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 과제는 청나라 사신의 조선 사행록과 조선 사신의 연행록을 비교해 봄으로써 이 둘의 문학적 특성을 규명하고, 19세기 후반 중국과 조선이 서로를 어떻게 인식했는가를 밝히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외국 여행 경험을 기록한 기행문학은 신라시대부터 출현하여 고 ...
본 연구 과제는 청나라 사신의 조선 사행록과 조선 사신의 연행록을 비교해 봄으로써 이 둘의 문학적 특성을 규명하고, 19세기 후반 중국과 조선이 서로를 어떻게 인식했는가를 밝히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외국 여행 경험을 기록한 기행문학은 신라시대부터 출현하여 고려를 거쳐 조선후기까지 꾸준히 창작되었다. 주로 중국과 일본을 대상으로 한 사행문학은 조선 전기부터 한문기행문으로 많이 창작되었으며, 조선후기에 이르러서는 청나라 사행이 빈번해지면서 한문연행록, 국문연행록, 연행록가사, 한시, 기행시조 등 다양한 양식으로 확대되어 방대한 작품이 생산되었다.
그러나 이들 연행문학에 대한 연구는 몇몇 작품에 대한 관심 외에는 별다른 주목을 끌지 못하다가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에 임기중, 조규익 등에 의해 자료 정리와 개괄적인 논의가 이루어지면서 본격적으로 연구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장르적 측면에서도 가사와 국문연행록에 대한 관심이 선행되었고, 한문 연행록은 2001년 임기중 편 『燕行錄全集』이 출간되어 자료에 대한 접근이 용이해지면서 관심이 일기 시작했다. 그 이후 『노가재연행록』과 『열하일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던 한문연행록의 연구 대상이 확대되어 그간 주목받지 못했던 작품에 대한 번역, 해제, 작품론 등이 이루어졌으며, 연행록의 노정, 사행 중의 문화 교류, 중국에 대한 인식, 연행록에 나타난 연행(演行)의 양상, 연행록의 시대별 특성 연구 등 다양한 측면에서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연행록 연구의 대상 자료가 확대되고, 내용 분석 차원에서 벗어나 상대국에 대한 인식, 서술상의 특성, 작가 의식 등을 밝히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조선→중국’ 즉 조선인이 중국에 다녀오면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꼈으며, 중국을 어떻게 인식했는지에 대한 논의가 대부분을 차지하며, ‘중국→조선’ 즉 ‘그들이 우리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인식하였는지’에 대해서는 본격적인 연구 성과가 나오지 않은 것은 재고(再考)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에 김한규에 의해 조선사행록역주(朝鮮使行錄譯註)(소명, 2012), 使朝鮮錄硏究: 宋·明·淸 시대 조선 사행록의 사료적 가치(서강대 출판부, 2011)가 출간됨에 따라 조선 사행록의 존재가 연구자들 사이에 명확하게 인지되었고 비로소 조선 사행록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다. 동월(董越)·공용경(龔用卿) 등의 개별 사행록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었으며, 중국 사신들의 조선에 대한 인식, 양국의 경관에 대한 비교 연구 등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조선사행록은 주로 사학계의 주목을 받아 정치사, 외교사, 문화사 측면에서 논의되었고, 문학 쪽의 성과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같은 시기(1866년)에 창작된 조선 사행록인 괴령의 동사기사시략(東使紀事詩略)과 홍순학의 「병인연행가」를 대상으로 하여 두 작품의 기행문학으로서의 특성을 비교해 보고, 작가 의식, 상대국에 대한 인식 등을 분석해 보고자 한다. 그간 ‘연행록에 나타난 대중국 의식’, ‘조선사행록에 나타난 대조선 의식’ 등의 논의가 소수 이루어졌지만 이는 한쪽의 일방적인 시선, 평면적 시각을 추출하는 데 그친 경향이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비슷한 시기의 작품을 대상으로 하여 서로의 시선을 대치시켜 보고자 한다. 서로의 시선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어디에서 머무는지, 공통의 관심사는 무엇인지, 어느 부분에서 서로의 의식이 충돌하는지, 상대방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등을 살펴보고 그러한 차이가 발생하는 사회·문화적 배경이나 사상 등을 추론해 보고자 한다. 이러한 작업은 자아(自我)와 타자(他者)를 이해하는 중요한 방법이며, 기행문학을 연구하는 궁극적인 목적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