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차 세계대전이 한창 진행 중이던 1940년을 전후하여 20세기 현대 문학사에 새로운 문학적 경향이 등장하는데, 소위 ‘저항 문학Letteratura della Resistenza’이라고 불리우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 저항 문학은 나찌즘과 파시즘이라는 두 개의 거대한 정치, 사회적 ...
제 2차 세계대전이 한창 진행 중이던 1940년을 전후하여 20세기 현대 문학사에 새로운 문학적 경향이 등장하는데, 소위 ‘저항 문학Letteratura della Resistenza’이라고 불리우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 저항 문학은 나찌즘과 파시즘이라는 두 개의 거대한 정치, 사회적 이데올로기에 반대의 기치를 들고 등장한 것으로, 발생 과정에서부터 이미 현실고발적, 사회 참여적 성격을 배태하고 있었다. 형식면에서는 1920년 무렵부터 이탈리아 문단을 지배하고 있던 네오레알리즈모의 전통을 이어받아 정치, 사회적 격동기였던 당시의 현실 상황을 있는 그대로 작품 속에 묘사해내면서, 내용면에서는 모순된 사회 구조의 진원인 나치즘과 파시즘이라는 두 이데올로기의 허구성을 폭로하고 현실을 고발하며, 독자들에게 도덕적 책임의식과 사회참여의식을 고취시켰다. 이러한 작품을 쓴 작가들은 대부분, 당시 레지스탕스 운동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었으며, 특히 프리모 레비를 포함한 당시 많은 지식인들은 밀라노와 토리노를 중심으로 한 반파시즘 지하 조직운동 ‘자유와 정의Giustizia e libertà’에 가담했고, 그들의 사회․정치적 저항 의지를 문학 작품에 그대로 반영하였다. 이러한 문학사적 흐름을 타고 저항 문학이 특정한 역사․정치적 사건을 배경으로 보다 구체적이고 첨예한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 바로 ‘증언 문학Letteratura della testimonianza’이다. 전쟁 직후, 특히 1950년대를 전후로 해서 포로수용소나 인종 박해를 주제로 한 회고, 일기, 비평에 관한 많은 책들이 전 유럽을 휩쓸게 된다. 저자들은 대부분의 경우 강제노동 수용소에서의 참상을 직접 경험한 희생자들로 당대의 의식 있는 여론을 형성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다. 히틀러의 조직적인 유태인 박해 정책 하에 독일과 폴란드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 산재했던 라거에서의 사건들과 러시아의 굴락과 여러 포로수용소들에서 있었던 사건들이 아직도 상당 부분 밝혀지지 않았으나 방대한 다큐멘타리적 자료들이 모여 이른바 ‘수용소 문학Letteratura concentrazionaria’ 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수용소 문학’은 구소련의 굴락과 같은 강제노동 수용소를 포함한 전체 수용소를 배경으로 하는 포괄적인 의미를 담고 있고, ‘증언 문학’은 나치즘과 파시즘을 바탕한 독일의 나치 수용소를 배경으로 국한시켜 일컫는 말이다. 이러한 문학 작품들은 말 그대로 역사적 증언, 현실고발과 도덕적 참여라는 테마를 공통분모로 가지고 있으며 두 번 다시 이러한 폭력의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경종을 울리고자하는 절박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증언은 집단적이고 대중적인 행위라는 점에서, 불의에 대항하고 도전하는 선언이라는 점에서 용기 있고 고귀한 일이다. 그런데 이러한 증언의 서술이 수용소의 끔찍하고 충격적인 기억들을 전하는 보다 효과적인 견인차로 사용됨에 따라, 점차 다양하고 설득력 있는 문체와 구조적 완결성, 주제적 아이덴티티를 지니고 하나의 진정한 장르로서의 특성을 획득하면서 자서전, 교양소설, 역사소설, 철학 에세이 및 기타 여러 가지 요소와 결합한 장르로 자리 잡게 된다.
러시아의 강제노동 수용소를 배경으로 하여 문학성 높은 뛰어난 작품들로 넓은 범위에서 수용소 문학의 범주에 드는 작가들은 많다. 1970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지명되었던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이 대표적이다. 그의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엘리 위젤의 3부작『밤과 새벽, 그리고 낮』,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프리모 레비의 『이것이 인간인가』, 『휴전』등은 수용소 문학 또는 증언의 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작품들이다. 이중에서도 특히 레비의 『이것이 인간인가』는 증언문학의 백미로 손꼽히며 이탈리아 현대문학사에 고전으로 당당하게 자리잡고 있으며,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는 스탈린의 정치적 탄압으로 1945년 소련 당국에 의해 반국가 행위를 했다는 죄목으로 체포되어 이후 8년간 강제 노동수용소에서 보낸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그곳의 실상과 스탈린 정치권력의 허상에 대해 낱낱이 폭로한 수용소 문학의 백미로, 스탈린 이후 소련문학의 전형으로 주목받았고 역시 현대문학사에 고전으로 자리매김했다. 본 연구자는 레비의 이탈리아 증언문학을 연구해왔으나 솔제니친과의 비교 연구는 처음 시도하는 바, 솔제니친의 러시아 수용소문학에 대해서는 미흡한 점이 많지만 이번 프로젝트를 통하여 연구의 지평을 넓히고 두 작품의 역사적 배경과 서술구조, 인물 분석 등을 통해 깊이 있는 연구에 도전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