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문화연구에서 로컬리티(locality: 지역성), 로컬적인 것(the local), 그리고 로컬문화가 주요한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지만 학문적 신조어라고 할 수 있는 ‘로컬윤리학(Local Ethics)’, ‘로컬문화윤리학(Local Culture Ethics)’은 어떤 윤리학인가?
이 연구는 교 ...
최근에 문화연구에서 로컬리티(locality: 지역성), 로컬적인 것(the local), 그리고 로컬문화가 주요한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지만 학문적 신조어라고 할 수 있는 ‘로컬윤리학(Local Ethics)’, ‘로컬문화윤리학(Local Culture Ethics)’은 어떤 윤리학인가?
이 연구는 교류가 빈번하고 다양한 문화적 양상들이 충돌하는 접경지인 로컬(지역·지방)문화로서 세 공간/장소성을 지정하고자 한다. 저지역이 아닌 ‘로컬지역 부산’, 저 로컬국가가 아닌 이 ‘로컬국가 한국’, 저 대륙지역이 아닌 이 ‘로컬대륙 아시아’에서의 공간, 장소, 위치에서 출발하는 문화윤리학이고자 한다.
그러나 거주하는 공간/장소성은 공유되는 정태적인 문화적 전통을 반영할 수도 있지만 전지구화라는 새로운 세계질서와 ‘국가(nationality)’에 대비되는 로컬리티, '중심성(centrality)'에 대비되는 주변적 모습을 지속적으로 생성·변화·소멸시키면서 다른 공간/장소성으로 대체되는 역동적인 ‘사회·문화적 구성물’(social·cultural construction)이라고 할 수 있다. 근대성의 국가(중앙) 중심의 경제·행정 통합과 문화적 조정의 구조 속에 포섭·배제되어 중앙과 지방의 ‘경계’ 와 ‘주변적’인 것으로 치부된 로컬(지방)의 문화는 근대의 시공간이 규정지어 놓은 인간의 질서, 문화에 내재된 권력관계를 반영하기에, 포스트모던·탈식민 이론에서 제기하는바 국민국가의 건설과정에서 억압된 다양한 ‘하위집단들(subalterns)’을 주목하고, 민족적 주체에서 배제되거나 소외된 타자성이 성찰될 필요성이 있다. 뿐만 아니라 세계화의 진전에 따라 로컬문화는 중앙/지방, 국가/도시의 이분법적 구도를 넘어 ‘전지구적 로컬화(glocalization)’에 맞춰, 로컬리티(지역성)를 생성 및 변화시키고 있다. 혹자는 전지구화가 전지구적 자본주의나 문화 제국주의를 통해 매개됨으로 국가단위의 보호막이 허물어진 로컬을 유린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하고, 로컬 또는 로컬리티의 개념이 이에 대한 저항이나 반대의 의미로 자리매김 되는 현실을 강조하기도 한다., 어쨌든 전지구화와 로컬화의 관계는 일률적으로 규정할 수 없는 한계가 있으며, 지구-국가-로컬 단위가 중층적인 관계 속에서 복합적인 양상을 띤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로컬의 공간/장소성에는 전통적인 공간, 근대 및 탈근대의 공간, 디아스포라 공간, 자본의 공간 등 다양한 공간과 장소성이 있으며, 또한 중심/주변, 주체/타자, 남성/여성, 민족/이주민과 같은 경계가 형성 및 해체되는 문화공간/장소성 속에서 해명되는 것이 로컬의 공간/장소성이라고 할 수 있다.
로컬문화윤리학은 서양 중심의 근현대적 패러다임에 갇힌 보편주의적 윤리학이 주변화시키고 간과하고 있는 장소성과 위치성에 민감한 윤리학인데, 그 구체적 실천을 부산 로컬리티의 문화윤리, 한국 로컬리티의 문화윤리, 아시아 로컬리티의 문화윤리를 통해 구현해 보고자 한다. 타자와 자기, 지역과 다른 목소리의 회복을 추구하는 문화윤리학을, 역사적, 문화적으로 상황화된, 위치지워진 로컬 공동체의 윤리의식을 드러내는 문화해석학을 추구해 보고자 한다. 이러한 문화해석학은 부산과 한국, 아시아 지역의 소설과 영화, 이야기에 담겨있는 윤리적 목소리 해명을 추구하는 문화윤리학적 시도를 통해 시도되며 이를 위해 소설이나 영화를 통해서 부산인, 한국인, 아시아인의 윤리의식이 어떻게 변화·굴절·왜곡·생성되며, 근현대의 근대화 과정 속에서 어떤 윤리의식과 목소리를 가져왔는지를 살피는 로컬문화윤리학이고자 한다.
또한 로컬문화윤리학은 구체적으로 소설이나 영화작품을 통해 ‘타자화(othering)’된 부산 영화, 한국 영화 또는 세계화 속의 아시아 영화들을 통해 타자화되고 식민화된 주변부 로컬들의 여러 면모를 발견하고 특수한 로컬의 차원을 넘어서는 '트랜스로컬(translocal)‘ 문화윤리학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이분법(오리엔탈리즘과 옥시덴탈리즘)에 대한 이중 비판을 시도하면서, 중심과 로컬의 대립구도 사이의 위계를 설정하는 근대성이 강요한 초월적 보편 담론의 헤게모니 지식들을 비판하면서 타자와의 관계, 목소리, 이야기 속에서 소통하고 대화하는 수평적 연대를 추구하는 트랜스로컬, ’트랜스모더니티(transmodernity)‘의 문화윤리이고자 한다. 이런 탈식민적인, 로컬의 공간/장소성을 구현하는 로컬문화윤리학의 추구가 저술의 목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