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먼저, 국내레짐과 국제레짐에 관한 기존 연구들을 바탕으로 체제가 무엇인지, 그리고 체제의 구성요소들이 무엇인지를 규정할 것이다. 여러 연구자들의 견해, 특히 국제레짐의 정의와 구성요소에 관한 크라즈너(Krasner)의 연구와 그의 레짐 개념을 국내레짐 ...
본 연구는 먼저, 국내레짐과 국제레짐에 관한 기존 연구들을 바탕으로 체제가 무엇인지, 그리고 체제의 구성요소들이 무엇인지를 규정할 것이다. 여러 연구자들의 견해, 특히 국제레짐의 정의와 구성요소에 관한 크라즈너(Krasner)의 연구와 그의 레짐 개념을 국내레짐에 적용하려 한 로손(Lawson)의 견해를 종합하면, 민주주의, 권위주의, 전체주의 등의 체제유형은 누가 어느 정도의 정치권력에 접근할 수 있는지, 정치권력을 가진 자들 간의 상호작용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져야 하는지, 정치권력을 가진 자들과 가지지 못한 자들 사이의 상호작용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에 관한 원칙과 규범, 그리고 이런 원칙과 규범에서 도출된 규칙과 절차들에 의해 규정될 수 있다.
원칙이란 국가의 정책적 지향의 기초가 되는 일반적인 신념이다. 규범은 의사결정 절차를 설계하거나 규칙을 고안하고 집행하는데 있어서, 정책결정자들, 정책집행자들, 인민대중의 행위를 인도하기 위한 전반적인 의무와 권리를 구성한다. 규범들 간의 상대적 중요성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하며, 규칙들의 발전은 대부분 규범들의 중요성 변화를 통해 설명할 수 있다.
국가들 간의 공식적인 위계가 없는 국제적 체제들과는 달리 국내정치적 맥락에서는 통치기제가 체제의 중요한 구성요소이다. 통치기제는 통치자의 결정과 지시에 순응하는 자들에 대한 보상과 순응하지 않는 자들에 대한 처벌에 관한 규칙과 절차들로 구성되며, 감시·억압기제, 사상통제기제, 자원배분기제로 나눌 수 있다.
요컨대, 국내체제의 성격을 결정하는 것은 체제의 원칙과 규범, 그리고 통치기제의 상대적 활용도 등이다. 그러므로 본 연구에서는 북한체제의 원칙과 규범을 이데올로기, 조선로동당 규약, 헌법을 비롯한 각종 법규, 오랫동안 북한 주민의 행위준칙으로 기능한 ‘당의 유일사상체계확립의 10대원칙’과 기타 당 및 수령의 지시사항 등을 근거로 도출할 것이다. 또, 감시·억압기제, 사상통제기제, 자원배분기제가 어떤 식으로 통치에 활용되었는지를 분석할 것이다.
본 연구는 김일성 통치기, 김정일 단독 통치기, 김정은 통치기의 북한체제를 연구 및 비교의 대상으로 삼는다. 자료 수집 및 활용 면에서 본 연구는 주로 문서자료를 활용하는 방식(documentary analysis)을 채택한다.
본 연구가 다루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전체주의론, 수령제론, 유일체제론, 저발전사회주의론, 왕권적 전체주의론, 군사국가론 등 북한체제의 특성과 변화를 설명하는 기존의 체제모델들을 평가한다. 개념적으로 어떤 모델이 북한체제를 시스템(system) 차원에 가깝게, 어떤 모델이 레짐(regime) 차원에 가깝게 다루고 있는지를 따져보고 개념상의 혼란을 정리한다. 또, 기존 모델들이 북한체제의 변화를 체계적으로 파악하는데 얼마나 유용한지를 따져보고 그 한계를 밝힌다.
둘째, 기존 연구의 한계를 고려하고 비교정치학과 국제정치학의 레짐이론을 참고하여, 원칙, 규범, 통치기제 운용을 종합함으로써 북한체제의 특성을 레짐 차원에서 파악할 수 있는 모델을 구성한다.
셋쩨. 이데올로기의 내용, 헌법을 비롯한 법률의 내용, 교육 내용, 간부들 및 주민들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명령과 지시의 내용 등을 중심으로 김일성시대 북한체제와 김정일시대 북한체제의 원칙과 규범을 비교한다. 또, 감시·억압기제, 사상통제기제, 자원배분기제 중 어떤 기제가 주로 통치에 이용되는지, 각 기제가 활용되는 방식은 어떠한지 등을 따져 김일성시대와 김정일시대 북한체제의 성격을 비교한다. 이를 바탕으로 김정일시대의 북한체제가 김일성시대에 비해 어떤 방향으로 얼마나 변화하였는지를 평가한다.
넷째, 김정은 통치기에 북한이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변화해 왔으며 향후 북한체제의 성격이 어떤 변화를 보이게 될 것인지를 체제를 구성하는 원칙 및 규범과 통치기제 운용의 변화 가능성을 바탕으로 평가 및 예측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