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서 공간이라는 주제는 널리 분석되어온 주제이기도 하다. 특히 프랑스의 영화감독인 로베르 브레송과 일본의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빈 화면의 이미지는 안토니오니의 빈 화면처럼 많은 연구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이 연구들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가 갖는 의미는 ...
영화에서 공간이라는 주제는 널리 분석되어온 주제이기도 하다. 특히 프랑스의 영화감독인 로베르 브레송과 일본의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빈 화면의 이미지는 안토니오니의 빈 화면처럼 많은 연구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이 연구들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가 갖는 의미는 바로 하이데거의 불안개념과의 연관성에 있다. 이는 철학과 영화와의 만남의 문제이기도 하다.
안토니오니와 하이데거에 관한 연구는 독일, 프랑스, 미국에서 각각 철학과 영화분야에서 많이 이뤄져 왔다. 그러나 한국의 영화학계에서 안토니오니 감독의 영화에 관한 연구는 영화연구자들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광범위하게 진행되어오진 않았다. 대학의 학위논문과 학회지의 학술논문을 포함하더라도 안토니오니의 영화연구는 극소수에 불과한 실정이다. 대부분의 학위논문들은 모더니즘영화의 맥락에서 다루어지거나, 프레임구성적인 측면에서 회화와 관련하여 혹은 탈 프레임화의 관점에서 다뤄지고 있다. 또한 몇 안 되는 학술 논문들은 안토니오니의 <일식>, <정사>에 국한되고 있으며, 안토니오니의 공간에 관한 연구는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공간구성에 관한 연구>(2002) 가 유일하다.
모더니즘 영화의 중요한 감독들 중의 하나인 안토니오니의 영화에 관한 연구가 미비한 현실에서, 본 연구자는 그의 영화의 특징으로 대표되는 탈 프레임화의 문제에 국한하지 않고 그 문제(탈 프레임화는 프레임의 영화적인 공간구성과 연관된다는 점에서)의 기저에 있는 철학적인 고찰에 관심을 두었다. 즉, 안토니오니의 공간에 관한 연구를 영화적인 연구에 국한시키지 않고 하이데거의 불안과 연관시켜 연구하는 것은 안토니오니 연구에 또 다른 해석을 제시하는 것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안토니오니 영화의 주제인 소외, 의사소통의 불가능성 등등의 주제들을 가장 명확히 설명해낼 수 있는 것이 하이데거의 ‘불안’개념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안토니오니가 인물과 공간과의 관계를 치열하게 고민한 감독이기도 하고, 하이데거 역시 존재자의 불안의 문제를 세계내 존재라는 공간상의 문제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영화속 다층적인 공간에 관한 분석은, 공간에 관한 시각적인, 재현적인, 의미환원적인 분석에 머물지 않고, 이미지가 자체적으로 만들어내는 사유과정에 대한 분석이기 때문에 이미지와 사유와의 관계, 영화와 철학과의 관계에 관한 접점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간들의 형상화 과정에 관한 분석은 그 이미지들이 ‘불안’이라는 철학적인 개념을 산출해내는 과정을 밝히는 것이고, 이는 영화이미지가 철학적인 존재론을 산출해내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하이데거의 존재론의 관점에서, 그의 세계-내-현존재의 ‘불안’을 주제로 안토니오니의 공간적 이미지에 관한 사유과정, 즉, 철학적 의미를 밝히는 것은 새로운 해석의 시도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철학적인 고찰은 영화에 관한 사유의 폭을 보다 확대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프랑스 영화학의 새로운 동향인 이미지의 형상화에 관한 문제는 영화학자인 자끄 오몽, 필립 뒤브와, 니꼴 브러네, 미술사가인 디디-위베르망등을 통해서 제기된 이미지에 관한 연구방법이다. 아우에르바허의 <피구라(Figura)> 개념에서 시작된 이 방법은, 연구자들의 다양한 연구방향으로 인해 하나의 이론으로 통일되지 못하는 대신, 이미지의 본질에 대한 새로운 사유방식을 보여주는 데 그 의의가 있다.
또한, 한국에서 영화의 공간에 관한 연구는 많이 진행되어 왔기 때문에 공간이라는 주제만을 두고 보면, 이 주제는 새롭지 않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안토니오니의 공간연구가 풍경의 의미에 관한 분석도 포함한다는 사실, 그 분석방법이 이미지의 형상화 과정에 대한 모색이라는 사실은, 한국의 전수일감독이나 홍상수 감독의 풍경이나 공간에 관한 기존의 연구와 차별화 되면서 철학적인 고찰을 심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상의 영화연구자체의 내적인 기대효과 외에도, 연구의 필요성에서 밝힌 바와 같이, 영화에 관한 관심이 인문, 사회과학 뿐만 아니라, 자연과학분야에까지 확장된 현실에서, 본 연구는 영화학에는 철학적 연구의 깊이를, 철학에는 영화이미지에 관한 연구를 모색하는 계기를 제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