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는 1970년대 근대화 이래 한국사회에서 가장 주목받는 주거형태가 되었고, 오늘날 주류적인 주거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인의 생활양식을 변화시킨 요인 가운데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다. 길과 주택으로 구성된 주거공간이 수직적인 아파트 단지로 ...
아파트는 1970년대 근대화 이래 한국사회에서 가장 주목받는 주거형태가 되었고, 오늘날 주류적인 주거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인의 생활양식을 변화시킨 요인 가운데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다. 길과 주택으로 구성된 주거공간이 수직적인 아파트 단지로 바뀌면서 의식과 생활 전반에 변화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주거공간은 생산과 일의 장(場)인 공장과 사업장, 교육의 장인 학교와 더불어 현대적 삶을 구성하는 삼 요소 가운데 하나이다. 현대를 사는 우리는 모두 이 세 가지 영역을 통과하면서 살고 있다. 주택 위주이던 주거공간이 아파트로 바뀐 의미는 크다. 생활세계와 사적 영역의 조건들이 달라지고 있음을 뜻한다.
생활세계를 구성하는 집의 사회적 맥락이라는 관점으로 현대 한국문학을 통시적으로 읽으면 주택에서 아파트로 달라지고 있는 생활양식을 주목하게 된다. 1966년 이호철의「서울은 만원이다」를 필두로 한국문학에 아파트가 등장한 이래 아파트 표상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소설 텍스트의 주제와 구조가 되고 있다. 70년대에 들어 오정희, 최인호, 이동하, 한수산, 조세희, 윤흥길, 전상국 등의 작품에서 그려진다. 1980년대에 이르러 시대 상황과 맞물려 아파트 표상이 크게 확장되진 않지만 송영, 박영한, 박완서, 강석경, 양귀자 등의 작품에서 나타난다. 1990년대 이후 한국사회의 민주화와 자본주의적 성숙은 한편으로 사적 영역에 대한 관심의 증폭과 다른 한편으로 사적 소유 욕망의 확장으로 이어지고 이는, 소설 속 아파트 표상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최수철, 이문열, 정소성, 조정래, 이창동 등 남성작가와 박완서, 서영은, 김지원, 강석경, 양귀자, 김향숙, 은희경, 김형경, 오정희, 이선, 한강, 공선옥, 윤영수, 차현숙, 전경린 등 많은 여성작가들의 작품에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2000년대 소설에서 더욱 확대되고 있다. 서하진, 신경숙, 정이현, 정미경, 김인숙, 권지예, 전경린, 이치은, 김윤영 등의 여성작가들을 들 수 있다. 아울러 복거일, 문순태 등 중진 남성작가들의 작품에도 나타나며 특히 박완서의 경우 거의 대부분의 작품들이 아파트의 사회학이라고 명명할 수 있을 만큼 빈번하게 아파트와 관련된 생활양식을 서술하고 있다.
집합주거 형태인 아파트는 이처럼 현대 소설 속에 뚜렷한 흐름으로 재현되고 있다. 아파트는 주거 합리화라는 차원에서 비롯하여 한국 근대화의 상징이 되었고, 오늘날에 와서 한국인의 삶을 전반적으로 개입하는 표상이 되었다. 시대에 따라 아파트는 그 사회적 함의가 달라지면서 문학 속에서 변화를 보이고 있다. 아파트는 한국 사회사의 문제이자 문화사의 문제이다. 또한 한국적 근대성을 함축한다. 그런데 이러한 아파트의 문화사회사를 가장 구체적으로 재현하고 있는 작가가 박완서이다. 연구자는 박완서의 소설 속에 형상화된 아파트를 해석하고 설명함으로써 현대 사회와 생활양식의 변화를 통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