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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과제 상세정보

근대 장편소설의 개제(改題) 양상
Aspects of retitling Korean modern novels
  • 연구자가 한국연구재단 연구지원시스템에 직접 입력한 정보입니다.
사업명 시간강사지원사업
연구과제번호 2012S1A5B5A07035901
선정년도 2012 년
연구기간 1 년 (2012년 09월 01일 ~ 2013년 08월 31일)
연구책임자 김영애
연구수행기관 순천향대학교
과제진행현황 종료
과제신청시 연구개요
  • 연구목표
  • 김기진의 『再出發』(1942), 이기영의 『情熱記』(1948), 『純情』(1941), 채만식의 『황금광시대』(1949), 이광수의 『放浪者』(1949), 박태원의 『金銀塔』(1949), 김동인의 『활민숙』. 한국문학사에서 이 작품들의 존재는 온전히 규명된 적이 거의 없다. 이기영의 『情熱記』(1942)를 제외하면 이들은 모두 1940년대 이전에 발표된 작품들의 개제작(改題作)으로, 1940년대 이후에 출간된 작품들이며, 식민지 후기부터 해방기에 걸친 작가들의 창작 문제와 출판 현실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증표라고 해도 무방하다. 개작(改作)의 경우 그것은 원작에 가해지는 작가의 주체적인 재창작의 결과로 인식되며, 흔히 작가의식의 변모를 드러내는 표징으로 해석된다. 그런데 개제(改題)의 경우는 좀 복잡하다. 거칠게 나누어 개제는 작가 스스로 그 사유나 배경을 명시적으로 밝혀놓은 작품과, 그 사유나 배경을 전혀 밝히지 않은 작품으로 분류할 수 있다. 전자는 광의의 의미로 개작(改作)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 이 경우 대개는 신문이나 잡지에 연재한 후 이를 단행본으로 출간할 때 개제가 이루어짐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연재 도중 개제가 이루어지는 경우나, 이미 출간된 단행본을 재출간하는 과정에서 개제가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후자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에 있다. 후자의 경우는 대개 식민지시대에 신문이나 잡지에서 일차적으로 연재가 이루어진 후 동일 표제로 단행본이 출간되었으나, 이후 개제되어 다른 출판사에서 단행본으로 재출간된다. 심지어 이 과정에서 작가의 이름까지 바뀌는 경우도 목격된다. 이러한 현상을 단순히 암흑기, 해방기의 혼란스러운 사회 사정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 본 연구자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고자 한다. 이광수, 이기영, 김기진, 채만식, 박태원 같은 대가들에 대한 연구는 전기적 차원에서부터 개별 작품론에 이르기까지 이미 엄청난 성과를 축적한 상태이다. 그런데, 위에 언급한 작품들을 온전하게 다루거나, 개제의 문제에 천학한 논의는 찾기 어렵다. 그것은 일차적으로 상기 작품들이 모두 문학사의 ‘암흑기’라 불리는 1940년대 초나 해방기에 출간된 개제작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는 많은 연구자들이 상기 작품들의 존재 자체를 인식하기 못하였거나, 혹은 인식했다 하더라도 단순한 제목 수정의 차원 혹은 원작의 해적판 정도로 받아들인 결과라 생각된다. 본 연구자는 근대 장편소설의 개제 양상을 꼼꼼하게 살펴 분류하고, 이 결과를 바탕으로 이를 위해 작가 자신이 직접 개제하고 그 배경이나 이유를 명시한 경우와, 작가가 개제 이유나 배경을 제시하지 않은 경우로 나누어 연구를 진행해 나갈 것이다. 후자의 경우 아직 본격적인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은 탓에 본 연수자는 몇 가지의 가설을 세우고 그것을 검증하는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하고자 한다. 현재까지 확인된 작품의 수는 그리 많지 않으나, 이후 자료 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더 늘어날 것이라 판단된다. 지금까지 연구되지 않은 개제물들의 정확한 서지사항과 그 내적 계기를 파악하고, 존재하고 있으나 존재하지 않는, 미해결의 영역으로 남아 있던 상기 작품들의 실체를 밝혀 근대 장편소설사의 빈틈을 메우는 것이 본 연구의 궁극적인 목적이다. 