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는 우리의 “인지환경”(Cognitive environment)에 맞는 창조적이고 획기적인 성서해석학적 방법론을 정립하기 위한 것이다. 외부로부터 “이식”되거나(transplanted) 혹은 “화분에 담겨 옮겨진”(imported potted plant) 서구적 방법론으로는 더 이상 우리의 깊은 내 ...
이 연구는 우리의 “인지환경”(Cognitive environment)에 맞는 창조적이고 획기적인 성서해석학적 방법론을 정립하기 위한 것이다. 외부로부터 “이식”되거나(transplanted) 혹은 “화분에 담겨 옮겨진”(imported potted plant) 서구적 방법론으로는 더 이상 우리의 깊은 내면적인 문제들을 적절히 진단하고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사회 각계 각층에서 다양하게 증폭되고 있는 갈등과 분열에 대한 해소와 완화욕구는 물론, 이전 세대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글로벌화되고 다원화된 인문학적 욕구에 발맞춰, 신학뿐만 아니라 사회, 문화, 경제, 정치, 윤리, 생명, 통일, 과거사문제 등 다양한 분야가 던지는 문제들과 담론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에 본 연구는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우리사회의 뿌리깊은 내부 문제들(예컨대, 남북문제, 환경문제, 청년실업문제, 빈부 및 문화적 격차 가속화, 기회의 불공정, 동성애문제 및 소수자 인권, 가부장적 성차별 문화, 기술 문명의 위기, 인간 존재와 의미의 상실, 사이버 공간의 급속한 팽창, 복제윤리 등)을 효과적으로 진단할 수 있는 “대화와 소통의 창조적 성서해석학 방법론”을 정립하기 위하여 각 종교의 핵심사상이 농축되어있다고 볼 수 있는 기도문에 대한 비교연구를 시도하였다. 이 연구를 통하여, 대화 주체들이 서로를 포용하고 배려하는 개방적인 열린 자세와, 상대의 진리체험과 이해에 대한 겸허한 경청자제로 서로를 보완적으로 보며, 우리 사회와 지구촌의 고통과 죄를 극복하려는 공동연대와 협동적인 자세, 그리고 진리의 무궁함과 신비로움에 끊임없이 귀를 기울이려는 빈 마음이 창조적으로 서로 어우러진 한국적 성서해석학 방법론 정립에 작은 한 걸음을 내 디딘 것이다.
“대화와 소통의 창조적 성서해석학 방법론”을 정립하기 위하여, 본 연구는 각 종교의 기도문에 대한 서지학적 연구와 더불어, 이들 사이의 이해적 대화를 위하여 원효의 화쟁론에 대한 서지학적 철학적 연구를 동시에 진행하였다. 원효의 화쟁론은 당시 동아시아와 신라시대에 백가쟁명처럼 난무하던 수많은 불교학설들을 중재하고 조정하였던 화통의 철학사상이었다. 물론 그 가운데 “중관”(中觀)과 “유식”(唯識)이 가장 큰 관심이었다. 龍樹(Nagarjuna)에 의해 창시된 “중관”은 모든 주장의 유효성을 거부하거나 부정하는 소위 ‘부정적’(apophatic) 방법론이었다면, 無着(Asanga)에 의해 시작된 “유식”은 정반대로 유효한 주장을 하기위해 다양한 수많은 방식들을 사용하는 ‘긍정적’ (kataphatic) 방법론이었다. 두 학파는 철저하게 반대되는 입장에서 불교학설을 가르쳤으며, 이들의 혼란스런 논쟁 가운데 오히려 불교 학문은 꽃을 피웠다. 그런 와중에서 원효는 『대승기신론』을 저술한 마명(馬鳴)의 입장을 따라 자신의 『대승기신론소∙별기』를 통해 그 둘 사이의 적절한 조화와 소통을 이루는 화쟁을 적용하였다. 