, 475개, 그리고 1180개의 학회 및 학술잡지를 수록하고 있어 세 데이터베이스를 종합할 경우 사실상 한국에서 발행되는 거의 모든 중요한 학술지들을 망라한다고 봐도 무리는 없다. 그리고 예비검색 결과 각 데이터베이스는 1950년대 이후의 자료들을 상당부분 포함하고 있어 시기적으로도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2. 문헌분석

    본 연구의 문헌분석은 위에서 수행된 데이터베이스에 대한 통계적 분석과 병행하여 크게 세 가지의 중요한 목적을 추구하기 위해 수행된다. 하나는 위의 데이터베이스 분석에 사용될 검색어, 즉 한국에서 빈번히 사용되는 지역개념을 추출하는 것이다. 즉 본 연구는 우선 문헌들에 대한 심도있는 분석을 통해 1990년대 이후 한국에서 가장 활발하게 사용되었던 지역개념들을 추적해보고 그 중 가장 활발히 사용되었던 것들을 추출해 낸 후, 각 개념의 역사적 배경과 의미 그리고 그 정치경제적 함의 등을 체계적으로 검토해 보고자 한다. 이미 예비검색을 통해서 전체적인 윤곽은 잡을 수 있었지만 보다 정확한 분류기준과 데이터에 대한 정교한 분석을 토대로 보다 신빙성 있고 과학적인 근거를 만들어내고자 한다.
    다른 하나는 한국의 지역인식에 대한 역사적 배경을 살펴보기 위해 정부수립 후 1980년대까지 냉전 기간 동안 한국정부에 의해 제안되거나 추진되었던 지역주의적 프로젝트들을 기존 문헌들을 중심으로 개략적으로 살펴보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주로 정부의 정책을 중심으로 다루는 이유는 1970년대까지 한국학계에서 지역주의가 그다지 중요한 테마로 다루어지지 않았으며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아시아태평양을 중심으로 연구가 활성화되었다는 사실 때문이다. 실상 최근의 연구들을 통해 한국도 이승만 정부의 “태평양 동맹구상,” 박정희 정부의 “아시아태평양 각료회의(ASPAC)” 그리고 전두환 정부의 “태평양정상회담 제의” 등 냉전시기 동안 여러 가지 지역주의적 구상들을 제안하거나 추진하였다는 사실들이 명확해지고 있기 때문이 이 부분들에 대해 그 정치경제적 배경, 토대가 되었던 지역개념, 추진상황 등을 분석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박태균 2006; 박진희 2006; 박명림 2006; 노기형 2002).
    세 번째로는 1990년대 한국에서 사용된 지역개념 즉 아시아태평양, 동북아시아 그리고 동아시아 등 세 개념의 지리적 범위, 연원, 등장 배경, 정치경제적 함의 등을 분석하기 위한 것이다. 이 부분은 일단 각 개념에 대한 통계분석을 토대로 특정한 개념의 사용이 갑자기 증가되거나 갑자기 줄어들 경우 그 시기에 어떠한 정치경제적 여건의 변화가 개념 사용의 빈도에 변화를 가져오거나 혹은 개념의 의미를 바꾸었는지 등을 기존의 한국외교정책 혹은 동아시아 국제정치와 관련한 문헌들을 중심으로 분석해보고자 하는 것이다.
    본 논문의 수행과정에서는 현재 한국의 대학들에서 제공하고 있는 다양한 외국의 전자저널들에 대한 체계적인 검색을 통해 지역주의와 관련한 문헌들의 데이터베이스도 만들어내고자 한다. 이는 기본적으로 본 논문의 연구과정에 필요한 문헌들을 수집한다는 의미도 가질 뿐 아니라 과연 국제적인 차원에서 아시아지역에 적용된 지역개념이 어떤 것들이었는가에 대한 감을 가지는 데도 매우 유용할 것으로 판단된다.