연구의 대상과 범위는 식민지시기에 발표되었다가 해방 전후에 개제된 장편소설로 한정한다. 본 연구는 근대 장편소설의 개제 양상에 주목하여 연구 대상을 해방 전후 개제작으로 한정하고, 이에 더하여 작가가 개제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는가의 여부를 중점적으로 고찰할 것이다. 일반론의 관점에서 볼 때 개제는 대개 작가가 이미 발표된 작품의 주제를 좀 더 적절하고 선명하게 반영하기 위한 행위로 인식된다. 그러나 상기 작품들처럼 작가와 개제 행위 사이의 명확한 인과관계를 파악하기 힘든 경우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식민지시기에 발표된 장편이 이후 단행본으로 출간되는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개제의 문제가 해방기라는 시대적 상황과 어떤 상관관계를 맺고 있는가를 분석하는 작업으로 연결될 것이다. 즉, 왜 유명 작가의 장편들이 해방을 전후로 다수 개제되었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당대 출판 상황과 작가들의 사정, 그리고 사회적 맥락의 총체 속에서 찾아내는 것이 본 연구의 일차적인 목적이라 할 수 있다. 본 연구는 1940년대를 전후로 한 한국 문단 및 출판업계의 상황에 대한 면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 시기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진 개제 행위의 의미를 분석한다. 이를 위해 『출판대감』과 같이 당시 출판 상황을 짐작할 수 있는 자료를 분석하고, 이와 더불어 각 작가들의 창작 활동과 정치적 행보 등을 조명하여 이 시기 개제 행위에 내포된 문학적, 사회적 의미를 추출하고자 한다.
  • 기대효과
  • 본 연구는 근대 장편소설의 개제 양상을 고찰하고 그로부터 작가와 개제 행위 사이의 인과관계를 파악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다. 왜 유명 작가의 장편들이 해방을 전후로 다수 개제되었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당대 출판 상황과 작가들의 사정, 그리고 사회적 맥락의 총체 속에서 찾아내는 것이 본 연구의 일차적인 목표이다.
    식민지시기에 발표된 작품의 개제 양상에 대한 논의는 찾아보기 어렵고, 그나마 개별 작가의 개작 문제 차원에서 일부 유사한 논의들이 있을 따름이다. 우리 문학사 전반에서도 개제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조명한 논의는 거의 전무할 정도로 이 분야는 아직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본 연구를 통해 작가와 개제 행위 간 명확한 인과관계를 파악하고, 개제라는 행위를 둘러싼 작가와 출판 상황, 그리고 사회적 맥락의 총체를 읽어낼 수 있다면, 이는 이후 개제를 통한 작가의식의 변모 혹은 상업주의 행태가 빚어낸 문단 상황의 혼란상 등을 명료하게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해방을 전후로 쏟아져 나온 개제작들이 출판업자들의 상업주의 전략에 따른 해적판에 불과한 것인지, 아니면 작가와 출판계, 문단의 공존공생을 위한 불가피한 해법이었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이들의 출현이 독자들에게 큰 혼란을 가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러한 독자들의 혼란을 예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작가와 출판계, 문단이 ‘개제’를 통한 현실의 돌파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면, 그 인과관계를 명징하게 밝히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리라 판단된다.
    또한 개별 작가들에 관한 연구에도 새로운 장이 열릴 것이라 기대한다. 이미 방대한 연구 결과가 축적된 작가의 경우 지금까지 미해결의 영역으로 남아 있던 개제의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이전과는 다른 풍부한 논의가 이루어질 것이라 예상한다. 이를 통해 최근 답보 상태에 놓인 식민지시기 작가와 작품에 대한 연구가 보다 활발해질 것이라 기대한다.
