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안보에 있어서 국가의 역할 연구>
인간안보를 증진하는데 국가의 역할을 인정한다고 해도 국가는 그에 알맞은 성격과 위상으로 재구성되어야 한다. 먼저, 국가의 존재이유를 외부의 침략으로부터 국가 수호, 대내적 질서 유지에 한정하지 않고 개인의 자유와 행 ...
<인간안보에 있어서 국가의 역할 연구>
인간안보를 증진하는데 국가의 역할을 인정한다고 해도 국가는 그에 알맞은 성격과 위상으로 재구성되어야 한다. 먼저, 국가의 존재이유를 외부의 침략으로부터 국가 수호, 대내적 질서 유지에 한정하지 않고 개인의 자유와 행복 그리고 존엄을 보호하는 ‘의무’ 수행자로 그 위상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국가를 단일 행위자 혹은 권력체가 아니라 다양한 집단과 개인의 견해와 이익이 공존, 경쟁하는 장(長)으로 정의할 필요도 있다. 그에 따라 국가는 민주정치 체제를 수립하고 주권 개념을 변화시킬 것을 요구받는다. 국가는 대내적으로 공화정치와 법치, 그리고 대외적으로 보편적 규범의 보호 및 실행을 추구하게 된다.
국가는 대내적으로 시민들에게 인간안보를 제공할 일차적 책임이 있다. 여기서 어떤 형태의 국가가 ‘보호의 책임’을 다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당연히 개인들에게 공포와 결핍으로부터의 자유를 제공하고 인권을 신장시킬 수 있는 능력과 의지가 있는 국가, 소위 ‘강한 국가’(strong states)이다. 그렇지 않은 ‘약한 국가’는 그 능력과 의지를 높여야 하고, 그런 수준도 되지 않은 ‘실패한 국가‘의 경우 국제공동체가 대신 보호할 책임을 검토해야 한다.
국가가 대내적으로 인간안보를 달성하기 위해 추진할 수 있는 방법은 국가 재건, 신자유주의의 부작용 극복, 사회정책 등을 꼽을 수 있다(Tadjbakhsh and Chenoy 2007, 176-83). 국가의 역할은 공평하고 효율적인 지배 체제와 기회를 공평하게 하는 법치주의를 기초로 해야 한다. 인간안보를 제공하는 능력은 ‘강한 국가’를 필요로 한다. 왜냐하면 강한 국가는 공공이익을 창출하고 분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인간안보 증진을 위해서는 특히, 분쟁을 겪고 난 국가의 경우 신자유주의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정책을 수립할 때 분쟁의 근원을 고려해야 하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 중심의 경제가 항상 모든 개발의 해답이거나 평화의 기초가 아닐 수도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또 인간안보 원칙에 초점을 둔 효과적인 사회 보호는 사회적 지출의 증가를 필요로 하므로, 정부는 강력한 공공정책의 중심에 서야 한다. 그러나 이런 인간안보 증진을 향한 국가의 기본 역할이 개인을 공포와 결핍으로부터 보호(protection)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들이 인간안보의 주체로 나설 수 있도록 권한과 역량을 제고시키는 일(empowerment)임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Fouinat 2004, 290-91).
한편, 국제공동체는 국가가 대내적으로 보호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거나, 지역 차원의 인간안보 위협이 발생할 경우 대신 인간안보를 보호할 책임을 갖는다. 이와 관련한 국제적 관여의 수단으로 인도적 개입이 있지만, 개입국의 국익에 따라 선택적으로 진행된 군사 중심의 접근이라는 비판이 계속해서 제기되었다. 그런 점에서 보호할 책임으로 시각을 변화한 것(소위 human security engagement)는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그럼에도 국제적 관여가 어느 때 이루어져야 하느냐에 대한 견해는 다양하다(ICISS 2001, 14-15, 32; Owen 2004, 373-87). 또 인간안보의 범주에 따라 관여할 위협의 범주도 달라질 수 있다(Thomas and Tow 2002, 181-83; Bellamy and McDonald 2002, 373-77). 이런 논의를 종합해볼 때 국제공동체가 인간안보에 관여할 시점은 공포와 결핍으로부터의 자유가 “심각하게 취약하고 대단히 긴급한 상황”으로 간주해볼 수 있다. 국제법적으로 국제공동체의 관여(특히 군사적 개입)의 조건으로 정당한 권위, 정당한 이유, 정당한 의도, 마지막 수단으로서 군사력 사용, 비례적 수단, 합리적 전망 등 6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현실에서 이는 지키기 어렵고, 이를 언급하고 있는 Responsibility to Protect Report(RTPR, 2001)는 인간안보가 실패한 상황에 대한 대응을 다루고 있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즉 인간안보 관여는 예방에 초점을 두며, 책임성을 갖고 장기간 관여할 준비가 있어야 하고, 개발, 갈등예방, 인권 문제 등을 복합적으로 다룰 수 있어야 한다.
국제적 차원의 인간안보 실현을 위해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 관련 기구를 묶은 가칭 인간안보이사회(Human Security Council) 창설, ▸특정 지역의 인간안보 문제에 관여할 때 국제기구 및 타 선진 지역기구(가령 NATO, EU)의 지원, ▸아시아에서는 군사 개입은 유엔에 일임하고 역내기구는 갈등예방과 보호의 책임에 초점을 두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Acharya 2002, 3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