  • 한글키워드
  • 지역인식,한국,동아시아,아시아태평양,지역주의,동북아시아
  • 영문키워드
  • regionalism,perception of region,Asia-Pacific,Korea,East Asia,Northeast Asia
결과보고시 연구요약문
  • 국문
  • 이 논문은 한국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었던 아시아태평양, 동북아시아, 그리고 동아시아 세 가지 지역범주의 역사적 배경과 의미 그리고 그 정치경제적 함의 등을 체계적으로 검토해 본다. 실상 그 개념들은 오래 전부터 존재하였으며 새로 만들어진 것들은 아니다. 하지만 본 연구가 주목하는 것은 각 개념들이 서로 다른 역사적 배경, 지리적 범위, 정치적 함의 등을 가짐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엄밀한 구분없이(interchangeably) 사용되고 동일한 용어도 사용 주체에 따라 서로 다른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허다하여 개념적 혼동이 심하였다는 점이다. 또 특정 개념 내지 단위들이 시대에 따라 보다 집중적으로 사용되는 경향을 보임은 물론 같은 개념도 시대에 따라 새로운 의미를 얻는 등 다양한 변천과정을 보여왔다는 것이다.
    1980년대까지 한국에서 지역주의적 협력 틀의 맥락에서 지배적으로 사용되어 온 지역개념은 아시아태평양(혹은 태평양/환태평양)이었으며 1990년대 이후 변화된 국내외 정치경제적 여건에 따라 동북아시아 혹은 동아시아가 폭넓게 사용되기 시작함으로써 지역개념은 분화ㆍ다양화되고 어떤 의미에서는 상호 경쟁적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전후 냉전기 동안 한국의 지역관념을 지배했던 아시아태평양은 1989년 APEC의 출범 이후까지 사용되다가 아시아 경제위기 이후 점차 사용빈도가 감소하고 있다. 반면 동북아시아는 1980년대 말까지 거의 사용되지 않거나 공산권 연구의 맥락에서 주로 사용되다가 탈냉전이 이루어진 1990년대 이후 급격히 사용빈도가 높아졌고 특히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는 동아시아와 함께 가장 많이 사용되었다. 특히 노무현 정권이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시아 시대구상’(Northeast Asian Cooperation Initiative)을 통해 동북아시아를 단위로 한 지역주의 프로젝트를 정권의 핵심 과제 중 하나로 추진함으로써 현재 한국 지역인식의 가장 보편화된 단위로 인식되고 있다.
    동아시아는 1970년대까지 역사학계에서 일부 사용되었으나 1980년대 동아시아 경제발전의 맥락에서 사회과학계에서도 통용되기 시작했다. 동아시아 개념이 보편화되는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는 몇 가지 서로 다른 유형의 동아시아론/동아시아협력론이 활발하게 논의되는가 하면, ASEAN+3의 맥락에서 동남아시아와 동북아시아 3국을 아우르는 유형의 지역협력체를 표상하는 새로운 의미로 등장하기도 하였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본 연구는 한국에서도 지역은 발견/상상/구성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이며, 그런 차원에서 한국에서 사용되어 온 지역 개념들이 가지는 정치경제적 맥락을 분석하고 그 구체적 의미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해보는 작업은 학문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된다.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이 구성된다. 우선 다음 절에서는 한국의 지역인식에 대한 역사적 배경을 살펴보기 위해 정부수립 후 1980년대까지 냉전 기간 동안 한국정부에 의해 제안되거나 추진되었던 지역주의적 프로젝트들을 개략적으로 살펴본다. 이 절에서 정부정책을 주로 다루는 이유는 1970년대까지 한국 사회과학계에서 지역주의가 그리 중요한 테마로 다루어지지는 않았으며 1980년대에 들어서야 연구가 본격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 1990년대 이후 탈냉전기에 한국에서 사용된 지역개념을 아시아태평양, 동북아시아 그리고 동아시아로 분리하여 각각 개념의 지리적 범위, 연원, 등장배경, 정치경제적 함의 등을 분석한다. 그리고 이 연구의 이론적 함의와 앞으로의 과제를 제시한다.
  • 영문
  • This paper has sought answers to the question of how Korea has imagined its region by tracing the historical backgrounds, meanings, processes of evolution, and political/economic implications of three major concepts of region: Asia-Pacific, Northeast Asia, and East Asia. By doing so, this essay reminds us that Korea has never given up its effort to imagine, offer and propel its own version of regionalist projects in the pursuit of national security and economic prosperity under the constraints of the surrounding international milieu. This study also argued that the major concept of region in Korea shifted from the Asia-Pacific until the end of the Cold War to Northeast Asia and East Asia afterwards, and that there appeared a tendency of division of labor between the latter two, in that the former is employed more in the area of security and politics while the latter has more to do with the economic issues. The diversified meanings of one category, i.e., East Asia, in a variety of forms are also detected. Perhaps more fundamentally, this study confirms that the Korean case also supports the well-known but still persuasive wisdom that the ideas of region are historical and political/economic artifacts that are imagined within the framework of political and economic environments and within the domestic political dynamics of a country.