  • 연구요약
  • 본 연구의 목적은 왜 유명 작가의 장편들이 해방을 전후로 다수 개제되었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당대 출판 상황과 작가들의 사정, 그리고 사회적 맥락의 총체 속에서 찾아내는 데 있다. 개제가 이루어진 작품들은 작가 자신이 직접 개제한 경우 즉, 신문이나 잡지 등의 지면을 통해 개제 사유나 배경을 밝힌 경우와, 누가 개제했는지, 개제 사유나 배경 등이 밝혀져 있지 않은 경우로 구분할 수 있다. 해방 이전에 단행본으로 출간된 인기 작가의 장편소설이 출판사나 판권자가 바뀐 상태로 출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월북 작가의 경우 월북 시점과 개제한 시점을 비교할 필요가 있으며, 출판자가 판권을 이임 받아 개제 출간하는 경우도 있으리라 예상된다. 이 연구의 논증 포인트는 개제의 주체와 사유, 구체적 배경이 밝혀지지 않은 작품들을 중심으로, 왜 저명한 작가의 저명한 작품을 굳이 개제했는지, 개제의 주체가 누구인지, 해방공간을 중심으로 이러한 현상들이 단발적으로 일어난 이유와 배경이 무엇인지를 탐구하는 데 있다.
    당시 출판계는 용지의 공급 부족, 필자의 부족 등으로 새로운 창작물의 출간이 아닌 식민지 시대에 이미 발행된 작품을 재출간하는 방식으로 연명하였다. 번역물, 위인전, 탐정물 중심으로 출판시장이 활성화되었고, 본격소설의 창작 부족을 메우기 위한 방편으로 해방 이전에 발표된 작품들이 재출간되었거나 개제 출간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상업적인 목적을 위해 싼 값으로 판권을 사들인 출판업자들이 작가의 동의 없이 무단으로 제목을 바꾸어 출판했을 가능성도 농후하다. 이 시기 개제의 양상을 저작권의 문제와 결부시켜 논증할 필요가 있다. 즉 저작권의 상당수가 작가가 아닌 출판업자(출판사 사장)에게 양도되었다는 당시 출판계 상황에 비추어 이러한 문제가 작품의 무단 개제 및 출간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별다른 설명 없이 기존에 발표된 작품의 제목이 바뀌는 경우 많은 독자들은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다. 작가나 출판업자들이 이러한 사실을 몰랐을 리 없으니, 이들이 독자들의 혼란을 무릅쓰고서라도 제목을 바꾸어야 하는 필연적인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가령, ‘群像’ 3부작의 하나로, 토지를 빼앗긴 조선 농민의 만주 이주를 다룬 최초의 장편소설로 평가되는 『삼봉이네 집』을 ‘放浪者’로 바꾸었을 경우 야기될 수 있는 문제는 무엇일까. 이 작품은 당시 일제에 의해 출판 불허 판정을 받았을 정도로 문제작이었으며, 연재 종료 후 내용 일부가 삭제된 뒤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만약 이 과정에서 개제가 이루어졌다면, 이는 일제의 검열로 인한 불가피한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1949년의 상황에서 『삼봉이네 집』이 『放浪者』로 바뀐 사실에서는 선뜻 납득할 만한 내적 필연성을 발견하기 어렵다. 추측할 수 있는 시나리오의 하나는 이광수가 저작권을 출판업자(중앙출판사)에게 헐값으로 넘긴 이후 새 작품 창작의 어려움과 그로 인한 경제적인 문제 등을 이유로 『삼봉이네 집』의 내용을 일부 수정하여 『放浪者』로 재출간했으리라는 것이다. 실제로 해방기에 간행된 이광수의 저서 중 『放浪者』를 포함한 『혁명가의 안해』, 『이순신』, 『이차돈의 사』 등 8권의 판권지에는 이광수의 저작 표시가 기재되어 있지 않다. 식민지 시대 저작 표시의 관행에 근거한다면 8권의 저서는 이광수가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않은 것으로, 작가의 뜻과는 상관없이 출판업자의 요구에 의해 출간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해방 이후 월북한 작가들의 작품 제목이 바뀐 경우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기영의 『정열기』가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작품은 1942년에 단행본으로 출간한 『생활의 윤리』(성문당서점)를 1948년 동일 출판사에서 재출간하는 과정에서 제목이 바뀌었다. 이기영은 1945년 가을에 월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48년은 남북의 분단이 고착화되기 시작할 무렵이어서 이러한 시기에 그가 직접 월남하여 『생활의 윤리』를 『정열기』로 바꾸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월북 이후 남한에서 그의 작품에 대한 판권이 누구에게 있었는가를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해방 전후 이기영 작품의 개제 행위가 어떤 과정으로 이루어진 것이며 그것이 당시 사회 상황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인지를 인과적으로 밝힐 수 있다. 이는 비단 이광수나 이기영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이 시기를 전후로 이루어진 개제 행위의 근본적인 원인과, 작가-출판업자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알 수 있는 중요한 작업이다.
