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및 필요성
자살생존자(suicide survivor)는 가족, 친구, 동료 등 의미있는 사람의 자살을 경험한 사람으로 정의된다. OECD국가 중 가장 높은 자살률을 15년간 유지한 우리사회의 심각한 자살문제와, 관계지향의 문화로 인해 사회적 관계의 영향력이 큰 점을 고려할 ...
배경 및 필요성
자살생존자(suicide survivor)는 가족, 친구, 동료 등 의미있는 사람의 자살을 경험한 사람으로 정의된다. OECD국가 중 가장 높은 자살률을 15년간 유지한 우리사회의 심각한 자살문제와, 관계지향의 문화로 인해 사회적 관계의 영향력이 큰 점을 고려할 때, 자살에 노출되는 경험은 자살유가족을 포함한 자살생존자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자살생존자의 현황과 자살생존자가 경험하는 심리적 영향에 대한 체계적인 대규모 종단 조사가 국내에 부족하였다.
연구방법
이에 본 연구는 전국 19세 이상 성인을 모집단으로 지역과 성, 연령의 비율을 고려한 층화비례할당표집을 사용하여 총 2000명의 일반인을 대상으로 3년간 조사전문기관을 통해 온라인설문조사를 종단적으로 실시하여 LoSS (Longitudinal study On mental health among Suicide Survivors) 데이터를 구축하였다. 자살관련 요인, 사별관련 정신건강 요인(애도, 낙인, 자살생각, 자살시도, 정신건강 서비스 이용), 건강행동 및 정신건강 상태(음주, 흡연, 우울, 삶의질 등), 사회적 요인(가족기능, 사회적지지), 인구사회학적 요인에 대해, 1년 간격으로 총 3회에 걸쳐 조사를 실시하였고 그중 자살생존자에 대해서는 2회의 부가조사를 추가하여 총 5회 실시하였다. 본 연구는 OO대 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승인을 받았으며, 연구참여자의 자발적 동의과정을 거쳐 자살과 관련된 질문의 정신건강 위험을 최소화 하도록 진행되었다. 기초통계를 위해 기술적 분석을 사용하였고, 종단적 변화를 분석하기 위해 잠재성장모형(Latent Growth Model)을 사용하였다.
결과
주요 결과는 다음과 같다. 사회적 관계 내에서 자살을 경험한 자살생존자가 32.1% 보고되었다(가족=3.3%, 친척=7.2%, 친구 및 동료=10.3%, 유명인=4.4%.). 자살생존자는 자살이 아닌 사별을 경험하거나 주위의 죽음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자살에 대해 더 많이 생각했고(p<0.01), 더 우울감이 높았다(p<0.05). 특히 관계 형태보다 친밀함이 큰 영향을 미쳐, 친밀한 관계의 사람을 잃은 자살생존자가 더 심각한 자살생각(b=.616, p=.000)을 보고하였다. 주위의 자살에 노출된 이후 시간이 지나며 자살생각이 감소하는 경향이 발견되었지만 10년 이상의 기간 이전에 자살을 경험한 집단에서도 자살생각이 계속 유지되는 것이 발견되었다. 한편, 자아탄력성(resiliency), 양호한 가족기능, 주변으로부터의 사회적지지, 신체적 건강이 보호요인으로서 자살생존자의 자살생각과 우울감을 유의미하게 낮추는 효과가 있음이 분석되었다.
논의 및 제언
우리사회의 높은 자살률의 결과로 높은 수준 자살생존자가 존재함이 조사결과 발견되었다. 가족의 자살을 경험한 자살유가족 뿐만 아니라, 친구, 동료, 지인, 유명인의 자살에 영향 받음을 보고하는 자살생존자가 다수 존재하였다. 결과에서 나타나듯 자살로 인한 사별은 자살 외 다른 원인에 의한 사별에 비해 높은 수준의 자살생각과 우울감을 야기한다. 자살자와의 관계 유형과 친밀도를 잠재성장모형에 투입하였을 때 유형 효과가 사라지고 친밀도 효과가 유의하게 나타나는 것을 해석할 때, 친밀도가 높은 가족의 자살은 물론이고, 친구나 동료, 지인, 또한 주관적으로 친밀하게 생각하는 유명인의 자살에 노출된 사람 역시 자살생존자로서 주의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자살생존자의 자살생각과 우울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낮아지는 경향이 있으며, 사회적 지지, 가족 기능 등의 보호요인에 의해 유의하게 낮아지는 기울기를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년 이상의 지난 자살사별 경험이 지난 집단에서 자살생각의 기울기가 변하지 않는다는 점은 자살 노출의 강력한 영향을 나타낸다. 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한 정책적 및 실천적 차원의 제언은 다음과 같다. 자살에의 노출 경험이 빈번하게 일어남에도 불구하고 자살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정보의 부족으로 인해 자살생존에 대한 인식 부족에 대해 사회적 인식 개선과 교육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자살자와의 관계 유형보다 친밀도가 강력한 파급력이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유가족 중심 자살예방 프로그램이 보다 더 확대될 필요가 있다. 연구결과에서 드러난 보호요인을 증진시킬 수 있는 자살생존자 프로그램이 개발되고 확대 보급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자살에 노출된 경험이 장기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국가자살예방정책과 지역차원 자살예방사업은 자살생존자에 대한 장기적 지원 프로그램을 유지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높은 자살율이 많은 숫자의 자살생존자를 만들고, 자살생존자는 자살생각 및 우울 등의 자살위기적 위험요인이 높아져 고위험군으로 관심과 도움이 필요한 만큼, 본 연구결과가 시사하는 자살생존자에 대한 대책이 근거를 기반으로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