    The major problematique of this work is that the lack of shared recognition and confusion in perceptions of the region among Korean scholars, policymakers, journalists, etc. may be the source of problems. For instance, despite the fact that the terms "Asia-Pacific," "Northeast Asia," and "East Asia" have different origins, scopes, and political/economic implications, they tend to be used interchangeably in a variety of literature without clear recognition of distinctions. Fundamentally, such problems prohibit the production of more nuanced and delicate narratives of region by providing scholars and policymakers with obstacles to effective communication. This work, as an incipient effort, attempts to improve such problems by sorting out the major concepts that have been employed most frequently in Korea, and then by elaborating the meanings and implications of each of them.
    Considering the geopolitical location of Korea as surrounded by worldwide super powers, it is unlikely that Korea can develop the ability to create and provide currency to a brand new regional conception in the near future. Yet, in order to enhance regional peace and prosperity, and to find out the ways in which Korea can contribute to such aims, it is extremely important to undertake more subtle and in-depth theoretical analyses of existing concepts of region in terms of their merits, implications, and strategic meanings to Korea and to the region, and then to figure out the political and economic relevance and usefulness of each one. There still remains long way to go.
연구결과보고서
  • 초록
  • 1980년대까지 한국에서 지역주의적 협력 틀의 맥락에서 지배적으로 사용되어 온 지역개념은 아시아태평양(혹은 태평양/환태평양)이었으며 1990년대 이후 변화된 국내외 정치경제적 여건에 따라 동북아시아 혹은 동아시아가 폭넓게 사용되기 시작함으로써 지역개념은 분화ㆍ다양화되고 어떤 의미에서는 상호 경쟁적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전후 냉전기 동안 한국의 지역관념을 지배했던 아시아태평양은 1989년 APEC의 출범 이후까지 사용되다가 아시아 경제위기 이후 점차 사용빈도가 감소하고 있다. 반면 동북아시아는 1980년대 말까지 거의 사용되지 않거나 공산권 연구의 맥락에서 주로 사용되다가 탈냉전이 이루어진 1990년대 이후 급격히 사용빈도가 높아졌고 특히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는 동아시아와 함께 가장 많이 사용되었다. 특히 노무현 정권이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시아 시대구상’(Northeast Asian Cooperation Initiative)을 통해 동북아시아를 단위로 한 지역주의 프로젝트를 정권의 핵심 과제 중 하나로 추진함으로써 현재 한국 지역인식의 가장 보편화된 단위로 인식되고 있다.
    동아시아는 1970년대까지 역사학계에서 일부 사용되었으나 1980년대 동아시아 경제발전의 맥락에서 사회과학계에서도 통용되기 시작했다. 동아시아 개념이 보편화되는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는 몇 가지 서로 다른 유형의 동아시아론/동아시아협력론이 활발하게 논의되는가 하면, ASEAN+3의 맥락에서 동남아시아와 동북아시아 3국을 아우르는 유형의 지역협력체를 표상하는 새로운 의미로 등장하기도 하였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본 연구는 한국에서도 지역은 발견/상상/구성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이며, 그런 차원에서 한국에서 사용되어 온 지역 개념들이 가지는 정치경제적 맥락을 분석하고 그 구체적 의미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해보는 작업은 학문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된다.
    이 연구는 다음과 같이 구성된다. 우선 다음 절에서는 한국의 지역인식에 대한 역사적 배경을 살펴보기 위해 정부수립 후 1980년대까지 냉전 기간 동안 한국정부에 의해 제안되거나 추진되었던 지역주의적 프로젝트들을 개략적으로 살펴본다. 이 절에서 정부정책을 주로 다루는 이유는 1970년대까지 한국 사회과학계에서 지역주의가 그리 중요한 테마로 다루어지지는 않았으며 1980년대에 들어서야 연구가 본격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 1990년대 이후 탈냉전기에 한국에서 사용된 지역개념을 아시아태평양, 동북아시아 그리고 동아시아로 분리하여 각각 개념의 지리적 범위, 연원, 등장배경, 정치경제적 함의 등을 분석한다. 그리고 이 연구의 이론적 함의와 앞으로의 과제를 제시한다.
  • 연구결과 및 활용방안
  • 연구의 수행은 1년간 비교적 원만하게 진행되었다. 계획에 입각하여 일단 전체적으로 한국의 전자저널 시스템들에 등록되어 있는 지역인식 관련 문헌들을 검색하여 자료를 분류하였고 이를 토대로 정부 수립 이후 한국의 정치권은 주로 어떠한 지역개념을 사용해 왔는지를 추출해 보았다.