  • 한글키워드
  • 개제, 근대 장편소설, 양상, 해방기, 출판, 해적판, 판권
  • 영문키워드
  • retitling, modern novel, aspects, period of liberation, publishing, a pirated edition, copyright
결과보고시 연구요약문
  • 국문
  • 이 논문은 식민지 말기와 해방기 출판 관행 및 이기영의 월북과, 그의 작품이 개제된 사실 사이에 주목할 만한 인과관계가 존재하는지를 규명하는 데 주된 목적이 있다. 궁극적으로 이기영 소설의 개제는 작가의 의지가 아니라, 출판업자의 전략적 판단에 따른 행위로 귀납된다. 곧 출판업자가 프로문학의 대표 작가였던 이기영의 소설을 통해 상업적인 이익을 취하려는 수단으로 이데올로기성과 계몽성이 강한 원제목을 좀 더 대중적이고 통속적인 제목으로 수정한 것이다. 본고는 해방 전후로 두 편의 개제작이 확인되는 이기영을 중심으로 이러한 현상의 의미를 분석해보고자 한다. 식민지시기에 발표한 이기영의 장편소설이 단행본으로 재출간되는 과정에서 󰡔신개지󰡕는 󰡔순정󰡕으로, 󰡔생활의 윤리󰡕는 󰡔정열기󰡕로 바뀌고, 작품의 일부가 누락되는 현상이 발견되었다. 개제작들이 확인되는 다른 작가들과 비교할 때 이기영 소설의 재출간 과정에서 확인되는 이러한 측면은 좀 더 신중한 논의와 고찰을 요한다.
    해방을 전후로 등장한 개제작들은 분명 출판업자들의 상업주의 전략에 의해 탄생한 국적 불명의 작품이다. 그러나 이는 작가와 출판계, 문단의 공생을 위해 기획된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하다. 물론 이들의 출현이 문단과 독자들에게 큰 혼란을 불러일으킨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러한 혼란을 예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작가와 출판계, 문단이 ‘개제’라는 무리수를 통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었던 당대 상황에 대한 고려와 이해 역시 필요하다. 본 연구를 통해 작가와 개제 행위 간 명확한 인과관계를 파악하고, 개제라는 행위를 둘러싼 작가와 출판 상황, 그리고 사회적 맥락의 총체를 읽어낼 수 있다면, 이는 개제를 통한 작가의식의 변모 혹은 출판계의 상업주의적 행태가 초래한 혼란상 등을 명료하게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신개지󰡕와 󰡔생활의 윤리󰡕의 개제 양상은 당시 출판 시장의 혼탁함과 상업주의적 행태를 단적으로 증명하는 동시에, 저작권이나 판권에 대한 인숙 수준을 명료하게 보여준다. 아울러 이 작품들은 창작물에 대한 저작자의 권리를 중시하기 시작한 시기에 나타난 현상이라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근대 저작권 개념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사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영문
  • The main purpose of this study is to examine closely on the matter of retitling Lee Gi-young's novel, especially The Newly reclaimed land(Singaeji) and The Ethics of life, during the late colonial period and the liberation period. Lee Gi-young was a key member of the KAPF.
    Publishers republished his work by changing the title, the author's name and deleting parts of the contents in order to get commercial interests. Because publishers owned the copyrights to his work, these retitling and modifying the original works were not bascally illegal. But they can't avoid moral blame.
    The Newly reclaimed land(Singaeji) was changed to The Pure heart in Sechang booksellers and The Ethics of life to The Record of passion. These phenomenon reflect chaos of publishing market at that time. It also exemplifies the behavior of commercial publishers. This phenomenon will be an important case to study on the concept of Korean modern copyright.
