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징역형에 대해서만 인정되었던 집행유예제도가 징역형보다 상대적으로 가벼운 형벌인 벌금형에는 인정되지 않아 합리적이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왔었다. 이러한 한계로 인해, 벌금 납부능력이 부족한 서민의 경우 벌금형을 선고받아 벌금을 납부하지 못할 시 노 ...
과거, 징역형에 대해서만 인정되었던 집행유예제도가 징역형보다 상대적으로 가벼운 형벌인 벌금형에는 인정되지 않아 합리적이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왔었다. 이러한 한계로 인해, 벌금 납부능력이 부족한 서민의 경우 벌금형을 선고받아 벌금을 납부하지 못할 시 노역장에 유치되는 것을 우려하여 오히려 징역형의 집행유예 판결을 구하는 예가 빈번하였다. 이에 2016년 개정 형법은 2018년 1월 7일부터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선고할 경우에는 집행유예가 가능하도록 하였다.
개정전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의 형’을 선고할 경우에 한하여 집행유예가 가능했으므로 벌금형은 선고유예는 가능하지만,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는 없었다. 따라서, 자유형보다 가벼운 형벌임에도 불구하고 벌금형을 받은 사람이 벌금을 납부하지 못할 경우 노역장유치로 환원됨으로써, 자유형의 집행유예를 받은 사람에 비해 불이익하게 된다는 비판이 있어왔고 이에 대한 불평등을 해결하고자 일정금액 이하의 벌금형에 대해서는 집행유예를 할 수 있도록 개정된 것이다.
개정법이 시행되면, 그 동안 법원에서 선고된 벌금형의 대부분(약 95% 이상)이 500만원 이하였으므로 이 중 1/3만이라도 집행유예를 선고받는다고 가정할 경우, 상당수의 피고인들이 집행유예를 받아 벌금납부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개정법이 시행된 후 약 6개월이 지난 지금 벌금형의 집행유예는 생계형 범죄인의 절도, 술에 취하여 난동을 부리는 우발적 범행, 지극히 경미한 초범 등 아주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 한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편이다.
이러한 벌금의 집행유예의 긍정적 입법취지에도 그 시행성과가 저조한 이유는 첫째,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대해서만 집행유예가 가능하도록 그 제한을 두고 있다는 점, 둘째, 개정 형사소송법이 약식명령의 정식재판을 청구할 경우 벌금액수를 증액할 수 있도록 개정함으로써 피고인이 집행유예를 기대하고 정식재판을 청구하기 어렵게 되었다는 점, 셋째, 벌금형의 집행유예에 대한 별도의 양형기준이 없다는 점, 넷째, 약식명령으로 진행되는 서면재판에서 집행유예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절차적 보장이 없다는 점, 다섯째, 과거 자유형에 대한 집행유예 결격사유를 벌금형에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는 점, 여섯째, 벌금형의 집행유예는 일반적인 정상참작사유보다 별도의 엄격하고 추가적인 정상참작사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법관의 태도, 일곱째, 국고 수입을 위해 집행유예 선고를 꺼린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징역형은 실형이 선고되는 경우보다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경우가 월등히 많은 반면에 벌금형은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경우는 아주 예외적일 정도로 적다. 벌금미납으로 인한 노역장유치 폐해를 막기 위해 마련된 제도인 벌금 집행유예가 그 긍정적 취지에 비해 아주 예외적으로 선고되고 있다는 점은 아쉽기 그지없다. 이러한 저조한 성과는 개정법 시행전에도 이미 예상되었던 결과다. 제도 정착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과 절차에 대한 특별한 고민없이 징역형과 벌금형의 불합리성을 해결하고자 만들어낸 입법의 결과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벌금형의 집행유예제도가 경제적 약자들이 벌금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는 현실적 제도로 자리잡고, 확대 시행될 수 있도록 이와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는 정책적 방법과 절차를 제안하고자 하는데 있으며, 이제라도 벌금형 집행유예 확대시행을 위한 제도적 절차를 마련하여 유명무실한 제도로 남지 않도록, 이미 나타나고 있는 다양한 문제점과 시행저조의 이유를 분석하여 정책적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목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