원효는 화회회통의 언어철학과 “일심”(一心)과 “무애”(無碍)라는 자유로운 실천을 통해 갈등과 대립을 거침없이 풀어나갔다. 세우고(立) 동시에 부정하며(破), 또한 함께 하면서(與) 동시에 빼앗는(奪) 화쟁은, 결국 논쟁의 과정에서 아무것도 잃지 않으며 동시에 얻는 것도 없다는 것이다. 언어와 개념의 환상에서 벗어나, 결국 한 마음으로 돌아가게 된다. 물론 원효의 화쟁철학은 특정한 체계를 세우거나 특정한 주장을 우선시하는 입장을 결코 취하지 않았다. 이러한 원효의 철학사상에 대하여 심도있는 연구와 검토가 진행되었다. 이 단계에서 원효의 『대승기신론소∙별기』와 『금강삼매경론』 그리고 기타 관련된 그의 주요 원전에 대한 서지학적 연구와 더불어 많은 선행연구들을 비교 검토하였다. 원효의 화쟁론에서 추출한 언어철학과 일심과 무애의 해석학적 방법론을 각 기도문의 주요 언어와 개념 해석에 적용하면서, 본 연구는 각 기도문이 가지는 핵심가치와 지향점을 서로 비교 분석하였다. 원효의 화회회통적 해석방법론을 대화의 틀로 사용하여, 각 기도문이 어떠한 고유성을 지니며 동시에 어떠한 보편성을 지니고 있는지를 비교 분석하였다. 이 과정에서 철학적, 신학적 전문용어 대신, 펑범하게 사용되는 우리의 일상언어들이 대화와 소통을 위한 해석적 용어로 자연스럽게 제시하였다.
“주기도문”은 전반부와 후반부의 세 가지 청원들이 각각 초월과 내재의 통합적 신앙을 주문하고 있는 “지혜 기도문”으로서, 신에 대한 헌신과 자기초월을 통하여 “신의 침묵”과 같은 고통 가득한 삶의 현장에서 오히려 자아적 관심을 넘어 책임적 존재로 삶의 현장에 뛰어 들어 갈 것을 촉구하는 핵심적 가르침으로 이해되었다. 마치 예수 자신에게서 경험되고 이를 제자들에게 가르쳤듯이, 내적 깨어남의 체험을 통한 “자기비움”과 세상 사람들과의 연대로 나아갈 것을 가르치는 실천적 수행을 위한 지도서가 주기도문이라고 보았다. 이 연구는 단순한 언어적 혹은 문맥적 분석에 그치지 않고 주기도문의 지혜적 핵심가치를 형성한 역사적, 사상적 기원과 배경 그리고 그 변천과정을 종교사적으로 추적하여, 인간고통의 현대적 인식과 이해 그리고 종교간 소통과 갈등 해소를 위한 원리와 모델의 사상적 기반이 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되었다. 불교의 “반야심경”에 대한 연구는 본 연구자의 그동안 연구를 바탕으로, 대승불교권과 특히 한국에서 일반 불자들과 수행자들에게 어떻게 인식되고 수행에 활용되었는지를 검토함으로서, 서지학적 연구와 더불어 실제 삶의 상황 속에서 반야심경이 어떻게 자리매김하고 있는지를 드러내었다. 대승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반야심경은 공(空)과 연기(緣起)로 요약될 수 있으며, 이어서 동체대비(同體大悲)라는 자비를 실천하려는 보살(菩薩)으로 완성된다. 이는 대화와 소통의 창조적 해석학 정립을 위해 매우 중요한 준비가 되었다. 원효의 언어관을 통해 비춰본 반야심경은 특히 종교가 독특한 문화 속에서 형성한 언어와 개념 자체 보다는, 그것들이 지향하고자 하는 근본적인 목표와 가치를 타 종교 언어와 개념으로 또는 보편적 용어로의 설명을 시도할 수 있도록 하였다. 동학 “21자 주문”에 대한 연구는, “본 주문(本 呪文) 13자(字): 侍天主造化定 永世不忘萬事知”와 “강령주문(降靈呪文) 8자(字): 至氣今至 願爲待降”에 대한 집중적인 서지학적 연구와 더불어 많은 선행연구들을 검토하였다. 동학의 주문들은 마치 만트라와 같이 수행자들에게 초월과 내재를 동시적으로 체험하는 수단이었다. 물론 초학주문(初學呪文)도 “고아정”(顧我情)과 관련하여 함께 연구되었다. 