연구결과보고서
  • 초록
  • 본 연구는 식민지 말기와 해방기 출판 관행 및 이기영의 월북과, 그의 작품이 개제된 사실 사이에 주목할 만한 인과관계가 존재하는지를 규명하는 데 주된 목적이 있다. 궁극적으로 이기영 소설의 개제는 작가의 의지가 아니라, 출판업자의 전략적 판단에 따른 행위로 귀납된다. 곧 출판업자가 프로문학의 대표 작가였던 이기영의 소설을 통해 상업적인 이익을 취하려는 수단으로 이데올로기성과 계몽성이 강한 원제목을 좀 더 대중적이고 통속적인 제목으로 수정한 것이다. 본고는 해방 전후로 두 편의 개제작이 확인되는 이기영을 중심으로 이러한 현상의 의미를 분석해보고자 한다. 식민지시기에 발표한 이기영의 장편소설이 단행본으로 재출간되는 과정에서 󰡔신개지󰡕는 󰡔순정󰡕으로, 󰡔생활의 윤리󰡕는 󰡔정열기󰡕로 바뀌고, 작품의 일부가 누락되는 현상이 발견되었다. 개제작들이 확인되는 다른 작가들과 비교할 때 이기영 소설의 재출간 과정에서 확인되는 이러한 측면은 좀 더 신중한 논의와 고찰을 요한다.
    해방을 전후로 등장한 개제작들은 분명 출판업자들의 상업주의 전략에 의해 탄생한 국적 불명의 작품이다. 그러나 이는 작가와 출판계, 문단의 공생을 위해 기획된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하다. 물론 이들의 출현이 문단과 독자들에게 큰 혼란을 불러일으킨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러한 혼란을 예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작가와 출판계, 문단이 ‘개제’라는 무리수를 통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었던 당대 상황에 대한 고려와 이해 역시 필요하다. 본 연구를 통해 작가와 개제 행위 간 명확한 인과관계를 파악하고, 개제라는 행위를 둘러싼 작가와 출판 상황, 그리고 사회적 맥락의 총체를 읽어낼 수 있다면, 이는 개제를 통한 작가의식의 변모 혹은 출판계의 상업주의적 행태가 초래한 혼란상 등을 명료하게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신개지󰡕와 󰡔생활의 윤리󰡕의 개제 양상은 당시 출판 시장의 혼탁함과 상업주의적 행태를 단적으로 증명하는 동시에, 저작권이나 판권에 대한 인숙 수준을 명료하게 보여준다. 아울러 이 작품들은 창작물에 대한 저작자의 권리를 중시하기 시작한 시기에 나타난 현상이라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근대 저작권 개념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사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연구결과 및 활용방안
  • 본 연구는 식민지 말기와 해방기 출판 관행 및 이기영의 월북과, 그의 작품이 개제된 사실 사이에 주목할 만한 인과관계가 존재하는지를 규명하는 데 주된 목적이 있다. 궁극적으로 이기영 소설의 개제는 작가의 의지가 아니라, 출판업자의 전략적 판단에 따른 행위로 귀납된다. 곧 출판업자가 프로문학의 대표 작가였던 이기영의 소설을 통해 상업적인 이익을 취하려는 수단으로 이데올로기성과 계몽성이 강한 원제목을 좀 더 대중적이고 통속적인 제목으로 수정한 것이다. 본고는 해방 전후로 두 편의 개제작이 확인되는 이기영을 중심으로 이러한 현상의 의미를 분석해보고자 하였다. 식민지시기에 발표한 이기영의 장편소설이 단행본으로 재출간되는 과정에서 󰡔신개지󰡕는 󰡔순정󰡕으로, 󰡔생활의 윤리󰡕는 󰡔정열기󰡕로 바뀌고, 작품의 일부가 누락되는 현상이 발견되었다. 개제작들이 확인되는 다른 작가들과 비교할 때 이기영 소설의 재출간 과정에서 확인되는 이러한 측면은 좀 더 신중한 논의와 고찰을 요한다. 해방을 전후로 등장한 개제작들은 분명 출판업자들의 상업주의 전략에 의해 탄생한 국적 불명의 작품이다. 그러나 이는 작가와 출판계, 문단의 공생을 위해 기획된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하다. 물론 이들의 출현이 문단과 독자들에게 큰 혼란을 불러일으킨 것은 자명하다. 이러한 혼란을 예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작가와 출판계, 문단이 ‘개제’라는 무리수를 통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었던 당대 상황에 대한 고려와 이해 역시 필요하다.
