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본 연구는 해방 이후부터 1970년대까지 주요 문화 네트워크 및 미디어(각종 문화․학술 단체, 잡지, 문인 등)를 대상으로 하여 세계성 인식이 ‘제3세계’ 중심으로 재편성되는 양상을 살피고자 한다. 더 중요하게는 냉전 체제와 전후(戰後) 인식의 급변 속에서 한국 지식 ...
1. 본 연구는 해방 이후부터 1970년대까지 주요 문화 네트워크 및 미디어(각종 문화․학술 단체, 잡지, 문인 등)를 대상으로 하여 세계성 인식이 ‘제3세계’ 중심으로 재편성되는 양상을 살피고자 한다. 더 중요하게는 냉전 체제와 전후(戰後) 인식의 급변 속에서 한국 지식인이 이른바 ‘제3세계적 시각’을 통해 근대적 주체를 형성하는 과정을 고찰하려고 한다. 그에 따라, 본 연구는 매체·제도·표상의 제 양상이라는 다층적인 경로를 통해 좁게는 1970년대 민족문학, 넓게는 해방 이후 학술·문화 영역에서 제3세계의 영향 및 세계성의 구축이라는 문제에 접근할 것이다.
(1) 매체:제3세계 정치·경제·문화를 중심으로 냉전질서를 파악하고 해방 이후 정론지·문학출판·대중지 등을 대상으로 한국의 근대적 주체를 표현하는 담론의 예를 기초조사 한다. 여기에는 <신천지>(1946), <신태양>(1952), <사상계>(1953), <아리랑>(1955), <신동아>(1964), <청맥>(1965), <월간문학>(1968), <창작과비평>(1966), <문학과지성>(1970), <문학사상>(1972), <세계의 문학>(1976) 등의 방대한 자료가 포함되며 잡지 외에도 제3세계성의 문화 담론과 유관한 주요 신문과 단행본을 포함한다.
(2) 제도:1970년대에 활발했던 제3세계 문학의 번역출판 과정은 물론, 국제 펜클럽 한국지부(the Korea P.E.N, 1954), 한국비교문학회(1959) 및 학회지 <비교문학과 비교문화>(1977), <세계의 문학> 등을 중심으로 민족문학과 세계문학의 개념 및 범주가 형성되는 양상을 광범위하게 탐색한다.
(3) 표상:제3세계의 문화적 표상과 관련해서는 세계인(cosmopolitan)이나 시민의 정체성을 표현했던 박인환과 배인철, 선진적으로 제3세계 문학을 번역한 김수영, 제3세계의 중립사상을 표현한 신동엽, 국제 펜클럽 기금으로 세계여행을 한 조병화, 전통주의적 성격을 기반으로 제3세계 지역을 여행한 서정주, 1975년에 아시아․아프리카작가회의의 로터스상 특별상을 수상하며 제3세계 문학론을 촉발시킨 김지하 등 이상 해방후부터 1970년대까지 제3세계와 관련해 쟁점적인 작가들의 문학적 성격을 구명할 것이다.
2. 이에 대한 세부연구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1년차 연구는 <세계의 문학>을 비롯한 주요 매체를 중심으로 1970년대 세계문학론의 성격을 고찰하고 당시 지식인의 세계사적 보편성 지향이 지닌 문제성을 논의하는 데 주된 목적이 있다. 본 신청자가 검토한 바에 의하면, <세계의 문학>은 무엇보다 <창작과비평>의 내재적 발전론 및 민족문학론에 대해 일정한 대타의식을 확보하며 매체의 성격을 강화했다. 세계문학 개념을 동원해 문학의 세계적, 보편적, 국제적인 가치를 발굴하고 입증하는 문제가 주요 현안으로 대두됨에 따라 그 상이한 입장과 태도가 분명해졌다. 이를테면 <세계의 문학>은 유럽 중심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세계문학의 전체적 상황 속에서 한국문학을 연구할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창작과비평>은 외국문학 대신에 민족문학을 보편화하는 방안에 더 관심이 있었다. 다시 말해 ‘제3세계적 시각’은 세계문학체제의 중심과 주변, 지배와 종속이라는 일방적 관계를 벗어나 근대 한국문학의 위상을 재점검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만하다. 본 연구는 이를 해방기 잡지 매체의 신생국 문화 담론에서부터 1970년대까지 폭넓게 살펴보려고 한다.
(2) 2년차 연구는 제도화된 학술장을 중심으로 외국문학 연구 및 번역의 규모를 파악하고, 이를 통해 당시 문학장에 대두된 제3세계 문학론과의 유사성 및 차이를 밝혀 제3세계성 인식의 전모를 고찰하는 데 목적을 둔다. 외국문학자들의 학술 활동과 담론을 재조명하고, 여기에 개입한 정치적 맥락을 살펴볼 뿐 아니라, 이를 통해 제도화된 장을 둘러싼 학술 연구 행위의 성격 및 한계를 분석한다. 여기서 통용되는 민족문학과 세계문학의 이념을 해명하고 더 중요하게는 제3세계 문학 담론을 재조명할 것이다. 이러한 연구는 전후 한국사회에 토착화된 냉전문화의 문제성을 쟁점화하는 데 유효하다.
(3) 3년차 연구는 국민화 과정에 나타난 제3세계의 문학적 표상을 추적하고 이를 전후 인식의 다양한 차이와 변모 양상으로 파악해 새롭게 분석한다. 상기한 박인환, 김지하, 신동엽, 조병화, 서정주 등을 대상으로 삼아 제3세계적 문학표상을 쟁점화한다. 이러한 논의는 문학장에 연계된 세계의 지식, 교양, 이념 및 민족문학 담론을 살펴 동시대 지식인의 상이한 세계성 인식과 특히 제3세계 표상 방식의 변화를 해명하는 연구가 될 것이다.
본 연구과제는 ‘제3세계적 시각’이라는 새로운 문제의식과 방법론을 통해 해당 시기의 문학·문화연구를 재인식하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연구 영역, 범위, 수준의 성과를 거두게 되리라 자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