이는 사회변혁 및 인간개조를 지향하던 최제우로부터 시작된 신(神)과 인간에 대한 한국인들의 종교심성을 반영한다. 동학 “21자 주문”은 특히 동학의 신관과 인간관이, 결국 역설적 반대일치의 논리구조를 바탕으로, 인간이 몸으로서의 존재가 비록 하날님은 아니지만, 동시에 몸의 현존 자체가 하날님으로부터 분리 존재하는 것도 아니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음을 밝히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종교가 단순히 인과율, 모순율, 배중율의 직선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반대일치를 깨달음으로서, 유한과 무한, 긍정과 부정, 창조와 무위이화, 창조와 진화, 주체와 객체, 초월과 내재, 성과 속, 신성과 인간성, 말씀과 밥, 노동과 예배, 정치와 종교 등이 결코 서로 대립되거나 모순된 것이 아님을 논구함으로서, 진정한 신앙적 체험이 사회적 소통과 화해의 촉매제가 될 수 있음을 입증하였다.
일심과 무애, 그리고 화회회통의 화쟁론, 즉 구체적으로 개합(開合)과 종요(宗要), 입파(立破)와 여탈(與奪)의 부정(apophasis)과 긍정(kataphasis) 방법론적 틀을 각 기도문의 주요 개념에 적용하면서, 언어와 개념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어떤 목적과 가치를 지향하고 있는지를 분석하였다. 이러한 주요개념의 비교분석 과정을 통하여, 신과 궁극적 실재에 대한 각 종교의 인식과 이해가 언어와 문화적 개념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역동적 등가성”(dynamic equivalent)을 가진 유사어로 인식 가능한지를 비교 검토하였으며, 특히 신과 궁극적 실재에 대한 각 종교의 인식이 그 자체로서의 비중보다는 인간의 고통 해소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주기도문의 “자기비움”이라는 초월적 요청과 세상과의 “연대”라는 내재적 요청과, 반야심경의 “공과 연기”라는 수행적 목표와 니르바나를 미룰 만큼 세상에 대한 희생적 자비를 실행하려는 “보살”의 동체대비(同體大悲), 그리고 동학 주문의 “시천주”(侍天主), “조화정”(造化定)과 “고아정”(顧我情)이라는 인시천(人時天) 사상과 “지기”(至氣)라는 역동적 실재에 대한 인식 등이 마치 삼각 로프처럼 서로를 끌어안고 함께 움직이듯 대화하면서, 각각의 고유성이 훼손되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보편에 함몰되지 않는 화쟁으로 구체적인 대화와 소통의 방법론을 도출하였다. 각 기도문은 특수한 문화적 역사적 상황 속에서 특정한 문화적 역사적 질문에 대한 반응과 해결책으로 주어진 것이기 때문에, 일심과 무애, 화회회통의 해석학적 시각으로 본다면, 각각의 기도문에서 인간의 고통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보편적 목소리를 발견하게 된다. 그들의 언어는 부정과 긍정의 논쟁을 적절히 활용하면서, 공통적으로 특정 집단의 (왜곡된) 주장을 비평하거나 단호히 거부하면서, 각 기도문이 주창하고 있는 인간고통의 문제 해소를 위한 핵심가치들을 강력하게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세 가지 기도문에서 공통적으로 다뤄진 것인데, 원효의 언어관과 일심의 철학을 통해 더욱 선명하고 일목요연하게 부각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