    이기영의 󰡔순정󰡕은 그가 1938년 󰡔동아일보󰡕에 연재 종료한 󰡔新開地󰡕를 1941년 세창서관에서 개제하여 단행본으로 출간한 작품이다. 󰡔순정󰡕을 출간한 세창서관은 주로 신소설 중심으로 딱지본 대중소설을 출판했던 곳이며, 다른 출판사의 지형(紙型)을 인수하여 유명 작가의 작품을 출간하기도 했다. 1938년 삼문사본 󰡔신개지󰡕와 1941년 세창서관본 󰡔순정󰡕이 동일 판본인 이유는 세창서관이 삼문사본 󰡔신개지󰡕의 지형을 인수했기 때문이다. 󰡔정열기󰡕는 1942년 성문당서점과 대동출판사에서 출간된 전작장편 󰡔생활의 윤리󰡕 중 앞 9장까지의 내용을 그대로 수록하여 1948년 성문당서점에서 재출간한 작품으로, 󰡔순정󰡕과 마찬가지의 문제인 작품 누락 현상이 발견된다. 󰡔정열기󰡕는 원작 󰡔생활의 윤리󰡕의 판권을 소유한 출판사가 저자의 동의 없이 무단으로 작품의 제목을 변경하고 본문 가운데 삼분의 일 정도를 누락하여 출간했다. 이기영은 해방 직후 월북하였기에 그의 전작들이 좌익서적으로 분류되어 출판에 제약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생활의 윤리󰡕 초판을 간행한 성문당서점 측이 제목을 바꾸어 출판했을 것이다. ‘생활의 윤리’에서 ‘정열기’로 개제되는 과정에 개입한 것은 출판사의 상업적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이기영 소설 󰡔신개지󰡕와 󰡔생활의 윤리󰡕의 개제 양상은 식민지 말기와 해방기 출판 시장의 혼탁함과 상업주의적 행태를 단적으로 증명하는 동시에, 저작권이나 판권에 대한 미숙한 인숙 수준을 보여준다. 아울러 이 작품들은 창작물에 대한 저작자의 권리를 중시하기 시작한 시기에 나타난 현상이라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근대 저작권 개념을 파악하는 중요한 사례로 연구될 수 있을 것이다. 그간 이기영 소설에 관한 연구는 좁은 영역을 넘어 다층적인 방향으로 축적되어왔다. 󰡔순정󰡕과 󰡔정열기󰡕의 존재를 통해 당대 출판업계의 난맥상을 파악하고, 개제작의 출간을 통해 창작 부진과 출판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있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단순한 ‘해적판’이 아니라 적법한 절차에 따라 출판된 작품이기 때문이다. 출판업자들에게 윤리적 차원의 비난을 가할 수는 있으나 이들이 출판한 개제작들을 ‘해적판’으로 명명할 수는 없다.
    본고의 논의는 엄밀한 ‘규명’의 차원에 이르지 못하고, 가설과 추측으로 봉합된 측면이 있다. 당초 문제의식의 출발이었던 ‘개제작’과 ‘해적판’의 간극을 설명하는 과정이 치밀한 논증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문제의 변죽만 울리고 말았다는 데서 본고의 한계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이 간극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개제의 원인이나 상황을 설명할 근거 자료가 필요하다. 본고의 한계는 이러한 근거 자료의 확보에 실패한 데서 기인한다. 역설적으로 이는 근대소설의 개제와 해적판 연구가 지속되어야 하는 필연성을 제기한다.
  • 색인어
  • 개제, 이기영, 근대 장편소설, 식민지시기, 해방기, 출판, 해적판, 판권.
  • 연구성과물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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