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국내 배리어프리영화를 기반으로 화면해설(audio description) 실무의 난제이자 핵심개념인 ‘객관성’ 지침과 ‘인물심리’ 작법을 탐구한다. 객관성 지침이란 화면의 정보를 자의적으로 해석하지 않고, 보이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묘사해야 한다는 뜻이다. 객관성 ...
본 연구는 국내 배리어프리영화를 기반으로 화면해설(audio description) 실무의 난제이자 핵심개념인 ‘객관성’ 지침과 ‘인물심리’ 작법을 탐구한다. 객관성 지침이란 화면의 정보를 자의적으로 해석하지 않고, 보이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묘사해야 한다는 뜻이다. 객관성은 화면해설의 내용과 표현 방식을 결정할 때 준수해야 할 제1원칙으로, 일반번역의 ‘충실성’, ‘정확성’ 등과도 비견되는 개념이다. 하지만 영화 속의 모든 요소들이 객관성 지침에 따라 쉽게 해설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인물심리의 경우 화면정보만으로는 파악이 쉽지 않을 수 있고 대사간 공백이 짧아 객관적인 묘사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 따라서 화면해설작가는 인물의 심리상태를 묘사하는 과정에서 객관성 지침이라는 ‘번역’ 지침과 번역의 현실적 제약 사이에서 다양한 협상과 선택을 해야만 한다.
본 연구는 다년(2년) 과제이며,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1년차 연구: 1년차 연구는 객관성(vs 주관성) 개념에 관한 이론적 탐색이다. 연구질문은 다음과 같다. 화면해설의 객관성에 관해서는 어떠한 관점이 존재하는가? 전 세계 화면해설지침은 객관성을 어떻게 규정하는가? 화면해설연구자는 객관성을 어떻게 설명하는가? 화면해설작가는 객관성을 어떻게 인식하는가? 화면해설지침, 연구자, 작가의 관점은 어떻게 비교·정리할 수 있는가? 앞서 확인한 내용은 국내 화면해설 분야에 어떤 의미를 갖는가?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필자는 전 세계 화면해설지침 및 관련 연구성과물을 조사하고, 전문화면해설작가 1인과 구조화된 인터뷰(이메일)를 진행하였다. 필자는 객관성 규정의 주요 특징, 객관성-주관성 척도, 객관성의 개념, 화면해설지침(이상)과 실무(현실) 간의 괴리 등에 대해 매우 상세히 논의한다.
2년차 연구: 화면해설지침에 따르면 등장인물의 감정, 심리 상태는 화면의 시각정보를 사용하여 ‘매우 객관적으로’ 묘사해야 한다. 하지만 객관성과 주관성의 이분법, 객관성의 실현가능성 등에 대해서는 그동안 많은 이견이 존재해왔다. 이러한 배경 하에 2년차 연구는 등장인물의 감정, 심리가 특정 화면해설에서 객관적으로 기술되어 있는지, 그리고 감정, 심리 상태를 묘사하기 위해 어떤 종류의 작법(번역)이 사용되었는지를 확인하고 그 함의를 논의할 것이다. 이를 위해 필자는 영화 <앙리 앙리>(Henri Henri, 화면해설 버전)를 기반으로 Palmer and Salway(2015)가 사용한 코딩 방법을 원용하여 화면해설에 관한, 상세한 텍스트 분석을 수행하였다. 모든 등장인물의 감정, 심리와 관련하여 총 167개의 문구(문장, 구)를 발췌, 분석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인물의 정신, 감정 상태를 표현한 문구는 (1) 정신 상태를 암시하는 단순 행동의 묘사(전체의 19.8%), (2) 얼굴표정의 묘사(전체의 16.8%), (3) 행동 묘사의 수정(예: ‘조심스럽게 걸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다’, 전체의 19.2%), (4) ‘-듯’, ‘-척’ 또는 ‘–ㄴ지’ 등으로 끝나는 간접표현 방식(13.2%), (5) 감정, 심리 상태를 직접적으로, 주관적으로 묘사한 방식(예: ‘그는 실망했다’, 23.4%), (6) 두 개 이상의 코드가 혼용된 사례(7.8%) 등으로 나타났다. 필자는 이러한 정량결과를 기반으로 화면해설의 주관성과 객관성을 구체적으로 논하고, 그 함의를 통해 국내 화면해설 실무에 관한 몇 가지 제언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