    결과적으로 애초에 예상한대로 아시아-태평양, 동북아시아, 그리고 동아시아가 가장 널리 사용된 지역개념이었음을 위의 통계분석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보다 흥미로운 사실은 우선 한국이 정부수립 이후 다양한 동기를 가지고 끊임없이 지역구상을 제시해왔다는 점이다. 비록 국력의 한계 때문에 구체적인 성과를 이루는데는 성공적이지 못했지만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그리고 노무현 등 모든 정권들은 나름의 정치경제적 논리를 포함한 지역개념을 제시하고 지역을 구상해 왔다.

    그리고 이 개념들은 실상 오래 전부터 존재해 왔으나 국제정치적 여건 변화, 국내정치적 필요성, 혹은 학계의 관심 변화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의 작용으로 특정한 시기에 특정한 개념이 특정한 내용을 가지고 사용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었다. 예컨대 냉전이라는 시대적 배경 하에서 소련, 중국, 북한 등 지역 내에 함께 협력해 나갈 수 없는 국가들이 존재하는 동안에 한국은 미국, 일본을 중시하면서 주로 안보적 함의를 강하게 갖는 아시아-태평양 개념을 폭넓게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국이 상당한 수준의 경제발전을 이루고 점차 역내 국가들과의 경제관계 개선 내지는 경제관계의 심화가 요구되는 1980년대에 이르면 한국은 같은 아시아-태평양 개념을 사용하되 경제적 함의가 강하게 담겨있는 개념으로 변화하게 된다.

    그러다가 냉전질서가 붕괴되고 기존의 사회주의 체제 국가들과 교류 및 외교관계가 시작되면서 한국의 지역개념은 동북아시아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바뀌게 된다. 아울러 한국의 경제성장이 동아시아 신흥공업국(East Asian NICs)이라는 개념으로 통용되면서 한국 사회에는 동아시아 개념도 점차 많이 사용된다. 특히 이 개념은 1997년의 ASEAN+3 체제가 활기를 띠게 되면서 현재에는 가장 많이 사용되는 개념으로 인식된다. 창비그룹 같은 새로운 동아시아 질서를 추구하는 학자 집단들이 기 개념을 사용한 것을 그러한 경향을 더욱 강화시켜 주었다고 판단된다.

    이같이 전후 한국에서 사용되었던 지역개념을 아시아태평양, 동북아시아, 그리고 동아시아로 구분하여 살펴보고 각 개념의 배경, 내용, 진화과정, 정치경제적 함의 등을 분석하면서 한국의 지역인식도 상황적 산물이며 한국의 국제정치경제적 위상 내지 국내정치적 변화와 밀접히 연계된 유기체적 성격을 지녔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체로 그것은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역학관계에 의해 우리에게 주어졌으며 상황에 따라 새롭게 생성되기도 하고, 약화되기도 하며 기존에 존재하던 개념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거나 나아가서 같은 개념도 전혀 다른 범주와 의미를 가진 상태로 혼용되기도 하였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정치, 경제, 사회-문화적 제 영역의 지역인식이 차별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었음도 확인되었다(김혜림 2007 참조).

    이 연구는 시론적 시도로서 한국에서 통용되었던 지역개념들을 구분하고 각 개념들이 어떻게 사용되었으며 어떠한 범위와 함의를 가졌는지를 정리함으로써 그런 문제의 개선을 위한 작은 시도를 하였다. 하지만 갈 길은 멀다. 무엇보다 현재 통용되고 있는 개념들을 체계화하고 다양한 개념들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와 논의를 통해 각각이 가지는 특성을 밝힘으로써 중층적인 지역인식을 개발해 나갈 필요가 있다. 예컨대 동북아시아는 한반도 문제를 다루는 데 유용하지만 참여정부의 시도처럼 국가전체의 전략을 싣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주변국들과의 인식차이를 비롯한 현실적 제약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참여정부의 동북아 중심 정책은 정교하지 못한 지역인식이 정책적 비효율을 낳은 사례라고 할 만하다. 따라서 각 개념의 장단점과 함의 그리고 한국에 대한 전략적 의미 등을 분석하여 그 현실정치적 적실성을 구별해 내고 그에 따라 효과적인 지역전략을 만드는 것은 학문영역에서는 물론 정책적으로도 긴요한 과제이다. 차후 이러한 방향으로 지??거으로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 색인어
  • 한국, 지역, 지역인식, 아시아태평양, 동북아시아, 동아시아, Korea, region, regionalism, Asia-Pacific, Northeast Asia, East A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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