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동아시아 공동의 문화유산인 한문필담 문헌의 주요한 한 축인 한국(조선시대) 필담 문헌에 대한 기초연구의 발판을 마련하는 작업이다. 구체적으로는 동아시아 한문필담 문헌의 기초연구라는 관점에서 조선시대 필담 기록의 현황을 파악하고 그 형태적·내용적 ...
본 연구는 동아시아 공동의 문화유산인 한문필담 문헌의 주요한 한 축인 한국(조선시대) 필담 문헌에 대한 기초연구의 발판을 마련하는 작업이다. 구체적으로는 동아시아 한문필담 문헌의 기초연구라는 관점에서 조선시대 필담 기록의 현황을 파악하고 그 형태적·내용적 특질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먼저 통신사 사행록과 연행록, 수신사 사행록 및 필담록, 표해록, 『비변사등록』·『각사등록』·『조선왕조실록』·『승정원일기』 등 관찬 자료, 개항기의 기행문과 척독집, 일기, 개인 문집 등 여러 자료에 산재해 있는 필담 기록을 추출하여 정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각 유형별 필담 문헌의 특징을 검토하는 연구를 진행한다. 또한 이 과정에서 고전문헌 연구에 있어 ‘동아시아적 관점’을 적용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1·2차년도 조사, 정리 대상은 통신사 사행록 소재 필담 기록이다. 통신사 사행록은 사행시집 및 사행가사까지 포함하여 모두 45종으로 파악된다. 통신사 사행록의 일기 부분에서는 일본 문사들과 나눈 대화가 종종 발견되는데, 이들 대부분은 통역을 거치지 않고 직접 글을 써서 나눈 대화, 즉 필담이다. 그런데 1711년 임수간의 『동사일기』에 수록된 「강관필담(江關筆談)」과 같은 특수한 사례를 제외하면 사행록 속의 필담은 대체로 일기 속에 그날의 에피소드로서 삽입된 형태로 전한다. 일기 속의 필담은 대화체로 제시되어 있기도 하고, 그날의 대화를 요약하는 방식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통신사 사행 기록 가운데 필담이 특히 풍부하게 수록된 것으로는 『해유록』(신유한, 1719), 『수사일록』(홍경해, 1748), 『일관기』(남옥, 1764)와 『승사록』(원중거, 1764)을 꼽을 수 있다. 18세기로 들어오면서 조일 간의 필담창화가 활발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17세기 초의 기록들에도 일본의 승려나 문인들과 시문창화를 하고 대화를 나눈 일이 간간이 기록되어 있으므로 하나하나 살펴보아야 한다. 사행록에 포함된 필담들은 조선 측 인물들이 기록한 필담이라는 점에서 통신사 필담창화집과는 또 다른 의의가 있다. 필담 초고를 그대로 편집한 일본의 필담창화집과 달리 사행록 수록 필담은 저자가 특별히 기억에 남는 대화 내용을 사후에 정리한 것들이다. 이 기록들을 같은 시기 일본 측 필담 기록과 비교 분석하면 다양한 논의의 지점을 발견할 수 있다.
당초 연구계획서에서 제시한 연구의 단계는 전체 자료에 대한 검토(1단계)를 마친 후에 발췌한 필담 기록을 입력, 번역하고(2단계) 이를 바탕으로 대상 기록의 내용을 분석하여 연구논문을 작성(3단계)하는 것이었으나, 실제 연구에서는 각 시기별 사행록을 단위로 1~3단계를 통합하여 수행하는 방식을 택했다. 1차년도에는 통신사 사행록 가운데 분량이나 중요성 면에서 중심이 되는 18세기 사행록(1763년 및 1711, 1719년)에 대한 검토를 실시하였으며, 이어서 2차년도에는 17세기(1607, 1617, 1624, 1636, 1643, 1655) 자료에 대한 검토를 수행하였다.
먼저 1763년 제11차 계미통신사 자료를 검토하였다. 이 시기 통신사 사행록은 8종인데, 이 가운데 가장 풍부한 필담 기록을 수록하고 있으며 그 내용 역시 분석할 가치가 있는 자료는 원중거의 『승사록』이다. 이에 따라 8종 자료의 필담 기록에 대한 검토와 함께 『승사록』 수록 필담 내용에 대한 상세한 고찰을 시도하고, 이를 논문으로 작성하여 학술지에 게재하였다. 1차년도 후반기에는 1711년과 1719년 통신사 사행록의 필담 기록을 검토하였다. 1711년 자료는 임수간의 『동사일기』, 김현문의 『동사록』, 조태억의 『동사록』 3종이다. 이 가운데 시문 위주로 구성된 조태억의 사행록을 제외한 2종 사행록의 필담 기록을 발췌, 정리하였다. 1719년 자료는 신유한의 『해유록』, 홍치중의 『해사일록』, 정후교의 『부상기행』, 김흡의 『부상록』으로 모두 4종이다. 이 가운데 김흡의 『부상록』은 탈초 작업이 필요하여 일단 검토 대상에서 제외하고, 나머지 3종 자료에 수록된 필담 기록을 발췌하여 그 내용을 검토하였다. 17세기 사행록 대상 연구는 시기에 따라 그 수록 양상의 변화를 추적하는 방식으로 분석을 진행하였다.
1차년도 전반기 연구주제인 『승사록』의 필담 수록 양상은 개별 자료에 대한 분석이면서 18세기 통신사 사행록의 필담 수록 양상과 그 효과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서 의미가 있다. 신묘(1711), 기해(1719) 통신사 사행록에 대한 조사·연구는 필담창화가 본격화된 시기의 필담 수록 양상의 실상을 규명한다는 의의가 있다. 2차년도 조사 대상인 17세기 자료는 통신사 교류 초기/전기의 사행록 필담 수록 양상을 파악하는 데 바탕이 된다. 이상의 조사를 바탕으로 2차년도에는 17~18세기 통신사 사행록 수록 필담 수록 양상 전반에 대한 검토를 마무리하였다.