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삼론종의 初章과 中假
법랑과 중가사의 중도관 및 중도에 대한 논쟁을 논하기에 앞서, 우선 삼론종의 핵심 사상인 初章과 中假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초장과 중가는 삼론종의 초조인 승랑에서부터 줄곧 계승되어온 삼론종의 전통적 사상으로, 전자는 自性에 대한 인식을 ...
1) 삼론종의 初章과 中假
법랑과 중가사의 중도관 및 중도에 대한 논쟁을 논하기에 앞서, 우선 삼론종의 핵심 사상인 初章과 中假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초장과 중가는 삼론종의 초조인 승랑에서부터 줄곧 계승되어온 삼론종의 전통적 사상으로, 전자는 自性에 대한 인식을 흔들고, 후자는 삼론종의 중도와 가명의 관계를 본격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다.
中假義는 삼론종의 근본 사상으로서, 중도와 가명의 상관성을 나타낸다. 中道는 실상[實]을 가리키며, 假名은 無自性의 다른 말이다. 삼론종의 중가의는 『중론·관사제품』에서 “인연으로 생기한 법을 나는 空이라고 말하는데, 곧 假名이고, 곧 中道이다”라는 구절에 그 연원을 두고 있다. 이와 같은 사상적 배경에서 삼론종은 中道와 假名이 둘이 아님을 강조한다.
2) 법랑과 中假師의 사상적 충돌
中假師는 승전의 네 제자 가운데 법랑과 동학이었던 禪衆寺 혜용과 長干寺 지변을 중심으로 하여 그들과 견해를 같이 했던 자들을 통칭한다. 법랑은 본래 동학이었던 혜용과 지변을 中假師라고 지칭하고, 그들의 중도관이 성실론사, 지론사 등 타학파의 중도 해석과 다를 것이 없다고 비판하였다.
법랑은 중가사들의 특정 형식에 얽매인 중도 해석이 결국 중도와 가명을 이원적으로 구분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보았다. 이러한 맥락에서 법랑은 중가사들이 삼론종의 방편적 가르침을 전수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중도와 가명의 언어를 통해 타 학파와 다를 바 없는 사상을 구축한 것으로 간주하였고, “중가사는 죄가 무거워, 영원히 부처를 보지 못할 것이다[中假師罪重, 永不見佛]”라고 비판하였다.
3) 법랑과 中假師의 논쟁에 나타난 중도관
혜균은 「初章中假義」에서 법랑과 중가사 사이에 큰 논쟁이 있었다고 기록하고 있는데, 이들의 논쟁은 중도에 대한 정의가 달랐던 데에서부터 촉발되었다. 중가사는 “유무가 유무가 아님은 중도이고, 유이고 무인 것은 가명이다[有無, 非有無即是中, 而有而無即是假]”라고 하였으나, 법랑은 “유도 아니고 무도 아니니, 유무가 둘이 아닌 것을 중도라 한다[非有非無, 有無不二, 方名是中]”고 주장하였다. 이 논쟁에서 中假師는 유무의 부정을 중도로 보고 유무의 긍정을 가명으로 정의하여, 부정 논법을 통한 자기초월성을 중도의 핵심으로 보았다. 반면, 법랑은 유와 무의 자기부정만이 아닌 自他의 관계 속에서 不二의 변증법적 융합이 실현되어야지 비로소 중도가 실현된다고 보았다.
법랑은 중가사들이 중도와 가명을 일원성[一]과 이원성[二]으로 일대일로 대응하여 인식하는 것에 반대하였는데, 그는 이와 같은 중도에 대한 이해가 결국 특정한 중도와 가명의 견해를 고수하는 中假義나 成中義를 생성하게 되므로, 결국 삼론종이 비판했던 타학파의 잘못된 중도 이해를 답습하는 결과를 낳을 뿐이라고 보았다. 또한 법랑은 一과 二가 모두 방편적 교문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중도와 가명의 관계는 아무런 장애가 없으므로 모두 가명이라 할 수 있고 모두 중도라고 할 수 있으므로, 양자의 관계를 두 층위로 분리해서 상정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고 보았다.
4) 중도 사상에서 법랑의 언어형식적 전회
법랑은 중도와 가명이 특정 형식으로 고착화되어 양자가 이원화되는 것을 막고 중도가 곧 가명이라는 불이의 상즉성과 방편의 무애한 작용을 드러내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법을 하나의 방식으로 설명하는 방식을 지양하고 가르침의 다양한 언어형식을 동시에 구사하는 방식을 채용하는데, 그것이 바로 四句 논법이었다.
법랑이 개진한 四句 논법은 크게 두 가지 형식으로 분류할 수 있다. 하나는 중관학의 대표적인 四句(cātuskotika) 형식으로 ‘是A’, ‘非A’, ‘亦A亦非A’, ‘非A非非A’이고, 다른 하나는 ‘A亦B’, ‘A亦非B’, ‘非A亦B’, ‘非A亦非B’, 즉 두 가지 상대되는 개념의 긍정과 부정을 조합한 형태이다.
요컨대, 법랑은 기존의 삼론종 중도 사상에서 특정한 언어표현에 얽매였던 형식주의를 벗겨내고 법의 무애한 작용을 드러내기 위해 四句로 대변되는 다양한 언어형식을 사용하여 중도의 함의를 이끌어낸 것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