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는 왜소한 지식인이 아니며 선비정신은 비판적 지성과 그 실천에 있다. 선비는 무분별하고도 기준 없는 현실 타협적 처신을 보이지 않는다. 강인한 기개, 불요불굴의 정신, 청정한 마음가짐으로 표현되는 선비상은 우리가 갖고 있는 선비에 대한 핵심적인 이미지이다 ...
선비는 왜소한 지식인이 아니며 선비정신은 비판적 지성과 그 실천에 있다. 선비는 무분별하고도 기준 없는 현실 타협적 처신을 보이지 않는다. 강인한 기개, 불요불굴의 정신, 청정한 마음가짐으로 표현되는 선비상은 우리가 갖고 있는 선비에 대한 핵심적인 이미지이다. 행동하는 지성으로서 저항과 투쟁으로 점철된 선비의 치열한 생애, 타협과 굴절을 외면하고 망국의 고통을 구국 항쟁으로 승화시킨 선비의 전형은, 현실론과 실용적 가치가 판을 치는 오늘의 시대에 시사하는 바 크다. 탐욕까지 미덕으로 칭송하는 신자유주의적 무분별은 선비정신의 기준과 가치체계로서는 수용하기 힘들다.
그동안의 선비와 선비정신에 관한 연구는 주로 한국사적, 한국유학적 관점과 접근법을 통해 이루어졌으며, 그 연구사적 성과가 어느 정도 축적된 상태이다. 하지만 선비정신을 말하기에는 사료적 뒷받침이 빈약하거나 선비정신에 대한 집중적 논의로 보기에는 어려운 글도 접하기 어렵지 않다. 이에, 선비정신에 대한 그간의 연구를 열람하되 그 문제와 취약을 면밀히 따져 살피고, 새로운 문제의식과 주제접근을 통해 선비정신을 재구성하는 작업을 시도하고자 한다. 선비정신의 본연에 대한 질문방식을 앎, 삶, 교육의 문제로 보는 것은 그 시대와 사회를 이끄는 지식인으로서의 선비의 역할과 대응을 문제삼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치우치지 않는 사료 해석과 논의의 엄밀성을 높이기 위해 사료 및 문집의 섭렵과 전공은 필수사항이라고 여긴다. 이에 따른 해석 프레임의 작동은 선비의 삶과 선비정신의 구조 및 성격에 대한 면밀하고도 체계적인 이해로 이어질 것이다. 공부, 학문, 교육의 문제를 통해 선비의 삶과 정신을 읽어내는 일은 인간의 삶과 교육에 대한 탐구의 지평을 넓히는 일이며, 이는 한국사회의 지식인에 대한 사명과 책무를 좌표로 제시하는 원천으로 작용할 것이다. 앎, 삶, 교육의 관점에서 선비정신을 연구하는 구도는 다음과 같은 체계를 따른다. (1) 선비, 선비정신, (2) 선비의 일상과 일생, (3) 선비의 공부독서법, (4) 선비와 과거제도, (5) 선비와 문도교육, (6) 선비의 풍류, (7) 선비의 청빈, (8) 선비의 의리, (9) 선비의 역사의식, (10) 선비의 애민정신, (11) 선비의 좌절과 승화, (12) 국난의 위기, 선비의 대응, (13) 근대의 질곡, 선비의 지향. 이상의 문제에 대한 전체적, 종합적 논의는 선비, 선비정신의 문제가 지금-여기의 문제를 고민하고 성찰하는 진행형 탐구 대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